모든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소리가 나는 방향을 따라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대문 방향으로 무장한 호위들과 귀족 몇 명이 위풍당당하게 걸어오고 있었다.맨 앞에서 걸어오는 사람은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미인이었다.그 미인은 겨우 서른 살 남짓 되어 보였고 전신 관리도 잘 되어 있었기에 척 봐도 온화하고 우아하며 기품있어 보였다.행동 하나하나가 모두 오랫동안 상위층에 머무르고 있는 귀족의 우아한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미인 옆에는 잘생긴 청년 남자가 따라다녔다.그 청년 남자는 양손을 주머니에 넣고 건방진 표정으로 두리번거리며 들어오고 있었다.“세상에나! 정말 위왕 왕비께서 오셨어! 어떻게 오셨지?”“위왕 왕비? 혹시 서경에 계시는 그분?”“당연하지! 그분 말고 누가 감히 위왕 왕비라고 할 수 있겠어?”미인을 본 현장 사람들은 또다시 술렁이기 시작했다.연경에서 온 고관 귀족들의 얼굴에도 경외하는 표정이 드러났다.평범한 왕비라면 두려워할 필요가 없겠지만 위왕 왕비는 달랐다.위왕 왕비의 지위와 권세는 보통 왕비들보다 훨씬 높았다.위왕은 공적이 많고 권세가 무척 높은 분으로 유일하게 국호의 이름으로 등극한 왕이었다.위왕의 지위가 매우 높을뿐더러 심지어 관직 가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었다.그야말로 황제를 제외한 용국의 제일인자였다!남편 덕에 위왕 왕비도 자연스레 신분이 상승했다.물론 가장 큰 이유는 위왕과 결혼하기 전에 위왕 왕비는 용국의 첫째 공주였다. 황제의 친동생이라는 의미이다.황제의 친동생이라는 신분이 바로 사람들이 그녀를 더 경외하게 된 이유이다.“이상하네. 위왕 왕비는 서경에서 줄곧 살고 계시지 않았어? 근데 왜 강남에 나타나신 거지?”고관 귀족들은 서로를 쳐다보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고 더불어 이해하지 못했다.“백작 대인, 혹시 위왕 왕비와 친분이 있으세요?”한 관원이 갑자기 궁금한 표정으로 선우정호를 바라보았다.“친분이라고?”선우정호는 멈칫하더니 이내 고개를 가로저었다.위왕 왕비와 친분이 있을 리가 없었다.선우
“네?”위왕 왕비의 갑작스운 행동에 모든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모든 사람이 아연실색했고 놀라움을 금치 못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위왕 왕비가 호인국을 만나자마자 그의 뺨을 때릴 줄은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군소리도 예고도 없이 갑자기 이렇게 난폭한 장면이 나타났던 것이다.호인국은 병부상서로서 조정의 일품대원이다.모든 사람 앞에서 조금의 여지도 없이 갑자기 뺨을 맞은 것이다.“위... 위왕 왕비, 왜 때리세요?”호인국은 어리둥절했다. 맞아서 붉어진 얼굴을 가리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평범한 귀족이었다면 호인국은 진작에 화를 냈을 것이다.하지만 하필이면 위왕 왕비이자 용국의 첫번재 공주였다. 백번 천번 불만이 있어도 호인국은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내가 당신을 때린 이유는 당신의 눈이 멀었기 때문이야. 지금 당장 무릎 꿇고 대답하게!”왕비가 차가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위왕 왕비, 소신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도대체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요?”호인국은 뻔뻔스럽게 물었다.짝!위왕 왕비는 또 아무 소리 없이 호인국의 뺨을 후려쳤다. 그리고 냉랭하게 말했다.“귀먹었어? 무릎 꿇고 대답하라고 했어!”쿵!호인국은 억울했지만 아무 말도 못 하고 두 무릎을 꿇었다.두 사람은 군신 차이지만 위왕 왕비가 대중 앞에서 무릎을 꿇으라고 하면 호인국은 감히 꿇지 않을 수 없었다.이때 선우정호 일행의 웃고 있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그들은 서로 마주 보면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선우정호 일행은 처음에 위왕 왕비가 호인국과 친분이 있어 찾아온 것으로 여겼다.지금 보니 그들의 생각이 틀렸다.호인국이 이전에 위왕 왕비를 건드렸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했다.“호인국, 무슨 잘못을 했는지 알아?”위왕 왕비는 내려다보며 물었다.“죄신, 잘못했어요.”호인국은 고개를 숙이고 순순히 잘못을 인정했다.이해가 안 되지만 잘못을 인정하면 그만인 줄 알았다.“자, 그럼 무엇이 잘못됐는지 말해 보게.”위왕 왕비가 또 물었다.“네?”호
