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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화 방 키

어찌할 새도 없이 문 안쪽으로 끌려 들어간 나는 놀랄 틈도 없이 바로 닫힌 문에 몸이 부딪혔다. 그리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때쯤 코끝으로 내가 아는 그 특유의 시원한 향기가 풍겼다.

내가 놀란 눈을 뜨며 고개를 드니 잘생긴 얼굴이 내 눈앞에 드리워졌다.

"어디 다쳤는지 봐요."

"이게 뭐 하는 거예요? 이러면 내가 곤란해지죠!"

나는 화난 말투로 그에게 쏘아붙였다.

"어디 다쳤는데요?"

배현우는 내가 하는 말은 들리지도 않는지 집요하게 상처에 관해 물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앞머리를 넘겨 상처를 보여줬다. 그걸 본 그는 눈썹을 치켜세우더니 엄청 차가운 눈을 하고 상처를 바라봤다. 배현우의 이런 표정은 처음 본다. 나는 얼른 머리를 내리고는 말했다.

"난 괜찮아요."

배현우는 엄청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릴 때 엄청 개구쟁이였나? 이렇게 큰 상처를 달고 괜찮다는 소리만 하게? 아니면 괴롭힘당하는 걸 즐기나?"

나는 그 말에 그를 힘껏 째려보았지만,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서러움에 코끝이 찡해졌다.

배현우는 내 표정을 보더니 눈웃음을 지으며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말했다.

"왜 나한테 연락 안 했어요?"

나는 얼굴을 홱 돌리고는 성질내듯 말했다.

"유부녀인 내가 당신한테 계속 전화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방해하고 싶지도 않았고요."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배현우는 나를 그대로 자기 품에 끌어당겼고 내 허리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

"계속 이럴 거야?"

나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 내가 어쩌다 이런 제멋대로인 남자와 엮이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러면 안 되는 걸 알면서도 이 남자에게 다가가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또한, 이런 모순적인 감정은 나를 더 힘들게 하고 있고.

"모든 게 끝이 나면 그 남자한테서 당장 떠나요."

그는 내게 명령하듯이 말했다. 이런 명령하는 듯한 말투는 너무 싫어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그가 계속 명령해 주길 바라고 있다. 신호연 옆을 떠나는 생각을 할 때면 콩이가 생긋 웃으면서 신호연 품에 안겨 아빠라고 부르는 모습이 눈앞을 스쳐 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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