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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화

그 말에 지유의 발걸음이 멈췄다.

싸늘한 한기가 발끝으로부터 천천히 몸을 감싸는 듯한 느낌이었다.

지금 저게 무슨 말이지?

그녀와 결혼한 게 할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지분 때문이라니?

지유는 몸을 뻣뻣하게 돌려 서재 쪽을 바라보았다. 작은 문틈으로 두 사람의 모습이 똑똑히 보였다. 여희영은 지금 화가 잔뜩 난 채 서 있었고 여이현은 다리를 꼰 채 소파에 앉아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네.”

짤막한 그의 대답에 지유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이현이 그녀와 결혼을 결심한 건 할아버지 지분이라는 조건 때문이었다.

결혼식 당일 밤 그녀와는 아무런 사이로도 발전할 생각이 없다고, 그녀에게 주제를 알라는 듯이 말했던 것 모두 그 이유 때문이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저 장기 말일 뿐이었다.

“네가 쉽게 타협할 애가 아닌 건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러면 지유는? 너 이거 지유한테 못 할 짓 하는 거야.”

이현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보상해줄 생각이에요.”

여희영은 아무렇지도 않은 그의 태도에 더욱더 화가 났다.

“지유한테 잘해준 게, 그게 다 보상이었다는 소리니?”

이현은 잠깐 멈칫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네, 맞아요.”

지유는 그의 말에 심장이 찢기는 듯한 고통이 밀려와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그녀는 뒤로 휘청거리며 벽을 짚었다.

보상 때문이었다고?

다정하게 챙겨주던 그 모습이 전부 다 보상 때문이라고?

이용한 게 미안해서 마음에 걸려서 그래서 잘해줬던 건가?

지유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 울음이 새어 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여이현, 너 대체 왜 이렇게 됐니? 대체 언제부터 목적을 위해 수단과 방법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된 거냐고! 지금의 널 보고 있으면 네 엄마가 보이는 것 같아서 치가 떨려. 정말 실망이다.”

여희영은 지금 상당히 흥분하고 있어 목소리도 무척이나 컸다. 지유는 두 사람의 대화를 더 들을 용기가 없었다. 여기서 더 많은 걸 알게 되면 상처받는 건 어차피 자신일 테니까.

지유는 도망치듯 그 서재에서 멀어져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더니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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