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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화 폭풍전야

점심쯤 시어머니는 콩이를 집으로 데려오며 여러 가지 식자재도 같이 사 오셨다. 고기며 술이며 신경 써서 준비해 오셨지만 감사함 따윈 느끼지 않았다. 어차피 지금 시어머니가 쓰고 있는 그 돈도 내 돈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신흥건재의 80% 이상의 고객은 모두 건립 초기 내가 데려온 것이니까.

집에 들어선 콩이는 얼른 내 방으로 달려와 품에 안기며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고 졸라댔다. 이 귀여운 것이 날 즐겁게 해주려고 일부러 외할머니 얘기를 하는 것 같았다.

시어머니는 집에 도착하자마자 거실에서 혼자 이것저것 하시느라 바빴다. 상황을 보아하니 아마 오늘은 우리 집에서 성대하게 저녁이라도 같이 먹을 모양이다. 역시 점심시간이 지나니 신건우도 왔다. 나는 그날 이후 시아버지인 신건우한테 오만 정이 다 떨어졌다. 신호연도 오늘은 일찍 퇴근해서 집으로 왔는데 어쩐 일인지 신연아는 오지 않았다.

신호연은 저녁 식사 자리에서 나한테 웃으며 결혼기념일은 금요일 저녁 브라운호텔 연회장에서 열릴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 뭐가 그렇게 신이 나는지 자기들끼리 웃으며 떠들어 댔다. 나는 옆에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묵묵히 식사만 했다. 그러자 신호연이 그런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여보, 나 서강훈한테 당신이 요구한 것들은 다 당신 이름으로 바꾸라고 지시했어. 내가 그동안은 참 어리석었지.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난 여전히 당신도 우리 집도 아주 많이 사랑하고 있었더라고. 반성 많이 하고 있어. 당신 말대로 콩이한테는 우리가 좋은 미래만 남겨줘야지. 그리고 이제는 당신이 걱정할 일 없게 할게. 신흥건재도 앞으로 우리 둘이 힘을 합쳐서 더 크게 키워보자!"

나는 그를 쓱 쳐다봤다. 오전까지만 해도 머리를 쥐어뜯으며 날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고민하던 인간이 이제는 나랑 손잡고 같이 미래를 도모하자고 한다. 종잇장 뒤집듯 뒤집힌 그의 태도에 헛웃음이 난다.

목요일, 신호연은 약속대로 나한테 이름을 바꾼 후의 자산들을 모두 보여줬다. 집, 차 그리고 상당한 액수가 들어있는 은행카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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