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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화

“꺼져!”

간결한 이 두 글자에 장경화는 겁에 질려버렸다.

평소 한없이 자상하고 늘 웃기만 하던 유진우가 화를 내니 이토록 무서울 줄이야.

그 눈빛은 사람을 잡아먹을 것 같은 기세였다.

“사람 살려요! 구해주세요!”

정신을 차린 그녀는 고래고래 소리 지르기 시작했다.

곧이어 청성 그룹의 경호원들이 와르르 몰려왔다.

“사모님, 무슨 일이시죠?”

그중 경호 대장이 장경화를 알아보고는 곧장 그녀를 편들었다.

“유성빈, 당장 저 녀석 끌어내! 감히, 감히 내 아들을 때렸어.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야!”

장경화가 강경하게 말했다.

“이 자식이! 감히 우리 그룹 문 앞에서 소란을 피워? 죽고 싶어 환장했어?!”

경호 대장이 손을 휘두르자 뭇사람들이 청성 그룹 앞에 몰려들었다.

이건 대표님 어머님께 잘 보일 절호의 기회였다.

표현만 잘하면 승진하고 연봉을 올리며 아름다운 미인과 결혼해 인생의 절정에 오를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뭘 보고 있어? 당장 제압하란 말이야!”

경호 대장이 나서려 할 때 갑자기 앙칼진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감히 누가 손대려고?!”

이때 실버 롱드레스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낸 아름다운 여자가 경호원을 몇 명 데리고 이곳으로 걸어왔다.

강렬한 불꽃과도 같은 새빨간 립스틱에서 요염한 풍채가 한껏 드러났고 살짝 눈웃음 지으니 고혹한 자태에 저도 몰래 스며들 것 같았다.

그녀는 요정처럼 사람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와, 너무 예뻐!”

한 무리 경호원들이 설레는 마음으로 그녀를 훑어보았다.

눈앞의 그녀는 절세의 미인이 따로 없었다!

“유진우 씨, 괜찮으시죠?”

그 여인은 주변 사람들의 뜨거운 시선도 마다한 채 곧게 유진우 앞으로 다가왔다.

“네? 누구시죠?”

유진우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 그의 눈가에 어렸던 표독한 기운도 점차 사라졌다.

“안녕하세요, 저는 조선미라고 해요. 안 회장님의 소개로 왔어요.”

그 여자가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순간 한 무리 경호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조선미? 설마 그 조씨 일가의 따님 조선미를 말하는 거야?”

“헐! 이분이 어떻게 여길 오셨지?”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마주 봤다.

다들 조선미라는 이름을 귀가 닳도록 들어왔다.

외모와 재력과 집안 배경까지 모두 완벽했고 본인의 능력도 엄청 뛰어났다.

22살에 성공적으로 조신 그룹을 전수하고 짧디짧은 5년 사이에 거대한 상업 제국을 만들어 강능에서 명성이 자자한 상업계의 여왕으로 거듭났다!

“당신이었군요.”

유진우는 얼떨결에 머리를 끄덕였다.

그도 당연히 조선미라는 이름을 들어봤지만 안병서와 친분이 있을 거라곤 예상치 못했다.

“진우 씨, 일단 차에 타서 휴식하세요. 이런 날파리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할게요.”

조선미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뒤에 있던 정장 차림의 경호원 네 명이 일제히 다가와 경호 봉을 꺼내 들고 점점 더 가까이 걸어왔다.

비록 인원수로 네 명이지만 강렬한 카리스마에 한 무리 경호원들이 뿔뿔이 뒤로 물러섰다. 아무도 감히 그 네 명에게 다가가지 못했다.

조씨 일가의 경호원들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손꼽힌다!

“유진우 씨, 이만 가보세요.”

다들 꼼짝달싹하지 못하자 조선미가 미소 지으며 그에게 손짓했다.

유진우는 말없이 옥 펜던트 조각을 하나씩 줍고는 그녀의 차를 타고 떠났다.

