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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화

케이스 안에는 다름 아닌 아까 이현이 낙찰받았던 에메랄드 보석 팔찌가 들어있다.

지유는 안쪽으로 들어와 이현에게 말했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이쪽으로 와.”

지유가 그의 옆으로 다가가자 이현은 케이스를 열더니 모두가 보는 앞에서 팔찌를 지유의 손목에 끼워주었다.

그 모습에 승아의 얼굴은 굳어지고 여진숙은 당황한 듯 다급하게 물었다.

“너, 너 그거 승아 주려고 낙찰받은 거 아니었니?”

“승아는 엄마가 옆에서 챙겨주잖아요. 저까지 챙겨줄 필요 있어요?”

이현이 단호하게 얘기하자 여진숙이 입을 꾹 닫고 미간을 찌푸렸다.

지유는 갑자기 손목이 무거워지는 듯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건 200억짜리 팔찌였다.

한 번도 이런 비싼 물건을 지닌 적 없는 그녀였던 터라 지금 상당히 어색하고 불편했다.

“이건 너무 비싸요. 이 팔찌 끼고 다니다가 보석에 흠이라도 생기면 어떡해요?”

지유가 서둘러 다시 팔찌를 빼려고 하자 이현이 그녀의 손을 덥석 잡으며 의미심장한 얼굴로 얘기했다.

“이건 내가 너 주려고 낙찰받은 거야. 그러니까 잃어버리지 말고 잘 간직해.”

올곧게 마주 오는 그의 시선을 보고 있자니 이 팔찌가 그에게는 무척이나 큰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의미 있는 물건은 지금 그녀의 손목 위에서 반짝거리고 있다.

이건 그가 그녀에게 주는 일종의 명분 대신일까?

지유는 팔찌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한참 뒤에야 답했다.

“네, 그럼 잘 간직할게요.”

이현은 그녀의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위로 올리고 웃었다.

“이제 와서라고 하기 민망하지만 이 팔찌 너랑 결혼할 때 못 해줬던 선물이라고 생각해.”

“새삼스럽게 무슨 선물이에요. 이미 충분히 많은 걸 주셨잖아요.”

그들의 혼인에 사랑은 없었지만 이현은 단 한 번도 그녀에게 돈 쓰는 걸 아끼지 않았다. 언제나 제일 좋은 것들로만 주었다.

그런 점을 고려해 보면 이 남자는 충분히 좋은 사람이었다.

승아는 다정해 보이는 두 사람을 보더니 눈물을 흘리며 방을 뛰쳐나갔다.

“승아야, 승아야!”

여진숙은 승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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