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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그 시각, 도로를 달리는 실버색 벤틀리 안에서.

“진우 씨, 할아버지를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하고자 저희 가문의 청룡 카드를 드립니다. 달갑게 받아주세요.”

조선미가 금테를 두른 블랙 카드 한 장을 꺼내 그에게 건넸다.

“이 카드를 소지하고 있으면 진우 씨는 앞으로 우리 가문의 귀빈이 되실 겁니다. 조신 그룹 산하의 모든 산업에서 최상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어요.”

“선미 씨, 제가 원하는 건 이런 게 아니에요.”

유진우가 고개를 내저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이건 그냥 저의 소소한 마음이에요. 안 회장이 말씀하신 용심초는 내일 바로 분부해서 댁으로 가져다드릴 겁니다.”

조선미가 웃으며 말했다.

“선미 씨, 역시 통쾌하시네요. 그럼 넙죽 잘 받겠습니다.”

유진우가 웃으며 청룡 카드를 건네받았다.

조선미가 선뜻 내민 물건은 절대 초라한 물건이 아닐 것이다.

“끼익!”

두 사람이 대화를 나눌 때 기사가 갑자기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차를 길옆에 세웠다.

“죄송해요, 대표님. 그 사람들이 저를 협박했어요!”

기사는 뜬금없이 이 한마디만 남긴 채 부랴부랴 도망쳤다.

그와 동시에 검은색 대포차 두 대가 갑자기 나타나 앞뒤로 벤틀리를 막아버렸다.

이어서 차 문이 열리고 얼굴을 가린 채 손에 몽둥이를 든 십여 명의 사람이 기세등등하게 뛰어왔다.

맨 앞장선 사람은 대머리에 뚱뚱한 남자였다.

“조선미 씨, 저희 사장님께서 뵙자고 하십니다. 함께 가시죠.”

대머리 남자가 칼을 들고 한쪽 발로 차 덮개를 디디며 말했다.

"간이 단단히 부은 모양이네. 지금 감히 내 차를 막은 거야?"

조선미는 당황해하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경호원들이 전부 옆에 있으면 저희도 감히 나서지 못하겠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전부 병원에서 조 어르신을 경호하고 있네요. 옆엔 고작 앳된 남자만 한 명 데리고 있으니 이런 절호의 기회를 우리가 놓칠 리가 있겠어요?”

대머리 남자가 껄껄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머리는 좀 쓰네. 내 기사를 매수할 줄도 알고 말이야. 하지만 나 진짜 너무 궁금해서 말인데 당신들 사장 대체 누구야?”

조선미가 담담하게 물었다.

“가보면 아시게 되겠죠. 내리세요, 당장!”

대머리 남자가 그녀를 다그쳤다.

“나보고 차에서 내리라고? 넌 아직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안 돼!”

조선미는 전혀 그의 체면을 세워주지 않았다.

“정 이런 식이라면 우리도 더는 봐줄 수 없네요!”

대머리 남자가 손을 들어 몽둥이로 도어를 내리칠 기세였다.

그가 이제 막 도어를 짓부수려 할 때 유진우가 불쑥 차 문을 열고 내려왔다.

“선미 씨가 키우는 펫이 생각보다 겁쟁이네요. 나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벌써 지리려 해요? 이런 남자도 마다하지 않는 거예요?”

대머리 남자가 비난조로 웃으며 말했다.

조선미는 미간을 찌푸릴 뿐 아무 말 없이 가방에 손을 넣었다.

“5초 시간 줄게. 당장 꺼져.”

유진우가 차갑게 쏘아붙였다.

“자식! 네가 뭐라고 나불거리는지 알긴 해? 감히 우리 앞에서 미인을 구하는 척이라도 해보게? 죽고 싶어 환장했지!”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찰싹하는 소리와 함께 유진우가 대머리의 뺨을 한 대 후려쳤다.

강력한 힘에 대머리의 목이 돌아갈 지경이었다.

대머리는 휘청거리며 제대로 서지도 못했다.

“X발! 이 자식이 어딜 감히 손을 대? 당장 죽여!”

나머지 사람들이 이를 보자 일제히 앞으로 달려들었다.

