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부분은 제가 외부에 분명히 설명하겠습니다.” 이 말을 마친 서준이 곧바로 몸을 돌려 회장실을 떠나자, 민진현이 서준이 나간 문을 향해 찻잔을 던졌다. 산산조각 나버린 찻잔은 아무렇게나 바닥에 널브러졌다.분노를 가라앉힌 민진현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날 좀 도와줘야겠어. 깨끗하게 처리해 주게.”“최하연...”민진현의 어두운 얼굴에 음흉함이 가득해졌다.“우리 민씨 가문이 어느 정도인지, 똑똑히 보여줘야겠어.”...일주일 후.드디어 기항 그룹과 기술 업데이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날이 밝았다. 하연과 정기태가 함께 회의실로 향하는 복도를 걷고 있었다.기항 그룹에서 열리는 이번 회의는 다른 그룹의 임원들도 참석할 예정이었다. 진보한 기술 혁신에 대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그 목적이었다.하연이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성재와 서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앉아만 있었다. 하연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임 대표님, 무슨 일 있으세요? 표정이...”성재가 두 손을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시종일관 웃음을 띠던 성재의 총명한 눈동자에는 뚜렷한 조의만이 가득했다.성재가 우지나를 향해 말했다.“우 상무님, 지금 상황에 대해 최 사장님께 보고드리세요.”“최 사장님, 한 시간 전, 다크 웹에 대량의 나노로봇의 핵심 암호화 파일이 생겨났습니다. 다행히 아직 그 안의 소스 코드를 돌파한 사람은 없는 걸로 보이지만, 곧 돌파하는 사람이 생기는 건 시간문제일 겁니다.”우지나가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이 소스 코드 말입니다. 불과 이틀 전에 DS그룹에 공유된 걸로 알고 있는데, 왜 하필 오늘 정보가 누설된 걸까요?”“그러니까, 지금 우 상무님 말씀은... 우리 DS그룹이 정보를 누설했다는 겁니까?”하연은 몹시 당황스러웠으나 애써 미소를 지어 보였다.“확실한 증거도 없이 함부로 말씀하시면 곤란합니다.” “DS 그룹에 정보를 공유한지 며칠도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의심을 거둘
성재 역시 우지나와 같은 생각인 듯했다. “최 사장님, 지금 농담하실 때가 아닙니다. 지금도 해커들은 암호를 해독하고 있을 거예요.” “제가 아니라면 아닌 겁니다.”하연이 자신만만하다는 듯 의자 등받이에 기대어 앉고는 고개를 돌려 작은 목소리로 정기태에게 물었다.“오고 있습니까?”정기태가 고개를 숙인 채 대답했다.“10분 내로 도착하실 겁니다.”하연이 가볍게 웃으며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오실 분이 한 분 더 계십니다. 모두 저와 함께 내려가 맞이해주시죠.”회의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심지어는 하연이 농담을 하고 있는 것이라 여기는 사람도 있었다.“지금이 어떤 때인데, 다 같이 한 사람을 마중 나가자는 겁니까? “최 사장님, 아직도 사태에 대한 심각성을 파악하지 못하신 모양이군요!”“답답합니다, 정말!”하연은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지 않는 듯했다. 하연이 자리에서 일어서며 말했다. “나중에 저를 따라오지 않은 것에 대해 후회나 하지 마십시오.”