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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7화 필요할 때 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린다

배현우가 방에서 걸어 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이어서 문 밖에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쾅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가 났고 그 사람은 다시 걸어왔다.

“답답하지 않아요?”

배현우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고, 나는 숨을 쉴 수 없어 할 수 없이 천천히 이불 모서리를 들어 올렸다. 그는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고 맑은 미소는 유난히 잘생겨 보였다.

이 사람은 내가 아는 웃지 않는 배현우가 맞을까?

멍을 때리고 있는 나를 보고 그는 긴 팔을 뻗어 이불에 감싼 채로 나를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 나는 무척 당황했다.

“이봐요... 현우 씨, 뭐 하는 거예요?”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그의 숨결이 나를 감쌌고 그의 잘생긴 얼굴이 내 앞에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와 나는 약간 숨이 막혔다.

갑자기 어젯밤 강가에서 술에 취해 나눈 키스가 떠올랐다. 너무 난감했다. 다른 사람들이 술을 취하면 제정신이 아니라더니 이제 나는 그 말을 믿는다.

그의 눈빛은 이글이글 불타올랐다.

“지아 씨는 걱정이 너무 많아요. 마음 놓아요! 나는 사람이 술에 취한 틈을 타 이용할 정도로 ‘배고프지’ 않아요! 지아 씨가 옷에 토해 냄새가 너무 심해서 옷을 벗겨서 씻겨준 거예요!”

내 머리가 심하게 '윙윙'거렸고 난 극도로 부끄러워졌다.

‘어젯밤에 내가 뭘 했지? 울고불고한 거 나 맞아? 너무 믿음직스럽지 못한 상대에게 털어놓은 거 같은데.’

“그... 옷을 입는 게 좋겠어요!”

나는 말을 더듬거리며 그의 품에서 몸부림쳤다.

그는 팔을 꽉 조이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필요할 땐 쓰더니 필요 없으니까 나를 버려요?!”

“현우 씨만큼 잘생긴 사람이 어디 있어요?”

나는 별생각 없이 내뱉은 말이었지만, 그 말이 내 입을 떠날 때 혀를 깨물 뻔했다.

그는 실실 웃으며 뻔뻔하게 말했다.

“맞는 말이에요.”

하지만 그는 신사답게 나를 내려놓고 몸을 돌려 자신의 옷을 챙기고는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나는 부랴부랴 이불속에서 기어 나와 떨면서 옷을 입은 후 아무 이상이 없는지 다시 한번 꼼꼼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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