유진우는 날렵한 몸놀림으로 인파들 속을 끊임없이 헤집고 다녔다.

가까이 다가오는 사람마다 귀싸대기를 한 대씩 갈겼다.

“찰싹, 찰싹...”

찰진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에 덩치 큰 사내들이 유진우에게 뺨을 맞고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람마다 정확하게 한 대씩 맞았다.

깔끔하고 신속하게 마치 채 썰 듯이 간단명료했다.

이제 막 정신을 차린 대머리가 놀라서 어안이 벙벙해졌다.

눈앞의 앳된 남자가 이렇게 막강할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

한때 칼싸움에서 피를 보며 잘 나가던 십여 명의 부하들도 유진우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했다.

“재밌네.”

조선미가 입꼬리를 올리고 흥미진진하게 지켜봤다.

가방에 숨겨둔 작은 권총도 다시 내려놓았다.

그녀는 애초에 유진우가 고생 좀 할 거로 여겼는데 이토록 막강할 줄이야!

혼자 가뿐히 한 무리 덩치 큰 사내들을 재꼈으니 이런 실력이라면 그녀의 몇몇 엘리트 경호원들보다 한 수 높았다.

뛰어난 의술과 무력, 게다가 준수한 외모까지 지닌 그는 완벽 그 자체였다!

“멈, 멈춰!”

유진우가 가까이 다가오자 대머리가 벌벌 떨며 말했다.

“경고하는데 함부로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내 털끝 하나 건드렸다가... 으악!”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대머리는 복부에 주먹을 맞아 그대로 바닥에 쓰러져 헛구역질했다.

“이젠 선미 씨한테 맡길게요.”

대머리까지 처리한 후 유진우는 자연스럽게 옆에 서 있었다.

“고마워요.”

조선미는 고개를 끄덕이곤 가까이 다가가 대머리를 내려다봤다.

“말해, 너희들 사장이 누구야?”

“그건... 저는...”

대머리가 우물쭈물했다.

“말 안 할 거야?”

조선미가 웃으며 칼을 줍더니 대머리의 목에 대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 칼로 아작을 내줄까?”

그녀는 당장이라도 대머리를 찌를 기세였다.

“아니요! 말해요... 말할게요! 조훈 씨에요... 대박 그룹의 조훈 씨요!”

대머리는 곧바로 항복했다.

목숨을 잃을 판인데 충성이 뭐가 중요하겠는가.

“역시 그 인간이었어.”

조선미가 싸늘한 미소를 날렸다.

“돌아가서 조훈한테 전해. 오늘 일은 일단 새겨두고 있다가 나중에 시간 되면 내가 직접 찾아갈 거라고! 지금 당장 네 부하들 데리고 내 눈앞에서 꺼져!”

“네, 알겠습니다...”

대머리는 식겁하여 오줌을 지리며 부하들을 거느리고 황급히 도망쳤다.

“선미 씨 할아버지께서 먼저 독충에 중독되시고 이젠 또 선미 씨까지 봉변을 당할 뻔했네요. 조훈이란 사람 만만치 않은 것 같아요.”

유진우가 말했다.

“조훈 그 미친개는 두렵지 않아요. 다만 그 인간 뒤봐주는 사람이 따로 있거든요. 풀을 흔들어 뱀을 놀라게 할 필요는 없어요. 일단 제멋대로 날뛰게 며칠 놔둘 거예요. 시기가 성숙하면 그때 다시 단번에 엎어버릴 거예요!”

조선미가 눈을 가늘게 뜨며 말했다.

손을 쓰지 않거나, 아예 단번에 숨통을 자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선미 씨가 생각이 다 있으시네요.”

유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당연히 이 분쟁에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

“그건 그렇고 진우 씨는 정말 우리 가문의 귀인이네요. 할아버지를 구한 것도 모자라 저도 한 번 구했잖아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요.”

조선미가 반짝이는 눈동자로 말했다.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에요. 이게 뭐 별거라고.”

“아니에요, 이렇게 큰 은혜를 입었는데 반드시 보상해 드려야죠!”

여기까지 말한 조선미가 문득 요염하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차라리 제 여생을 맡기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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