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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5화 사람들 시선 속에서

맞은편 방은 현재 아수라장이다. 비명과 고함, 그리고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는 소리. 방 밖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방 안으로 밀려들어 가고 있다.

나는 콩닥대는 가슴을 애써 가라앉히며 드레스 끝을 잡고 사람들 틈에 섞여 방 안으로 들어섰다. 들어가 보니 현장은 엉망이었고 발가벗은 두 개의 몸뚱어리는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여자는 남자 몸 뒤에 숨어 머리를 웅크리고는 계속 소리만 질러댔다. 남자는 한 손으로 뒤에 있는 여자의 몸을 가리면서 한 손으로는 쉴 틈 없이 사진을 찍어대는 사람들을 향해 손가락질했다.

"야 너희 다 안 꺼져?!"

침대 옆에는 꼴 좋다는 표정의 도혜선이 서 있었고 그녀의 발아래에는 침대 위에 있어야 할 이불이 깔려있었다. 그리고 그녀 옆으로는 이름 모를 두 사람이 서 있었는데 그들 발아래에는 저 발가벗은 몸뚱어리들이 벗어놓은 옷가지들이 있었다.

나는 침대 위의 두 남녀를 바라보았다. 발가벗고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결혼기념일의 또 다른 주인공, 신호연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멋있는 정장을 입고 연회장을 거닐던 그는 지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사람들 앞에서 이와 같은 추태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뒤에서 웅크리고 있는 여자는 바로 신호연의 동생 신연아였다. 오늘 단정하게 입고 온 보람도 없이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발가벗겨져 역겨운 자태를 드러내고 있었다.

도혜선은 팔짱을 끼며 지시했다.

"빨리 더 찍어! 각도 제대로 해! 그리고 저 둘 빨리 떼어놔. 더러운 낯짝 구경 좀 하게."

그 말에 풍채 좋은 여자 한 명이 그대로 신연아의 팔을 끌어당겨 둘을 떼어놨다. 신연아는 의미 없는 반항을 하며 소리를 꽥 질렀다. 그 순간, 풍채 좋은 여성이 있는 힘껏 신연아의 뺨을 몇 대 때렸고 거기에 더해 머리채를 잡고 신연아의 얼굴 정면을 카메라 렌즈 앞으로 끌고 왔다.

"도혜선,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너 지금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신호연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도혜선을 보며 소리쳤다.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내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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