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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4화 불청객

잠시 후, 나는 정신을 차린 뒤 옷매무새를 정리한 다음 천천히 방문을 열어 얼른 그 방을 빠져나와 연회장으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손님 응대를 했다. 오래된 거래처 손님들께는 각별히 신경을 썼다. 그들은 나한테 아주 좋은 감정을 품고 있었고, 나 역시도 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수년간 그들이 있었기에 내가 이런 호사도 누릴 수 있었고, 그들이 있었기에 신 씨 식구들을 먹여 살릴 수도 있었다.

오늘은 신 씨 식구들도 하나같이 의기양양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중 신건우는 틈만 나면 손님들한테 자기 하나뿐인 이쁜 딸 자랑을 늘어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이가 없어 말도 안 나왔다.

신건우는 신연아가 오늘 요조숙녀처럼 단정하게 입으니 진짜 그렇게 된 줄 착각이라도 하는 듯했다. 아니면 세간에 떠드는 소문을 덮으려고 저러는 건 아닌지. 하지만 그러고 보니 신연아가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저쪽에는 시어머니 품에 안겨 사람들 칭찬 속에서 활짝 웃고 있는 내 딸이 보인다. 정말 내가 엄마라서가 아니라 콩이는 그 누가 봐도 사랑스러운 아이다. 콩이만 보면 얼어붙어 있던 마음도 금세 녹아내리게 된다. 이대로 행복한 일만 가득해야 할 텐데.

약속된 20분이 지나자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화면을 보니 배현우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 뛰기 시작했다. 이 남자는 오늘 뭘 잘 못 먹었기에 이러는 거야 대체? 나는 사람들을 피해 얼른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그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빨리 올라와요. 지금 당장!"

내가 말할 틈도 안 주고 그대로 끊어버렸다.

어디서 오라 마라야? 나는 화가 나서 핸드폰만 씩씩 노려봤다. 그러다 연회장을 한 번 둘러본 나는 한숨을 크게 쉬고는 호기심에 못 이겨 살금살금 연회장을 빠져나와 얼른 엘리베이터에 탔다. 이윽고 8층에 도착한 나는 방 키에 적혀있는 방을 찾았고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방문 앞에 섰다. 문을 두드리려고 손을 올리는 순간 방문이 갑자기 열리더니 그가 또 한 번 내 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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