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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9화 일부러 그러는 거야

참 공짜로 보기 아까운 공연이라는 생각에 소은정이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 공연에 맞춰주고 싶지 않았다.

소중한 인생을 왜 다른 사람의 생쇼를 보는데 허비해야 하지?

“자리 옮기자. 보고 싶지 않은 사람 얼굴 보는 거 이제 그만할래.”

소은정이 한유라에게 말했다. 물론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란 박수혁을 가리켰다.

그런 소은정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한유라는 괜히 그녀를 여기까지 끌고 온 게 후회가 되었다. 한유라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은정은 핸드백을 들고 바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유라가 주차해 둔 차를 끌고 오는 동안 소은정은 조용히 호텔 문 앞에서 기다렸다.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조용한 밤, 소은정은 괜히 하이힐 끝머리를 툭툭 건드렸다.

이때 뒤에서 누군가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은정아, 서민영도 받아야 할 벌을 받았고 우리... 친구라도 하면 안 될까?”

소은정에게 다가온 박수혁이 물었다. 지금까지 친구라도 하자며 다가오는 여자들을 우습게 매정하게 쳐내던 그였는데 그 방법을 소은정에게 쓰게 될 줄은...

그때 그에게 다가오던 여자들도 이런 마음이었을까? 친구라는 단어로 옆에 묶어놓고 싶을 만큼 간절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그는 소은정에게 미안한 게 너무 많았다. 적어도 그동안의 실수를 만회할 기회라도 받고 싶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두 사람 사이를 막던 서민영까지 사라졌으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다.

“나 친구 많아. 그리고 난 아무하고나 친구 안 해. 당신 같은 사람과는 친구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

고개를 든 소은정이 비아냥거렸다. 소은정의 확신에 찬 거절에 박수혁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반면 소은정은 박수혁과 친구가 아니라 아예 모르던 사이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 굴뚝같았다.

“설마... 내가 서민영 그 여자 때문에 당신을 싫어한다고 생각해? 이제 서민영도 사라졌으니 내가 당신을 용서해 줄 것 같아?”

소은정의 입가에는 미소가 피어오르고 박수혁의 안색은 무거워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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