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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2화 아내를 팔아넘기더라도

연회장에서의 모든 순서가 끝나자 저기 사람들 틈 사이로 익숙한 한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심장은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한편으로는 또 도망가고 싶었다. 이런 모습으로 그를 만나고 싶진 않았으니까.

신호연도 한눈에 배현우를 알아보고는 얼른 내 허리를 껴안고 인사하러 갔다. 결혼기념일도 결국에는 천우 그룹 보라고 세팅한 연극이니까. 비록 조 대표님은 안 오셨고 배현우만 참석했지만 나는 확신했다. 신호연이 오늘 오길 바랐던 사람은 그 누구도 아닌 배현우라고.

두 사람은 악수했고 신호연은 열정 가득한 목소리로 배현우한테 말을 걸었다. 하지만 배현우는 그 특유의 고고한 태도를 유지하며 담담히 말을 이을 뿐이었다.

배현우의 수행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와 선물을 건넸지만, 배현우는 축하한다는 한마디 건네질 않았고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차라리 다행이라고 여겼다. 배현우는 이 촌극을 다 꿰뚫어 보고 있었을 것이고, 그런 사람 앞에서 연극을 해야 한다는 것이 너무 쪽팔리고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두 사람이 서로 인사치레를 주고받는 옆에서 나는 그저 간간이 웃음을 띠며 자리를 지킬 뿐이었다. 그때였다. 누군가 내 팔을 천천히 감싸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새언니, 이분은 누구세요...?"

놀라서 옆을 보니 신연아가 나를 보며 세상 청순한 얼굴로 생글생글 웃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 앞에서는 한 번도 보인 적 없는 얼굴이었다. 내가 어이없음에 황당해하고 있자 신호연이 얼른 소개했다.

"배현우 씨, 이쪽은 제 동생인 신연아라고 합니다."

배현우는 옅은 미소를 띠며 신연아를 쭉 훑어보고는 이내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려 물었다.

"한지아 씨, 요즘 많이 바쁘신 건가요? 천우 그룹 회의에 두 번이나 결석하셨던데."

그는 나를 부인이라고 부르지 않고 한지아씨라고 불렀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요즘 몸이 좀 안 좋아서요. 회사를 많이 못 나갔어요."

내 허리를 껴안은 신호연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보고 배현우와 좀 더 깊이 대화해 보라는 일종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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