“일에는 반드시 근원이 있기 마련이지. 우린 다만 위왕 왕비께서 선우 가문에게 화풀이하지 말기를 기도할 수밖에 없어.”선우정호는 긴장한 나머지 침을 꿀꺽 삼켰다.앞서 교만하던 자태가 온데간데 없어졌고 대신 얼굴에 공포와 불안으로 가득하였다.위왕 왕비가 나타나자 많은 변고가 생겼다.“흥! 겁도 없이 날뛰는 놈들! 위 왕께서 이곳에 계셨다면 너희들 머리가 그 몸에 붙어있을 리가 없을걸!”위왕 왕비는 콧방귀를 뀌었다.그리고 위왕 왕비는 많은 사람의 시선 가운데서 한 걸음 한 걸음 유진우 앞으로 걸어갔다. 조금 전의 도도함과 오만함은 사라지고 보기 드문 미소를 지었다.“장혁아, 오랜만이야. 요 몇 년 동안 잘 지냈어?”“저에게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항상 잘살고 있어어요.”유진우는 비굴하지도 거만하지도 않은 태도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유진우는 눈앞의 여자에게 원한은 없지만 그렇다고 호감도 없었다.“십 년이나 지났는데 네가 이렇게 컸을 줄이야! 하마터면 못 알아볼 뻔했어.”위왕 왕비는 웃음을 지으면서 뒤로 향해 손을 흔들었다.“천우야, 뭘 멍하니 있어? 어서 와서 장혁 형에게 인사드려.”“형?”유천우는 제 자리에서 멍하니 서 있었다. 그리고 유진우를 위아래로 살펴보더니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천우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기쁨이 섞여 있었고 얼굴에는 믿을수 ㅣ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유천우는 눈을 비비고는 반복해서 확인하더니 갑자기 유진우에게로 달려들어 그의 품으로 안겼다. 그리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엉엉... 형, 너무 보고 싶었어요!”“아버지께서 형이 살아계신다는 말은 하셨어요. 그래도 믿기지 않았는데 형이 정말 살아있었네요. 정말 너무 좋아요!”“10년, 꼬박 10년이에요! 형, 내가 10년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알아요?”“저를 데리고 세상 끝까지 간다더니 저 혼자 집에 두고 몰래 빠져 가다니! 형 정말 너무 해요!”“엉엉....”유천우는 이미지를 전혀 상관하지 않고 유진우를 와락 끌어안고 통곡했다.억울하고 원망스러운
유천우는 양손으로 허리를 짚고 한쪽 발을 호인국 가슴에 얹어 땅으로 짓눌렀다. 그리고 호되게 욕설을 퍼부었다.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 한마디가 천둥처럼 들렸고 모든 사람의 가슴에 칼날같이 꽂혔다.순간 현장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모든 사람은 충격에 휩싸였고 입을 떡하니 벌리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그들은 유진우가 이토록 고귀한 신분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유천우의 형님, 하늘 아래 둘도 없는 천재, 미래의 서경 왕이었다.짧은 세마다 말이지만 매우 무거운 중량으로 마치 세 개의 큰 산처럼 현장 사람들의 어깨를 짓눌렀다.“누... 누구신지 기억났어. 저분이 바로 연경 전체를 뒤흔들어 놓았던 요괴 유장혁이야!”“뭐? 유장혁이라고? 이미 죽은 거 아니었어? 어떻게 아직도 살아있지?”“유장혁... 유장혁이라니! 맙소사! 우리가 어떻게 이런 재수 없는 사람을 건드렸지?”잠시 침묵이 흐른 뒤 현장은 거센 폭탄이 떨어진 듯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되어버렸다.모든 사람의 시선이 유진우에게로 집중되었다.사람들 얼굴에는 경악과 놀라움, 두려움, 의심의 표정도 있었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대부분이었다.유장혁으로 말할 것 같으면 유씨 가문의 천재이자 진정한 실력자였다. 10년 전부터 이미 천하를 뒤흔들어 그 위세가 매우 당당했다.