서준이 하연을 따라 몸을 일으켰다. “저는 최 사장님과 함께 가겠습니다.”성재는 마음이 편치 않았으나, 두 명의 대주주의 뒤를 따를 수밖에 없었다.세 명의 고위 임원들이 회의실을 떠난 상황에서, 어찌 한낱 주주들 따위가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있을 수 있겠는가.다른 방법이 없던 주주들 역시 하나둘씩 하연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하연을 선두로 한 강대한 무리의 사람들이 한 사람이 나타나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몇 분 후, 노란색 택시 한 대가 기항그룹의 입구에 멈춰 섰다.모두가 서로를 쳐다보며 웅성거리기 시작했다.“누구야?”“거물 급 인사인가 봐.” 곧이어 190이라는 큰 키에 온화한 외모를 가진 한 남성이 차량에서 내렸다. 그 남성은 검은색 사복을 입고 있었으며 절제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왔구나!”하연이 빠르게 달려가 최하경을 끌어안은 후, 귀에 대고 속삭였다.“오빠, 부탁 좀 할게요!”“응, 별거 아니더라.”하경이 담담하게 말했다
“그렇죠, 우 상무님?”하연이 우지나를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하고는 싱겁다는 듯 웃었다. 갑자기 우지나가 호명되자, 회의실의 모든 사람들이 어색하게 웃기 시작했다. “최 사장님 말씀은...”하연이 손가락에 끼워진 푸른색 다이아몬드 반지를 만지작거리다가 화살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우지나를 쏘아보며 말했다.“우 상무님, 왜 마지막으로 올라오신 겁니까?” “저요?”우지나가 스스로를 가리켰다.“그저, 화장실에 다녀왔을 뿐입니다.”“최 사장님, 정말 열심이시군요. 부하 직원이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까지도 관리하시니 말입니다.”“화장실에 다녀오는 것만큼 간단한 일이 아니었던 것 같아 여쭙는 겁니다.”하연이 정기태로부터 받은 자료를 우지나의 앞에 내팽개쳤다.“기항그룹의 주식을 사들이고 있던 사람들에게 빨리 손을 떼라고 전하러 갔던 거 아닙니까?” 하연이 내팽개친 자료를 훑어본 성재가 하연의 뜻을 알아차렸다. 하연의 목소리가 광풍과 폭우 전의 고요함과 같이 낮게 깔렸다. “우 상무님,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 우지나는 자신의 앞에 내팽개쳐진 자료들을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자세히 보니, 우지나의 얼굴은 창백하여 입술도 떨리고 있었다. 게다가 식은땀까지 흘리며 긴장하고 있는 듯했다. “최대한 은밀히 진행한다고 한 건데, 이 여자한테 들켜버리다니!”하연이 웃기 시작했다.“제가 모은 증거만으로도 이미 충분합니다.”“우리 DS그룹과 정보를 공유할 때, 고의적으로 나노로봇에 대한 소스코드를 주식 시장에 유출한 후, 주식투자자들을 공포에 떨게 하여 주식을 헐값에 팔아 치우게 하고, 어부지리로 더 많은 기항그룹의 주식을 손에 넣으신 거 아닙니까?” “임 대표님, 우 상무님께서 솔직하게 사실을 털어놓으실 생각이 없으신가 봅니다.”“임 대표님, 제가 사람을 시켜 기항그룹의 주식을 사들이라고 한 건, 그저 주식이 외부인의 손에 넘어갈까 걱정됐기 때문입니다. 오해는 마십시오. 정말이지 다른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마음을 다 잡은 우지나가 분주하게 변
