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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4화 음모 대전

아침에 나는 회사에 얼른 가고 싶어서 서강훈에게 전화를 걸어 도혜선에 관한 세부 사항들을 물었다. 서강훈의 말에서 나는 다른 의미를 들었는데, 도혜선은 신호연을 탐내고 있다.

그날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 마주친 거로 보아 신호연도 그런 마음이 없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남자들은 일단 입술을 훔치게 되면 더 탐욕스러워질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나의 마음은 또 가시에 찔린 듯 아팠다. 예전에는 함께 고생을 겪은 사이가 진정한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만난 사람이 나와 인연이 아닐 줄이야.

나는 슬퍼할 시간이 없었다. 나를 구할 수 있는 건 나 자신이었다.

그런데 이미연이 들려준 소식은 나에게 더 충격적이었다. 역시 신 씨 가문의 세 사람 각자 명의로 통장이 있었는데, 신연아는 부동산을 갖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등록 자본금이 20억 인 인테리어 건설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다. 회사의 법인은 신연아였다.

현재 회사는 많은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지는 않지만, 자금 유동은 매우 좋았다. 그 돈이 어디에서 오는지 뻔했다. 20억으로 등록할 수 있다는 것은 수년 동안 신호연이 적지 않게 해 먹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건우와 김향옥의 명의로도 예금이 억대 단위로 있었고 나는 그 숫자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신호연도 정말 무자비하고 계산적이지. 온 가족을 동원했다니! 같이 사는 나만 배우자 신분인데도 무일푼이었다. 그의 속내를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었지만 나만 어둠 속에 갇혀 있었다.

내 마음은 극도로 차가워졌다. 그는 나를 너무 비참하게 속였다. 내가 용서를 해주었지만 난 여전히 이 결혼 생활에 짓눌렸고 청춘을 잃었다. 그리고 내가 그에 대한 일편단심 사랑하는 마음도 잃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주먹을 움켜쥐고 이를 악물며 테이블을 내리쳤다. 내가 이 결혼 생활을 되돌릴 수 없다면 자금으로라도 내 마음의 불평을 채워야겠다.

이것들을 확인하기 전에 나는 머릿속으로 딸아이를 위해서라도 이 가정을 지켜야 할까 고민했었다. 하지만 난 견딜 수가 없었고 이 사실을 직면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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