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연은 다급히 고개를 돌리며 상혁의 눈을 피했다.상혁이 진심을 아주 명확히 말했지만 하연은 여전히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순식간에 공기 속에 적막이 흘렀다.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상혁이 손을 뻗어 하연의 머리를 쓰다듬었다.“대답 서두를 필요 없어. 잘 생각해. 난 급하지 않아.”하연은 그제야 눈을 들어 상혁을 바라봤다.그 순간 머릿속에 온통 상혁과 그동안 지냈던 모든 장면이 떠올랐다.아마 이 세상에서 상혁보다 더 하연에게 잘해주는 사람을 찾기는 어려울 거다.“상혁 오빠, 저한테 시간을 좀 줄 수 있어요?”“응. 그래.”상혁의 가벼운 대답에 하연은 숨을 돌려 하늘을 바라봤다.하연이 아무리 지난 날의 내려놓으려 해도 마음속 한구석에는 여전히 대학 시절 정의감 넘치던 그 남학생이 남아 있다.하연은 저도 모르게 서준의 얼굴을 떠올렸지만 서준한테서 이제 다시는 예전의 감정을 느낄 수 없다.“최 사장님을 만나야 한다고요. 들어가게 해주세요.”“죄송합니다. 최 사장님은 지금 파티 참석 중이시라 손님을 만나기 어렵습니다.”그 시각, 문 앞에서 경비원이 안으로 들어오려는 안나를 막아섰다.하지만 안나는 안간힘을 쓰며 안으로 들어오려 하며 경비원과 충돌했다.“최 사장님께 드리려고 이 많은 선물을 가져왔는데 제발 들어가게 해주세요.”경비원은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최 사장님의 명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저에게는 그런 권한이 없습니다”안나는 화가 나 발을 동동 굴렀지만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었다.그때, 하연과 상혁이 마침 걸어 나왔고, 하연을 본 안나는 눈을 반짝이며 멀리서부터 손을 흔들었다.“최 사장님, 저는 HY 그룹 안나예요. 전에 만난 적 있는데 혹시 기억 나시나요?”안나한테 무슨 꿍꿍이가 있는지 알 리 없는 하연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때 경비원이 다급히 앞으로 다가와 하연의 의견을 물었다.“최 사장님, 이분이 자꾸만 사장님을 만나고 싶다고 소란을 피웠습니다.”“들어오게 해요.”하연은 손을 휘휘 저으며
안나의 얼굴은 순간 어두워졌지만 이내 설명했다.“예전에는 그랬죠. 하지만 지금은 저와 아무 관계도 아닙니다.”하연이 바보도 아니고, 안나의 태도가 전과 180도 달라진 게 무엇 때문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바로 자신의 진짜 신분을 알았다는 거!하연은 겉웃음을 치며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안나를 바라봤다.“안나 이사님, 일개 비서가 아무리 간이 배 밖으로 나와도 혼자서 이런 짓을 어떻게 벌여요? 누구의 지시를 받지 않은 이상.”하연의 말에 안나의 얼굴은 새파랗게 질렸다 이내 백지장이 되었다.이윽고 뭐라 설명하려고 입을 뻐끔거릴 때, 하연이 기회도 주지 않고 말했다.“안나 이사님, 이렇게 쓸데없는 짓 할 시간에 일에 신경 쓰세요. 밖에 나와 일하면 실적으로 얘기해야죠.”하연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어 상혁과 함께 뒤돌아 떠나버렸다.그 뒤에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 안나는 떠나가는 두 사람을 보며 멍하니 서 있었다.심지어 지난날에 대한 후회 때문에 마음이 말이 아니었다.IM 그룹은 DS 와 FL 그룹과 협력하고 난 뒤 짧은 시간 동안 주가가 단번에 십여 퍼센트 급등해 원래 HY에 투자했던 투자자가 하나둘 모두 IM에 모여들었다.그 때문에 원래 HY와 비등비등하던 IM 그룹은 단번에 HY 그룹을 멀리 떨어뜨렸다.그리고 하연은 계약을 체결한 이튿날 곧바로 B시에 돌아왔다.하연이 회사에 도착하자 일찌감치 기다리고 있던 호현욱이 웃는 얼굴로 하연을 반겨주었다.“최 사장님, 오셨습니까?”하연 역시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계약 체결이 끝나 바로 돌아왔어요. 왜요? 저한테 볼일 있나요?”“최 사장님이 작은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을 듣고 걱정돼서 특별히 와 본 겁니다. 무사한 걸 보니 마음이 놓이네요.”하연은 눈썹을 치며 올리며 대답했다.“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전 별문제 없어요.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아직 끝마치지 못했는데 제가 어떻게 쓰러지겠습니까?”하연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문을 열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문을 닫는 순간 얼굴에 드리
