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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6화 절대 우연이 아니야

배현우가 내 반응에 놀란 듯 우뚝 멈춰서서 더 다가오지 못했다.

이미연이 급히 달려와 울고 있는 콩이를 안아 들었다. 그리고 배현우를 힐끗 보고는 내 손목을 잡아채 밖으로 나갔다.

가까스로 미연이 집으로 왔지만 나는 여전히 방금 있었던 상황이 생생해 손발이 덜덜 떨렸다. 속이 메스껍고 가슴이 답답해 연신 가슴을 두드렸지만, 가빠오는 호흡은 종시 가라앉지 않았고 가슴은 돌덩이를 매단 듯 괴로워 났다.

위에 든 것도 없이 쉼 없이 토했더니 담액까지 뱉어내게 되었다. 종이에 녹색이 섞여나왔지만, 놀랄 겨를도 없이 나는 쓴맛을 삼키며 속을 진정시키려 애썼다.

콩이가 울먹이며 나를 붙잡고 말했다.

“엄마, 우리 아빠 찾으러 가자!”

나는 콩이를 품에 끌어안고 끓어오르는 슬픔을 억누르며 말했다.

“콩아, 엄마가 여기 있잖아. 엄마 계속 여기 있을 거야.”

나는 어린 콩이에게 지금의 상황을 설명해 줄 수 없었다. 오늘 이후로, 영원히 아빠를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차마...

몇 시간이 지난 후에야 나는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비록 몸 상태는 말이 아니었지만, 나는 내가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었기에, 그저 그걸 할 뿐이었다. 나는 구 변호사에게 연락하여 이혼 관련 사항을 문의하고 이미연을 시켜 일을 도와줄 사람을 찾아달라고 했다.

내가 지금 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은 이미연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내 가방도 여태 미연이가 들어주고 있었다. 다행히도 중요한 물건들을 미연이가 다 챙겨줘서 잃은 것도, 잊은 것도 없었다.

“집에 가야겠어.”

미연이 깜짝 놀라며 되물었다.

“집에 간다고?”

“여기 집 말이야.”

내가 강조하듯 언성을 높여 대답했다. 미연이가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연이네 집 문을 나서니, 배현우가 차 옆에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멈춰 선 채로 한참을 있다가, 콩이를 미연에게 넘겨주었다.

“나 몇 마디만 하고 따라갈게.”

미연이 콩이를 안고 별장으로 향했다.

나는 배현우를 향해 걸어갔다. 여전히 반쯤 찢긴 그 초라한 드레스를 입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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