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호흡은 점점 더 가빠졌다. 나는 점점 더 무거워지는 질식감에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살려는 의지 하나만으로 내 목을 잡고 있던 신호연의 손을 마구잡이로 후벼댔다. 지난날의 사랑은 사라져 없어졌고 내 눈앞의 신호연은 언제든 나를 죽일 수 있는 악마다.눈앞에서 샛별이 흩어지고 신호연의 험상궂은 얼굴이 점점 희미해지며 의식을 잃으려는 순간 나는 신호연에게 뿌리치듯 내동댕이쳐져 복도 벽에 심하게 부딪혀 심한 통증과 질식으로 잠시 기절했다.나는 목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였다. 갑자기 폐로 들이닥친 신선한 공기에 심한 기침이 났고 나는 마치 죽음의 문턱에 있는 금붕어처럼 공기를 들이마시며 웅크리고 있었다.복도에서 시어머니와 신연아는 냉랭한 눈으로 나의 상태를 외면하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그들의 무관심에 감탄했다.신연아는 득의양양한 얼굴로 말했다.“한지아, 이제야 너도 업보가 뭔지 알겠지? 하하하! 오빠, 진작부터 위엄을 보여 줬어야 했는데 쟤는 매를 맞아도 싸.”신호연은 칭찬받아 더 우쭐거렸다. 마치 어젯밤 병원에서의 초라한 모습은 잊은 채로 말이다. “내놓을 거야 말 거야!”신호연은 화가 나서 소리쳤다. 그는 마치 미쳐버린 짐승 같았다. “난 당신이 쓸모가 있을 줄 알았지. 배현우를 이용해서 프로젝트를 따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당신이 어리석은 짓을 저지르다니, 정말 아무런 쓸모도 없어! 언제까지 배현우가 널 만나줄 것 같아?”“너 드디어 진실을 말하는구나. 비열한 녀석!”나는 신호연을 쳐다보며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말해, 너희들 대체 어디까지 간 거야? 같이 잔 거야? 넌 계약서 하나 못 따내고 지금 나한테 이렇게 위세를 부리다니. 한지아, 오늘 네가 삼킨 것들 다 나한테 뱉어내야 해.”말을 마치자마자 그는 내 몸을 향해 두 발을 세게 걷어찼고 뼈아픈 통증은 내 몸과 마음을 갈라놓았다. 나는 통증 때문에 숨을 크게 들이켰고 이내 눈앞이 흐려졌다.신호연은 또 재빨리 허리를 굽히고 손을 뻗어 내 머리카락을 움켜쥐면서 내
이미연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허둥지둥 전화기를 들었다. 비서에게 전화를 걸어 비서더러 기자를 안배하라고 했다. 그리고 나는 이미연에게 말했다.“찍어... 나 사진 찍어줘, 당장.”이미연은 내 말을 듣고 이를 악물면서 휴대폰으로 여러 각도로 내가 폭행당한 흔적을 찍었다.그리고 이미연은 지난번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람과 구 변호사를 다시 불러들였다.신호연은 내가 이미연에게 이런 일을 안배하게 하자 당황해하며 멀리 있는 나에게 소리쳤다. “한지아,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경찰에 신고해도 날 어떻게 할 수 없어. 여긴 내 집이고 부부끼리 부부 싸움을 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너 이 개자식, 그 입 다물지 못해?”이미연은 신호연을 향해 칼을 던졌다. 신호연은 놀라서 재빨리 안방으로 뛰어들어서야 칼을 피할 수 있었다.이미연은 이런 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물이 터져 나왔다. 그런 이미연을 향해 나는 말을 뱉었다.“울지 마, 나 안 죽어. 그리고 신호연은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길에 들어섰어.” 경찰과 아동보호전문기관 사람들이 도착한 후, 나는 집문서의 사본과 내 증명서를 꺼내 언론사들 앞에서 내가 구타당한 과정을 하나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이야기했다.그렇지 않아도 신호연의 불륜 스캔들 파문이 가라앉지 않은 데다가 이번에 또 새로운 기사가 폭로된 셈이다. 또 구 변호사는 나와 신호연이 이혼 사건을 처리 중이라는 증거를 제시했다. 그들은 신호연한테 아무런 설명의 여지도 주지 않고 세 사람은 모두 경찰에 연행됐다.서울에서 또 폭발적인 기사가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신호연, 증여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병이 위독한 장인어른을 속이고 불륜녀를 데리고 집에서 아내를 폭행][한지아 집안 발칵 뒤집히고 화가 나 쓰러져 병원 입원]나 한지아가 이혼서 한 장을 이렇게 창피한 방법으로 얻어야 할 줄은 상상도 못 했다.저녁, 나는 이미연에게 나를 대신해 어머니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주면서 나는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 못 간다고 전해주라고 했다. 아직 몸을 움직일