“임 대표님은 임 대표님 일에만 신경 쓰시죠.”서준이 눈살을 찌푸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와 관련된 문제는 이미 해결됐습니다. 단지, 세상 물정에 다소 섭섭할 뿐이지요.”성재가 서준에게 물 한 병을 건넸다. “한 대표님, 곧 약혼하신다고 들었습니다.”“아직 결정된 건 아닙니다.”서준이 성재가 건넨 물병을 밀어내고는 긴 다리를 뻗으며 회의실을 떠났다. ...돌아가는 길.하경이 침묵을 깨고 말했다. “아까 네 편을 들던 사람이 한서준이야?”하경의 말을 들은 하연은 다소 화가 난 듯했다.“누가 내 편을 들었다는 거예요? 그 사람은 돈이 중요했을 뿐이라고요!”하경이 고개를 끄덕였다.“그 사람, 그런대로 잘 생겼더라. 근데 여자 안 좋아하잖아. 너랑은 안 어울려. 헤어지길 잘했지.” 하경의 말에 하연은 말문이 막혔다.‘못 살아 정말...’ “그래요, 그래서 오빠 말대로 헤어졌잖아요.” 하연이 서준과 결혼식을 올릴 당시, 하경은 바다 건너에서 업무에 시달리고 있던 터라 결혼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경은 매제의 인품을 증명하기 위하여 특별히 서준의 노트북을 해킹했었다. 하경은 해킹한 노트북을 이용하여 서준을 탈탈 털어보려 했지만, 놀랍게도 서준의 노트북에는 남자라면 좋아할 만한 그 어떤 것도 저장되어 있지 않았다. 그래서 하경은 서준이 무성욕자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고, 근거를 정리하여 하연에게 메일로 보냈으나 철저히 무시당했었다. 단 한 번도 사랑을 나누지 않았던 지난 3년간의 결혼 생활을 돌이켜보자니, 하연은 서준이 부부생활을 할 수 없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럼, 도대체 민혜경은 어떻게 그 사람의 아이를 가진 거야?’ “근데 오빠, 왜 이번에도 혼자 왔어요? 내 새언니 될 사람은요?” “몰라, 꿈속에 있는 건지,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건지... 아무튼 아직 못 만났어.”하경이 상큼한 표정으로 대답했다.“내가 이래라저래라 할 일은 아니지만, 빨리 찾아봐요. 더 미루다 가는
차문이 열리자 하연이 차에서 내렸다.“아, 오랫동안 근육을 안 썼더니 온 몸이 근질근질하네.”그녀는 눈앞에 서있는 사람들을 훑어보았다.“한꺼번에 덤빌래? 아니면 한 명씩 덤벼보던가?”칼을 든 이 건장한 남자들은 보기와 달리 강한 하연을 상대로 한번 싸워보고 싶었다. 풀숲으로 나가떨어져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동료를 확인하고 다시 차 안을 들여다보니 하연이 다른 일행 없이 혼자인 것을 알고 일순간 마음을 놓았다.문신을 한 남자는 담배를 물고 부하의 머리를 옆으로 밀어젖히고 하연 앞으로 왔다.“너도 보다시피, 우리가 수는 더 많다. 눈치 있게 회장님 반지를 내놓으면, 네가 좀 덜 다치는 거지.”하연은 비웃으며 말했다.“민진현이 보낸 패거리들이군.”“멍청한 것, 뭐 그렇게 질문이 많아, 내놓을 거야, 말 거야?”하연은 재빨리 문신한 남자가 피우던 담배를 빼앗아 꽁초를 그의 이마에 비벼서 끄고 이어서 옆차기를 하여 그를 한쪽으로 치워버렸다.하연이 싸늘한 얼굴로 말했다. “말 많으면 짜증나지, 너부터 맞자.”“젠장, 감히 나를 때리다니!” 문신남은 땅에서 버티며 입속에서 빠진 이를 뱉어냈다.“저 여자 치워!”모두 덤벼 하연을 에워싸고 덤볐지만 연이어 비명을 지르며 멀리 나가떨어졌다.10분도 안 되어 모두 바닥에 누워 곡소리를 냈다.하연은 문신남 앞에 가서 경멸하는 눈빛으로 말했다.“네가 얘들 두목이야?”“뭐... 그렇다고 할 수 있죠.”“방금 나를 치우라고 했을 때는 이 말투가 아니었는데.”하연은 그를 발로 걷어찼다.“두 사람씩 밧줄로 묶어서 경찰서로 끌고 가세요.”“아! 예쁜 누님, 괜찮습니다. 다음에 절대 또 덤비러 못 옵니다.”“나한테 맞아 이 거리에서 죽고 싶은지, 아니면 경찰서 가서 자수하든지 네가 선택해.” 하연의 눈빛이 점차 험악해졌다. 문신남은 하연의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뼛속 깊이 느꼈다.“야, 튀어. 빨리 튀어!”문신남은 하연이 생각을 바꿀까 봐 얼른 대응했다. 하연의 싸움 솜씨가 보통이 넘어서