이 모든 과정에 아무도 감히 가로막지 못했다.

“야! 너희들 뭐 하는 애들이야? 이렇게 그냥 보내버리면 어떡해?!”

정신을 차린 장경화가 버럭 욕설을 퍼부었다.

“사모님, 저분은 조씨 일가의 따님입니다. 우리가 감히 맞설 수 없다고요!”

경호 대장이 괴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조선미가 어떤 신분인지 모르는 자가 없다. 백억을 준다 해도 경호원들은 경거망동하지 못할 것이다.

“속물 같은 것들! 조씨 일가는 감히 건드리지 못하면서 내 딸은 함부로 할 수 있다 이거야?!”

장경화가 사악한 눈빛으로 말했다.

경호원들은 서로 마주 볼 뿐 찍소리도 못했다.

“무슨 일이야?”

이때 인기척을 느낀 이청아 일행이 문 앞으로 나왔다.

“청아야! 드디어 나왔네! 이것 좀 봐. 이현이가 얻어맞아서 이 지경이 됐단 말이야!”

장경화는 황급히 눈물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얻어맞은 자가 그녀인 줄로 착각할 기세였다.

“어떻게 된 일이에요? 누가 그랬어요?!”

퉁퉁 부은 동생의 몰골에 이청아는 순간 표정이 싸늘해졌다.

“누구겠어? 호래자식 같은 유진우지!”

장경화가 계속 불난 집에 부채질했다.

“아까 문 앞에서 마주쳤는데 옥 펜던트를 떨어트려서 현이가 주워서 돌려주려고 했거든. 아니 그런데 그 녀석이 글쎄 네 동생이 물건을 훔쳤다며 모함하더니 두어 마디 실랑이를 벌이다가 손까지 댄 거야! 우리 현이 불쌍해서 어떡해. 도와주려다가 이 지경으로 처맞았어. 빌어먹을 놈!”

장경화는 또다시 대성통곡했다.

“진우가요?”

이청아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 사람 늘 온순한 성격이었는데 왜 갑자기 손을 대요? 엄마랑 현이가 먼저 건드린 건 아니고요?”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 설마 내 말도 안 믿고 호래자식 같은 그 녀석을 믿는 거야?!”

장경화가 분노에 찬 얼굴로 쏘아붙였다.

“사실을 똑바로 알아보려는 거죠.”

이청아가 대답했다.

결혼생활 3년 동안 그녀는 유진우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그는 항상 침착하고 마음이 너그러워 화를 내는 법이라곤 없다.

그런 유진우가 사소한 일로 먼저 손을 대다니, 이는 전혀 앞뒤가 안 맞았다.

“현이가 이 지경으로 얻어맞았는데 아직도 모르겠어? 내 말 못 믿겠으면 경호원들한테 물어봐봐. 이 사람들이 아까 똑똑히 지켜봤단 말이야!”

장경화는 고개 돌려 경호원들에게 곁눈질했다.

“대표님! 사모님 말씀이 다 맞으세요. 아까 그 녀석이 미친 듯이 발광해서 우리가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아마 사모님도 봉변을 당하셨을 겁니다!”

경호 대장이 바로 눈치채고 말했다.

“봐봐! 이래도 내가 그 호래자식을 모함했다고 생각해?”

장경화가 말을 이었다.

“그러게 내가 진작 뭐랬니. 유진우 그 자식은 사람이 덜됐어. 등 뒤에 칼을 숨기고 있다니까. 이것 봐, 이혼하자마자 본모습을 드러내잖아! 현이를 때린 것도 모자라 밖에서 여우 년을 만나고 다닌다니까! 이런 남자는 정말 최악이야!”

이청아가 미간을 확 찌푸리며 엄마의 말에 살짝 동요했다.

‘설마 진짜 유진우의 잘못일까? 금방 이혼했다고 홧김에 복수하는 걸까? 그런 거라면 정말 내가 사람 잘못 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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