전 용국에서 수많은 인재가 모두 유진우의 발밑에 짓밟혀 꼼짝하지 못했다.조씨 가문 쌍둥이 별도 그 당시에는 유진우를 높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10년 전의 유장혁은 그야말로 누구도도 따라갈 수 없는 막강한 실력을 갖춘 일인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저 저... 저분이 그 천재 유장혁이라고요?”호인국 얼굴은 벼락 맞은 것처럼 창백해졌다.조정에 오래 머무른 군신으로서 호인국은 그 내막은 몰랐지만 10년 전 사건의 전반 과정을 두 눈으로 직접 보았다.그 싸움은 꼬박 3박 3일로 지속되었다.자금성 전체 백성들을 곤경에 빠뜨렸던 사건이었다.시체가 산더미처럼 쌓였고 피가 모여 강으로 되었으며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그치
선우정호도 당황하여 식은땀을 뻘뻘 흘렸다.유씨 가문 천재! 미래의 서경의 왕!선우 가문은 결국 건드리지 말아야 할 존재를 건드렸다.“망했어! 망했어! 다 망했어!”조군해는 땅에 털썩 주저앉았고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해졌다.그 뒤에 있는 조씨 가문의 고위층 사람들도 절망과 후회로 가득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유진우의 정체가 이렇게 무시무시한 줄 몰랐다. 심지어 이제는 유진우란 이름만 들어도 놀랄 정도로 무서워졌다.선우 가문도 실력이 대단했다. 그 세력이 방대하고 인맥이 매우 넓었다. 심지어 연경에서 병부의 상서와 같은 높은 관직 귀족들을 청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강남 전체를 놓고 말해도 모두 손에 꼽히는 존재였다.그러나 선우 가문이 아무리 세력이 크고 내력이 깊다고 해도 서경 왕부와 같은 큰큰 인물 앞에서는 보잘것없는 존재로 다치기만 해도 여지없이 부서지는 존재로 되고 말 것이다.양측의 차이점은 마치 구름 위로 나는 용과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그 수평 차이가 천차만별이다.왕부 세자인 유진우는 모든 선우 가문의 사람들을 하루아침에 몽땅 파괴할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있었다.곁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모두 불똥이 튈 것이다.“노인네! 이제 알겠어? 감히 우리 형에게 덤벼들어? 명이 너무 길다고 생각한 건 아니지?”유천우는 오만한 자태로 내려다보면서 소리쳤다.“오, 오해... 오해에요!”호인국은 몹시 당황해하면서 즉시 무릎을 땅에 꿇으면서 사과했다.“제가 몰라보고 세자 저하를 오해한 겁니다. 부디 세자 저하께서 소인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말을 마친 호인국은 머리를 땅에 조아리면서 큰 절을 몇 번 올렸다.위세당당했던 병부상서의 위엄은 온데간데없었고 비굴하고 순순히 말을 잘 듣는 사람으로 변했다.평범한 왕부 세자라면 호인국이 이 정도로 이미지를 생각하지 않으며 비굴하게 큰절까지 올리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러나 유장혁은 남달랐다. 서경 왕부의 세자로서 그 천부적인 재능과 실력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권세가 하늘을 찌를듯한 아버지도 배
“유 대표님, 이건 이 대표님께서 준비한 이혼 합의서입니다. 사인 부탁드려요.”청성 그룹 대표 사무실 안.OL유니폼을 입은 장 비서가 A4용지 한 장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그녀의 맞은편엔 수수한 옷차림에 준수한 외모를 지닌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이혼이라니? 무슨 뜻이지?”유진우가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아직도 모르시겠어요? 대표님과 이 대표님의 결혼생활은 이젠 끝이에요. 두 분은 더 이상 같은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요. 대표님의 존재가 이 대표님에겐 걸림돌만 될 뿐이에요!”장 비서가 가차 없이 쏘아붙였다.“걸림돌?”유진우는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그러니까 청아가 날 걸림돌이라고 생각한다는 거야?”두 사람이 결혼할 때 이씨 일가는 한창 저조기에 처해있어 빚더미가 산을 이뤘다.