[그리고, 안부르면 안 올 거냐?]하민은 영상통화 분위기가 좀 얼어붙자, 긴장을 풀려고 하성에게 직접 물었다.하성은 호되게 혼나고 나서 얼굴을 들지 못했다.“그럴 리가, 할아버지의 생신에 어떻게 감히 안 갈 수 있겠어.”하연이 뒤에서 몰래 웃었다. ‘셋째 오빠 다룰 수 있는 사람은 큰오빠와 할아버지뿐이구나.’최동신은 나이에 비해 꽤 정정한 편이었다.[하연이의 나노로봇 프로젝트를 잘 도와라.]최동신은 최하경에게 당부했다.“아이고, 할아버지, 둘째 오빠한테 말 안 하셔도 돼요. 오빠도 최선을 다할 거예요.” 하연은 두 오빠의 목을 양팔로 껴안고 환하게 웃었다.하경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물론이죠.”하연이 지금 이렇게 사업에 전념하는 것을 보고 최동신은 마음이 놓였다.[할아버지 이제 쉬셔야 해. 끊는다.] 최하민이 화면 앞으로 나와 말했다.가족은 그제야 영상통화를 마쳤다....거실에서 민진현은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다.그는 좋은 소식을 기다리며 습관적으로 엄지손가락을 어루만지다가 아끼던 백옥 반지를 아직 되찾지 못한 것을 깨닫고 마음이 울적해졌다. 하지만 곧 되찾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다시 기뻐서 트로트 곡조를 흥얼거렸다.한쪽에 서 있던 집사는 오랫동안 앉지도 못하고 서서 내내 시간만 확인했다. 아까 보냈던 사람들이 아직도 답장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민진현의 흥을 깰까 봐 슬그머니 다른 쪽으로 가서 문신남에게 전화를 걸었다.수차례의 통화 시도 끝에 겨우 연결되었다.“이봐! 너희들 뭐 하는 거야? 이런 사소한 일을 아직도 못 끝냈어? 그 여자 물건 뺏었어?”[여기는 경찰서입니다. 마침 관계자들을 찾고 있었는데 지금 서로 나와주십시오.]수화기 너머의 목소리가 울렸다.집사는 놀라서 핸드폰을 바닥에 떨어뜨리고 얼른 민진현에게로 달려갔다.“회장님, 큰일났습니다. 그 사람들이 지금 경찰서에 있답니다. 지금 회장님께 좀 오시라고 하는데요!”민진현은 놀라서 찻잔뿐만 아니라 찻주전자까지 모두 깨뜨렸다.‘반반한 얼굴 하나 믿고
[내 말이 맞잖아?] 하연의 조롱하는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로 들렸다.한서준은 전혀 사과하지 않았다.“민진현은 네가 상대할 만한 사람이 아니야. 다 너를 위해서라고.”[나를 위해주는 척은 됐어, 그 인간이 공격해오면 나도 나대로 방법이 있어!]전화가 갑자기 끊기고 점차 어두워지는 핸드폰 화면을 보면서 서준의 눈에서 분노가 일었다.‘이런 바보 같으니!오늘 내 말 안 듣고, 그때 가서 어떻게 하는지 보자!’이때 차 앞좌석의 비서가 보고했다.“한 대표님, 구동후 실장님이 F국 쪽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겼다고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직접 가보셔야겠습니다.”한서준은 눈을 감고 숨을 잠깐 멈추고 생각에 잠겼다.“알았어, 가장 빠른 비행기편으로 예약해.”F국 쪽의 업무도 중요하기 때문에 구동후를 보내서 정세를 살피는 중이었다.최근 회사의 업무에서 손을 뗄 수 없었다. 하연이 있을 때보다 훨씬 바빠진 것은 사실이었다.‘최하연, 한 번쯤 고생해봐도 좋겠지. 