“응.”하연의 대답에 태훈은 칼 하나를 꺼내 택배를 뜯었다. 그랬더니 안에 있던 사진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이에 태훈은 다급히 사진을 모두 주어 하연에게 건넸다.“확인해 보세요.”그 사진을 본 순간 하연은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아떨어지네.”‘이 모든 사건의 배후가 익숙한 사람일 거라고는 생가지도 못했는데.’“민혜경도 연루되어 있다니 일이 재밌어 지네.”하연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지난번에는 민혜경이 운이 좋아 몇 달 사이에 나왔지만, 이번에는 민혜경뿐만 아니라 이번 일에 가담한 사람들에게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건드리면 어떤 책임이 뒤따르는지 알려줘야지.”“최 사장님 이 번 일은 제가 해결하겠습니다.”그 말에 하연은 손을 저었다.“아니야,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할 거야.”그 시각, 자기 계획이 탄로 났다는 걸 알 리 없는 혜경은 하연이 D시에서 이미 죽었다고 확신했다.따라서 기분이 좋아진 혜경은 서준에게서 받은 블랙카드를 들고 백화점에서 쇼핑을 즐기며 크고 작은 쇼핑백에 자신을 위한 선물을 이것저것 고르고 나서야 그만뒀다.이윽고 하연이 운영하는 브랜드숍 앞에 멈춰서더니 뒤에 있는 겨호원에게 말했다.“이 가게 다 엎어! 내가 사들여서 싹 리모델링할 테니까. 해외 브랜드 화장품을 사들여 화장품 매장을 꾸릴 거거든.”“그리고 메이크업 아티스트를 두 명 정도 고용해서 메이크업 서비스도 제공할 거야. 지금 젊은 여자애들은 모두 가꾸는 걸 좋아하니 장사가 잘될 거야.”“...”예나가 그 모습을 모두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 리 없는 혜경은 황홀한 표정으로 자기 미래를 그렸다.그때 예나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물 한 대야를 퍼와 그대로 혜경에게 뿌렸고, ‘아!’ 하는 비명이 들리더니 혜경은 단번에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되어 버렸다.이윽고 예나는 혜경이 반응할 새도 없이 싸늘한 목소리로 비아냥거렸다.“대낮부터 꿈꾸고 있다니. 이제 좀 정신이 들어?”혜경은 얼굴에 묻은 물을 모두 닦아냈지만 여전히 처참한
정예나는 이 말을 듣고 얼굴빛이 급격히 변했다.“뭐라고 하셨죠?”예나의 표정이 당황한 것을 보고, 민혜경은 웃음을 터뜨렸다. 굉장히 거만하고 광기 어린 웃음이었다. 마치 이날이 드디어 온 것처럼.“믿기지 않나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최하연은 D시에서 이미 죽었어요. 곧 이 소식이 당신 귀에도 들어갈 거예요.”그러자 예나는 참지 못하고 완전히 폭발했다. 그리고 빗자루를 집어 들고 혜경을 향해 휘둘렀다. “이 나쁜 년, 추잡하고 더러운 불륜녀, 쓰레기보다 더 쓰레기 같은 년, 내가 여기서 헛소리 못 하게 해 줄게. 내가 널 죽여버리겠어!”혜경은 급히 피하면서도 입을 놀렸다. “하하하, 어디 한번 해봐! 네가 날 욕해도 최하연은 다시 살아나지 않을 거야. 어쩌면 지금쯤 시신도 온전치 않을 걸.”“내가 충고 하나 할게. 하연에게 많은 종이돈을 준비하는 게 좋을 거야. 그러면 저 세상에서 걔가 너를 보호해 줄 거야.”예나는 눈이 붉어지며 혜경의 앞에 다가가 뺨을 세게 때렸다. 하지만 혜경은 아픔을 느끼지 않는 듯 계속 웃음을 터뜨렸고, 옆에 있던 보디가드가 재빨리 예나를 제지했다. 예나는 두 명의 보디가드를 떨쳐낼 수 없어 분통이 터졌고, 결국 보디가드에게 밀려 가게 문 앞에 쓰러졌다.혜경은 잔인한 웃음을 지었고 이내 한쪽 다리를 절뚝이며 허리를 지탱했다. 그러고는 예나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나와 싸우려면 너희는 아직 멀었어. 다음 생애에서도 최하연은 나의 상대가 되지 못할 거야! 안타깝긴 하다. 하연의 죽음을 직접 보지 못했으니. 하하하!”그 말을 끝으로, 혜경은 주저 없이 돌아서서 떠났다. 그리고 예나는 멍하니 서서 그저 혜경의 뒷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곧 예나는 정신을 차렸고 즉시 전화기를 꺼내 하연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하연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예나는 순간 절망에 빠졌다. 그러자 두려움에 가슴이 먹먹해지면서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러내렸다. “하연아, 제발 전화 좀 받아!”예나는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하연은 받지