유진우가 그런 이씨 일가를 도와 난관을 극복해 주었다.그런데 인제 와서 부귀영화를 누리더니 이청아가 그를 발로 뻥 차버리다니.“그렇게 생각하셔도 좋습니다.”장 비서는 턱을 치켜세우고 책상 위의 잡지를 가리켰다. 잡지 표지 화면에 절세미인과도 같은 한 여자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유 대표님, 이 타이틀 좀 보세요. 짧디짧은 3년 안에 이 대표님의 가치가 무려 2천억 원을 돌파했다고요. 기적을 창조할 뿐만 아니라 강능 전체에서 가장 핫한 미녀 대표가 되었어요! 이 대표님은 뛰어난 미모와 실력으로 구름 위를 걸으며 만인의 존경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정작 유 대표님은요?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 이 대표님께 전혀 어울리지 않아요. 부디 저 자신을 알고 눈치껏 물러서세요!”유진우가 아무 말 없자 장 비서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계속 말을 이었다.“썩 내키지 않는다는 거 잘 알아요. 하지만 현실이 이런 걸 어쩌겠어요? 전에 이 대표님을 도와준 건 사실이지만 이 3년 동안 대표님은 그 신세를 전부 다 갚았어요. 이젠 유 대표님이야말로 우리 대표님께 신세를 지고 있다고요!”“이 결혼이 한 차례 거래였어?”유진우가 숨을 깊게 들이쉬며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만약
엘리베이터 안.유진우는 낙담한 눈길로 가슴팍의 옥 펜던트를 내려다보았다.진작 예상은 했으나 막상 이혼하니 좀처럼 기분이 후련하지 못했다.그가 바라던 행복은 아주 단순했다. 하루 세끼를 함께하고 소소하고 행복하게 보내는 것뿐이었다.다만 이제야 알게 됐다.소소함도 죄라는 것을.소소한 행복에 흠뻑 빠진 3년이란 세월, 이젠 그만 깨어날 때가 되었다.“띠리링...”한창 넋 놓고 있을 때 휴대폰 벨 소리가 갑자기 울렸다.전화를 받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진우 씨, 안녕하세요. 저는 강능 상회의 안병서예요. 오늘이 진우 씨와 청아 씨의 결혼기념일이라면서요. 제가 특별히 두 분께 선물을 준비했는데 언제 시간이 되실지 모르겠네요.”“고마워요, 병서 씨 마음만 잘 받을게요. 앞으론 이런 거 준비하실 필요 없어요.”유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네?”안병서는 흠칫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그는 문득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회장님, 또 다른 용건 남으셨나요?”유진우가 화제를 돌렸다.“그게 사실... 대표님께 부탁드릴 사연이 하나 있어서요.”안병서가 어색한 듯 마른기침을 해가며 말을 이었다.“다름이 아니라 제 친구가 요즘 이상한 병에 걸려서 온갖 명의를 수소문해 봐도 치료가 잘 안돼서요. 실례지만 진우 씨가 한번 도와주실 수 있을까요?”“회장님도 제 룰을 잘 알고 계실 텐데요.”“물론이죠! 빈손으로 감히 부탁을 청하겠나요. 제 친구 집에 마침 진우 씨가 원하던 용심초가 하나 있어요. 도와만 주신다면 이 희귀한 약재를 보상으로 드리겠습니다.”안병서가 대답했다.“진짜예요?”유진우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렇다니까요!”“좋아요, 그럼 직접 한번 찾아뵙겠습니다.”유진우가 바로 허락했다.그는 돈과 보석 따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지만 일부 희귀한 약재는 꿈에도 오매불망 그릴 정도였다.왜냐하면 그것으로 목숨을 구해야 하니까!“고마워요, 진우 씨. 지금 바로 분부해서 진우 씨 모시러 가겠습니다!”안병서가 한시름 놓인 듯 웃으며 말했다.강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사모님, 무슨 일이시죠?”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감히 누가 손대려고?!”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와, 너무 예뻐!”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유진우 씨, 괜찮으시죠?”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네? 누구시죠?”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