다 잃고 가진 게 없을 때 손을 내밀어 도와주고 다시 HT그룹으로 돌아와서 도와달라고 하는 편이 훨씬 쉽겠지...’...하연이 전화를 끊은 후 고개를 돌리자 하경이 하성과 통화중인 것을 발견하고 달려들어 끊게 하려고 했다. 이미 통화가 끝난 것을 보고 손을 놓았다.“방금 왜 전화 못 하게 했어? 네 그 찌질한 전남편 욕할 거였는데!”“요새 좀 덜 맞아서 몸이 근질근질하지?”하경이 눈빛으로 경고하자, 하성은 즉각 고분고분하게 말을 들었다.하연은 서준과 통화한 후 답답한 마음이었다. 그런데 오빠들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고 갑자기 언제 그랬냐는 듯이 마음이 개운해졌다. 전 세계를 적으로 둘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내내 뒤에서 응원해주는 가족과 친구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가족과 친구들이 바로 하연의 전부였다.하연은 가볍게 웃었다.“둘째 오빠, 좀 살살 해. 셋째 오빠 팔이 이제 좀 나았는데.”“그래! 사랑하는 동생을 이렇게 험하게 다루다니! 나중에 큰형이랑 할아버지께 다 말할 거야!”하성
“안 돼, 이럴 때일수록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해. 다른 사람들이 내가 무서워한다고 느끼게 하면 안 돼.”‘그런 뜬소문으로 나를 굴복시키려고?’‘내 사전에 ‘굴복’이라는 단어는 없어!’하연은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했다.DS그룹 빌딩 안.문화 예술계 기자들이 이미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다.빨간 포르쉐 한 대가 그들 앞에 세워져 있다.차 안의 정기태가 말했다.“사장님, 선글라스를 쓰거나 모자로 가리시겠어요? 이 사람들이 함부로 사진 찍는 것 때문에 언짢으실 수 있습니다.”“아니요.” 하연은 밝은 웃음을 지으며 차량의 룸미러를 향해 자신의 화장을 보면서 아름다우면서도 예리함이 느껴지는 것을 보고 아주 만족해했다.“그런 루머들에 휘둘릴 내가 아니라는 걸 보여줄 거야.”기태는 먼저 차에서 내렸고 한쪽의 경호원들은 이미 인간띠를 만들어 기자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기태가 차문을 열고 하연이 차에서 내리는 것을 맞이했다.고급 큐빅이 박힌 치마를 입어 하연의 온몸이 눈부시게 빛나고, 여전히 빈틈없는 완벽한 웃음을 보였다. 기자들은 흑역사가 만천하에 공개된 하연이 대중 앞에서 얼굴을 못 들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연은 전혀 그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카메라 플래시가 쉬지 않고 터지자 하연은 확신에 찬 눈빛으로 안으로 들어갔다.“최하연 씨! 결혼 중 외도한 것에 대해 한 대표님께 사과할 생각입니까?”“이 결혼에서 얼마나 오랫동안 사이먼과 부적절한 관계였습니까?”“그 학교폭력 피해자들의 이름을 아직 기억하고 있습니까?”“죄값은 어떻게 치를지 생각해 보셨습니까?”이때 기자의 뒤쪽에서 밀크티 컵이 날아와 최하연의 뒤통수를 내리치려 하자 한 그림자가 재빠르게 나타나 손으로 컵을 막았다.하민의 눈동자는 날카로운 화살처럼 컵이 날아온 방향을 확인하고 한쪽의 경호원들을 향해 달려갔다.“컵 던진 사람을 찾아라.”“네!”하연은 갑자기 나타난 하민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코끝이 찡해져서 하민의 팔을 붙잡고 기대어 섰다.어려움이 닥쳐서 도움이 필요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