그의 말을 듣고 나는 코가 시큰시큰했고 전례 없는 따뜻함을 느꼈다.차가 움직이자, 나는 그에게 어디로 가느냐고 물었다. 배현우는 대답 대신 내 턱을 쥐고 내 얼굴을 찬찬히 살폈다. 나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반쯤 붉어진 얼굴로 그를 한번 바라보고 앞의 운전기사를 바라보았다.“뭐 하는 거예요?”그는 손을 뻗어 버튼을 누르자 차 안의 가림막이 올라가고 우리가 있는 곳은 하나의 밀폐된 공간으로 되었다. 저는 천우그룹의 조건이 정말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역시 대기업이야, 회사 직원에게 이렇게 좋은 대우를 해주다니. 하긴, 배현우는 본사 사장의 비서이니 말이야.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니...’배현우는 다정하게 말했다.“어디 다쳤는지 좀 볼까요?”“어? 아, 안 다쳤어요! 다 봤으면서!”나는 그의 시선을 피하며 숨겼다.“그럼, 그 사진들 다 지아 씨가 조작한 건가요?”그의 목소리가 다시 퉁명스러워졌다.“지아 씨가 직접 저에게 보여줄래요? 아니면 제가 직접 할까요?”나는 순간 호흡이 가빠 올랐다.‘이건 너무 썸 타는 사이 같잖아...!’‘내가 다친 곳은 다 보여주기 불편한 곳들인데... 낯선 남자에게 보여 줄 만큼 그렇게 개방적이지 못한데...’“진짜 아니...”내가 뒷말을 마치기 전에 그는 나를 잡아당겨 자신의 품에 안았다. 등의 상처가 그의 단단한 근육에 닿자 나도 저도 모르게 “아!”하는 소리를 냈다.배현우는 내 표정을 보고 다짜고짜 내 옷을 걷어 올렸다. 나는 깜짝 놀라며 내 가슴팍을 가렸다.“현우 씨, 심한 거 아니에요!”그런데 앞가슴 복부의 퍼런 큰 멍이 드러나면서 나는 배현우의 손이 굳어지는 느낌을 알 수 있었다.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들어 그를 바라보니 그의 얼굴은 싸늘하다 못해 무서웠다. 배현우는 손가락으로 가볍게 내 상처 난 부위를 쓸었고 나는 긴장해서 근육을 팽팽하게 했다.그는 나를 한 번 보고는 또 가볍게 내 몸을 밀어내 등을 한 번 보았다. 비록 앞의 상처보다 적었지만, 그가 보기에는 충분히 놀랄 만
얼마나 지났을까, 귓가에 들려오는 얕은 소리에 몽롱하던 정신이 돌아오는 듯했다.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흐릿하던 시야가 차츰 뚜렷해졌고, 그 시야에 불쑥 들어온 건 끔찍하리만치 잘생긴 얼굴이었다. 깜짝 놀라 일어나려 했으나, 가슴을 찌르는 따끔한 고통에 저도 모르게 ‘흡’ 신음을 냈다.“뭘 그렇게 놀라는 거예요?” 낮게 갈라진 음성이 들려왔다.놀랍게도, 우리는 아직 차 안에 있었다. 신이 한 땀 한 땀 고심하며 빚은 듯 잘생긴 그의 얼굴 뒤로 서서히 지고 있는 태양이 보였다. 석양이 하늘 전체를 오렌지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맙소사. 몇 시예요? 콩이 데리러 가야 하는데!” 나는 다급하게 그를 살짝 밀치며 말했다.“이미 지아 씨 폰으로 친구분께 대신 데리러 가달라고 말했으니까 걱정 마요.”그가 무심히 한마디 더 보탰다. “근데 지아 씨, 저 이제 다리에 쥐 날 것 같아요.”나는 그제야 그의 품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부끄러워 고개를 푹 숙이고 입을 삐죽거렸다.“저... 얼마나 잤어요?” 나는 쑥스러움을 감추려 얼른 똑바로 앉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물었다.“두 시간 조금 넘었죠.”배현우가 명령하듯 말했다. “이제 내립시다.”조수석에서 내린 나는 이곳이 그가 지난번에 나를 데리고 왔던 리조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았다.나는 종종걸음으로 앞서간 그를 따라잡았다.“여긴 뭐 하는 곳이에요?”“왜요?” 그가 나를 힐끗 쳐다보며 물었다.“경치가 너무 아름다워요. 고요하고 상쾌해요! 그런데 왜 다른 손님은 보이지 않는 거죠?” 나는 호기심을 감추지 않고 물었다.그가 한쪽 입꼬리를 쓱 올리고는 내 물음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 두 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유유히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나는 뾰로통하게 입을 내밀었다. ‘쳇. 멋있는 척하기는.’나는 이곳이 정말 좋았다. 단지 전체의 경치가 아름답고 수려하여 천국에 와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회색빛 도심 속에서 미세먼지만 먹으며 살다가 이렇게 자연과