정예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정말 점점 더 건방지네.”그러자 최하연은 예나를 달래며 말했다. “적이 방심하면 망하기 마련이야. 나도 걔와의 문제를 해결할 때가 됐어.”전화를 끊고 나서, 정태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사장님, 곽대철 씨와 연락이 되었습니다. 내일 저녁 8시에 드래곤 펜션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하연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제시간에 도착할 거라고 전해줘.”이에 태훈이 되물었다. “F 국 본부에 알려야 할까요? 인력을 배치할까요?”“그럴 필요 없어. 우리 지역의 보안 인력을 데려가면 충분해. 여기는 법치 사회이고, 상대도 무모한 짓을 하지 않을 거야.”“알겠습니다, 사장님.”태훈이 나간 후, 하연은 창밖을 바라보며 이 도시의 전경을 내려다보았다. 그러고는 책상을 두드리며 뭔가를 생각하고 있는 듯했다.다음 날, 저녁 7시.훈련된 보디가드들이 DS그룹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고, 하연은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혼자서 회의에 참석했다. 개조된 검은색 자동차는 도로를 따라 달려 드래곤 펜션에 도착했다.“사장님, 도착했습니다.”하연은 검은색 작업복을 입고 있었고 차에서 내려 냉철한 표정으로 펜션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입구에 도착하자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하연 아가씨, 정말 용감하시네요. 혼자서 오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하연은 고개를 들어 40대 중반의 남자를 보았다. 남자는 건장한 피조물에 중년으로 보였다. “곽대철 씨, 소문으로 익히 들었습니다.”하연은 걸음을 멈추고 대철 옆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그리고 자신을 유심히 살펴보는 것을 느꼈다. 하연은 그 남자를 알아봤는데 바로 사진 속 민혜경과 함께 있던 남자, 심영수였다. 영수는 눈빛이 어두워지며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하연 아가씨, 앉으세요!” 대철은 하연을 자리에 앉히며, 곧바로 사람들에게 차를 내오라고 지시했다.“가만히 서 있지 말고, 아라비카 원두를 간 커피를 하연 아가씨에게 타 드려.”하지만 하연은 그 말을 무시하며, 대철 앞에 있는
이 일에 대해 곽대철은 알지 못했기에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일이죠?”그러자 최하연은 가식적으로 웃으며 말했다. “이쯤 하시면 됐는데, 곽대철 씨는 왜 모르는 척하시죠?”이에 대철의 얼굴이 즉시 어두워졌고 옆에 있는 심영수에게 말했다. “영수, 무슨 일이야? 하영 아가씨를 어떻게 건드렸는지 솔직히 말하지?”이 말을 들은 영수의 얼굴이 조금 어두워졌고, 곧 대철의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무언가를 속삭이자 대철은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탁자를 쳤다. “이런 멍청한 놈!”영수는 깜짝 놀라며 대철을 진정시키려 했다.“형님, 화내지 마세요. 제가 그땐 순간적으로 충동을 아니 충동적이었습니다.”대철은 마음속의 분노를 억누르며, 하연 앞에서는 화를 내지 않았다. 심영수는 대철과 오랜 시간 함께해온 오른팔이었다. 그랬기에 지금 하연 때문에 영수를 처벌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연 아가씨, 무슨 오해가 있지 않을까요?”그러자 하연은 대강 상황을 짐작하고 말했다. “곽대철 씨, 저는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어요. 그런데 오해라고요?”대철은 하연의 신분을 알고 있었고 대철은 B시에서 어느 정도 세력을 가졌지만, 하연과 정면으로 맞설 용기는 없었다. 그래서 화해를 시도하며 직접 커피 한 잔을 따라 하연에게 건넸다. “하연 아가씨, 저희 부하가 결례를 범했습니다. 사과의 의미로 이 커피를 제 사과로 받아 주시고 화해하면 안 될까요?”그러자 하연은 냉소하며 손을 뻗어 커피잔을 쳤고 잔이 땅바닥으로 떨어져 깨졌다. 이에 영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당신! 이렇게 무례하게 굴면 형님도 더는 사과하지 않을 거야. 도대체 뭘 원하길래 이러는 거야?”영수의 말에 하연은 눈을 들어 영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건 쉬워요. 심영수 씨 목숨을 원하거든요.”짧은 말 속에 담긴 위압감에 모두가 떨었다. 그들은 한 여자가 이렇게 강력한 기운을 뿜어낼 줄 몰랐다. 몇 초 후, 영수는 비웃으며 말했다. “내 목숨을 원한다고?