나는 이곳을 떠나고 싶은 충동까지 들었다. 내가 그를 너무 전적으로 믿고 마음을 연 느낌이 들었다. 이제는 아무 위화감도 없이 그가 내 일상에 녹아들었으니…배현우가 가만히 서 있는 나를 보곤 하던 일을 멈추었다. 그리고 조금 거만한 어투로 물었다.“왜요, 두려워요? 저한테는 경계심이 커지는 건가요?“나는 그를 힐끗 보았다. 이런 밀폐된 공간에서 그와 단둘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심장이 쿵쿵 빠르게 뛰는데.“제가 배현우 씨를 왜 두려워하겠어요.”입으로는 아니라 했어도, 마음속은 대혼란 상태였다.“지아 씨가 조금만 더 조심했다면 이 정도로 다치진 않았을 거예요.”그가 말을 마치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걱정하지 마세요. 배현우 씨가 싫어하는 일은 저도 안 해요. 당신이 원하는 것이라면 몰라도...”배현우와 눈이 마주치자, 나는 최대한 애원하듯 가련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못 본 척 넘어가 버렸다.“엎드려요. 금방 끝나니까.”그의 말투가 전보다 조금 부드러워진 것이 느껴졌다.“자꾸 거절하면 강제로 해요?”보아하니 오늘은 그가 어떻게 해도 놔줄 것 같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호의에 이렇게 난처함을 느낄 수도 있다니, 나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계속 거절하는 것도 억지 부리는 것 같아, 어쩔 수 없이 그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나는 얌전하게 엎드린 채로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다. 배현우는 나의 옷자락을 살며시 풀고는 연고를 살살 발라주었다.상처가 있는 곳 구석구석을 그는 자상한 손길로 가볍게 문질러주었는데 그 야릇한 분위기에 나는 저도 모르게 긴장했다.“긴장 풀어요. 앞으론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도망가야 해요. 이렇게 미련하게 맞지 말고요. 안전이 제일 중요하죠. 복수는 언제든 할 수 있잖아요.”무뚝뚝하게 건네는 말에 담겨있는 그의 진심이 눈에 보여 나는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날의 내 대처는 확실히 멍청했다.나는 저도 모르게 연고를 발라주는 그의 얼굴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우뚝 솟은 콧대를 따라 시선을 옮기면
그의 갈급한 부름에 나는 착실하게 응했다. 이렇게 사랑받고 있음을, 누군가에게 소중한 존재임을 느끼는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나는 억눌렸던 그동안의 슬픔을 쏟아내듯 더욱 그의 입술을 탐하고 갈망했다.머릿속에는 여전히 그가 했던 말이 맴돌았다. ‘앞으로 핑계 댈 수도 없게, 오늘은 참지 않을 거예요.’나는 지금 내가 놓인 상황을 철저히 무시하고 싶었다. 걱정과 불안이 가득한 속박 속에서 벗어나 한 번만이라도 고삐 풀린 말처럼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하고 싶었다. 아마도 너무 억눌렸던 탓일 것이다. 그에게 홀려 이성도 잃고 지금 이렇게 애정을 갈구하는 걸 보면.신호연과 신연아가 한 몸으로 뒤엉킨 모습이 생각나 나를 끊임없이 자극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끓어오르는 분노와 억울함에 견딜 수 없었다. 그들에게 끔찍이 복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너 없이 다른 사람의 사랑을 받으며 살아갈 수 있다고, 너희들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다고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배현우의 따뜻한 숨결이 나를 에워싸고 뜨끈한 손이 내 등을 단단히 받치고 있다. 내가 아플까 봐 조심스러워하는 그의 손길이, 사랑스럽고 부드러운 입맞춤에 집중하는 모습이 소중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그를 내가 거절할 이유가 있을까.나는 몸이 상했다는 사실도 잊은 채, 갈망을 해소하기에 급급했다. 나의 갈증에 그가 짙은 입맞춤으로 응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사랑이라는 따뜻한 감정이 통증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려왔던 상처가 지금은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그가 나의 끓어오르는 갈망을 느낀 듯 이성을 잃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며 귓가에 낮게 속삭였다.“지아 씨, 괜찮겠어요? 많이 아플 수...”나는 빠르게 입술을 포개 그의 입을 막았다. 그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무얼 걱정하고 있는지 모두 알 것 같았다.나의 대답에 그가 인내해 오던 탐욕을 펼쳐내듯 순식간에 성급해지고, 거칠어졌다...