“하연 아가씨, 어떻게 하실 건가요?”최하연은 곽대철의 의도를 대략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분명히 말했다. “곽대철 씨, 체스는 체스고, 문제는 문제입니다. 설명이 필요합니다.”대철은 모든 체스 말을 제자리에 놓기 시작했고 체스 말을 움직이며 말했다. “물론입니다. 체스 한판으로 결정합시다. 만약 하연 아가씨가 이기면, 영수를 데려가세요. 제가 막는 일은 없을 겁니다.”“하지만 하연 아가씨가 지면, 우리 사이의 원한은 이로써 끝나는 겁니다. 과거의 일은 모두 잊어야 합니다.”체스판은 도박판 같다는 말이 대체로 이런 의미였다. 심영수는 대철의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아마 대철이 자신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으로 알아들었다. 왜냐하면 체스를 둔다고 하면 대철의 실력은 B시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실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랬기에 하연이 영수와 체스를 둔다면, 이길 가능성이 없었다.“어떻게 하실 건가요? 최 사장님, 도전할 용기가 있나요?” 영수는 조롱하며 말했다. 하연이 이 도전에 응하기만 한다면, 반드시 질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하연은 살짝 고개를 젓자 대철은 하연이 겁먹은 줄 알고 얼굴이 어두워졌다. 그러나 하연이 곧 말했다. “그러기엔 이 판이 너무 작아요.”하연의 말에 대철은 흥미를 느꼈다.“하하하. 하연 아가씨, 이보다 더 큰 내기가 있나요?”그러자 하연은 진지하게 말했다. “이 자리에 오래 계셨죠? 이제 다른 사람에게 자리를 넘겨주는 게 어떨까요?”이에 영수는 불같이 화를 냈다. “그게 무슨 뜻이야! 감히 우리 형님을 건드리려는 거야? 우리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아?”하지만 하연은 영수의 말을 무시하고 대철을 바라보았다. “만약 곽대철 씨가 진다면, 이 작은 조직의 리더를 바꿔야죠. 안 그래요?”대철은 진지한 얼굴로 하연의 말을 고려했다. 그리고 하연이 진지하게 말하자 승리에 대한 자신감이 다시 생겼다.“하연 아가씨, 만약 당신이 이긴다면, 제가 제 자리를 당신에게 넘겨 리더로 인정하겠습니다.”“또한, 하연 아
옆에 있던 심영수가 조용히 말했다. “형님, 잠시 쉬었다 하시는 게 어떨까요?”하지만 곽대철은 손짓으로 영수를 막으며 말했다. “관전하는 사람은 말하지 않는 법이야, 이 규칙도 모르나?”이에 영수는 바로 침묵하며, 시선을 최하연에게로 돌렸다. 하연은 내내 평온하게 체스판을 바라보며, 얼굴에 아무런 감정도 드러내지 않았다. 비록 이번 체스 게임이 인생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었지만, 전혀 당황하지 않았다. 이에 영수는 속으로 냉소하며 생각했다. ‘계속 잘난 척해봐라, 얼마나 버티는지 보자.'“안 돼, 안 돼, 왜 내 캐논을 먹으려고 해.” 대철은 급히 말을 끊으며 말했다. “내가 이 수를 잘못 두었네요. 이 수를 철회할 수 있습니까?”대철은 자기 말을 원래대로 되돌리며 말했다. “영수가 제 사고를 어지럽히는 바람에 생각이 흐려졌습니다. 하연 아가씨, 한 수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하연은 말없이 대철을 바라보았고, 표정으로 대철에게 되묻고 있었다. ‘그게 되겠습니까?’표정으로 거절하는 하연에 대철은 낯빛이 어두워졌고 이를 악물며 말했다.“좋아요, 먹히면 먹히는 거죠!”대철은 자기 말을 체스판에서 빼내었다. 원래 팽팽했던 체스판에서 하연이 분명히 우세를 점하게 되었고 대철의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이토록 강한 상대는 처음이었고 하연의 실력은 예상 밖이었다.대철은 더욱 신중 해졌고, 체스 경기는 한 시간 이상 계속되었지만, 승부를 가릴 수 없었는데 두 사람 모두 인내심이 뛰어났다.“하연 아가씨, 아가씨는 제가 존경하는 첫 사람입니다. 저랑 이렇게 오래 체스를 둘 수 있다니.”대철은 체스를 20년 넘게 연구해 왔다고 대철과 체스를 둔 사람 중에 30수를 넘긴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하연의 체스 실력은 완전히 압도했다.“과찬입니다. 저도 어릴 때 할아버지께 배운 것이 전부입니다. 평소에는 잘 두지 않거든요.”대철은 속에서 피가 끓어오르는 것을 느꼈다.“하연 아가씨, 너무 겸손하시군요.”그리고 하연은 마지막 말을 움직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