그 순간 나는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듯한 편안함을 느꼈다. 모든 번뇌, 우울함, 억울함,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말을 애써 삼켰다. 나의 말이 우리 사이에 찬 물을 끼얹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조금 전까지 사랑을 갈구하며 자신을 탐해놓고서 이제 와서 없던 일로 하려는 걸 안다면. 어쩌면 정말 화낼지도...나는 급히 화제를 전환했다. “현우 씨 회사는 직원들에게 정말 잘해주는 것 같아요. 제가 지금 회사에 몸담고 있지 않았다면 저도 천우 그룹에 가서 일했을 거예요.”그가 아무런 표정도 드러내지 않은 채 물었다. “왜요?”“회사 사람들이 모두 소탈한 것을 보니 회사가 잘 대해주겠다 싶어서요.”억지스럽다. 스스로 생각해도 너무 억지스럽게 갖다 붙인 티가 났다.내 말을 들은 그가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으나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배현우가 음식을 먹는 모습은 느긋하고 점잖아서 내가 그릇을 비우는 속도가 더 빨랐다. 정말 배고프기도 했고 그의 앞에서 옷매무새에 신경 쓰며 조신한 척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식사 후 내가 집에 돌아가겠다 고집하여 그는 할 수 없이 몸을 일으켰다.“바래다줄게요.”운전하고 있는 그가 깊은 사색에 잠겨있는 듯했다. 나도 창밖을 내다보았다. 얼굴에 사정없이 맞받아치는 찬 바람이 정신을 깨우는 것 같았다. 조금 전의 모든 일이 꿈 같게 느껴졌다.후회되지는 않았다. 당시의 나는 진실로 사랑을 갈구했으니까. 다만 지금이 좀 어색할 뿐.신호연이 다시금 이해되기 시작했다. 어쩌면 쉴 틈 없이 굴러가는 운명의 굴레 속에정해진 인연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 한 몸 불태워 사랑할 수 있는, 끊임없이 탐하게 되는 그런 사람.어떤 의미에서 사랑에 옳고 그름은 없는 것 같기도 하다.그럼 이후에는 어떡하고? 가슴이 갑자기 바늘로 찌르는 듯 쑤셔왔다.배현우는 마치 나의 싱숭생숭한 기분을 알기라도 하는 것처럼 내 손을 감싼 채 조용히 운전했다. 소중하게 꼭 쥔 손에 그의 온기가 느껴졌는데 집에 다가올수록 나는 이유 모를 아쉬움을 느꼈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무참한 현실 세계로 내던져지는 것 같은.나의 세상은 차갑고 복잡하고
법원을 나서는 순간 나는 십 년 묵은 체증이 한순간에 내려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드디어 결혼이라는 명목 아래 나를 옥죄어 오던 족쇄를 풀고 자유로워졌다.아직 구 변호사를 보내기도 전에 신호연이 안에서 뛰쳐나와 겹겹 한 높은 계단을 빠르게 뛰어내려 나를 향해 달려왔다.사람들이 나를 중심으로 에워싸고 방비 태세를 취했다.함께 나온 몇몇 친구들이 방어하며 말리자 그가 의기소침하게 주눅이 든 표정으로 원망스럽게 나를 바라보았다. “여...” 신호연은 양심은 찔리는지 차마 뒷글자는 뱉지 못하고 삼켰다. 그의 처량하고 슬픈 눈을 보며 나도 조금은 비통한 마음이 들었다.“지아야. 가지 마...”“그만 막으시라고요!”“지아야. 한 번만 기회를 줘. 아직 할 말이 있어!”신호연은 자신을 끌고 가려는 사람들의 손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쓰며 애처로운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지아야. 한 번만 대화할 기회를 줘! 아무리 이혼한다 해도 아직 해야 할 말이 많아. 여보! 제발...”“다시는 날 그렇게 부르지 마. 우린 이혼했고 넌 그렇게 부를 자격 없어! 그리고 우리 사이에 무슨 할 말이 더 있다고 그래?”내가 단호하고도 차갑게 쏘아붙였다.“아니. 지아야.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래. 제발.”“그만 막으시라고요! 뭐 하시는 거예요?”방어하는 사람들에게 다급하게 큰소리를 치는 신호연의 눈에 절박함이 비쳤다. 마치 애원하면서도 내가 돌아서서 갈까 봐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나는 사람들에게 그를 놓아주라고 이른 뒤 담담하게 팔짱을 끼고 말했다.“말해봐.”그가 주변에 깔린 구경꾼들을 보고 말을 하려다 멈추었다.“어디라도 앉아서 대화하는 게 어때. 내가 커피 살게.”신호연이 여전히 원망 어린 눈길로 나를 주시했다.“그럴 필요 없으니까 지금 여기서 말해.” 나는 그의 말을 칼같이 거절했다. 너 때문에 상했던 내 몸의 상처가 어떻게 겨우 나은 건데.그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레 입을 달싹였다. 한참 동안 생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