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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화

그의 잘생긴 얼굴에는 피곤함이 어려있었다. 그는 약간 불만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진 비서가 말했었잖아. 요즘 회사에 회의가 많아서 못 올 거라고. 왜 지금까지 기다린 거야?”

그도 배고팠는지 앉아서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조은서는 조용히 그를 쳐다보았다. 그가 들어와서부터 2분 정도 지났는데 그는 세 마디만 하고는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의 마음이 얼마나 초조한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속으로 아내인 조은서가 철이 없다고 탓하고 있겠지. 바쁜 그를 결혼기념일 같은 작은 일로 성가시게 군다고 말이다.

조은서는 고개를 숙이고 이쁘고 가녀린 손가락으로 귀를 만지작거렸다. 그녀는 다른 부잣집 사모님과 달리 아무런 불만도 드러내지 않았고 심지어 슬픈 티도 내지 않고 담담하게 웃었다.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이렇게 함께 기념일을 보내는 게 오랜만이네요. 계속 안 오면 가려고 했는데.”

그녀는 부드러운 말투로 말을 이어갔다.

“선우 씨, 민폐 끼쳐서 미안해요.”

유선우는 시선을 들고 조은서를 보았다. 반짝 빛나는 샹들리에 아래 그녀는 아주 아름답고 고급스러운 기품을 지니고 있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았다.

그는 병원의 소독약 냄새와 사람을 불쾌하게 하는 각종 약 냄새, 그리고 매일 하소연하는 김춘희와 창백한 얼굴을 하고 조심스럽게 그의 비위를 맞추는 백아현을 떠올렸다.

유선우의 표정이 조금 좋아졌다. 그는 조은서를 적당히 달랬다.

“그럴 리가? 내가 너무 바빠서 잊어버린 거야.”

조은서가 그가 기분이 좋아진 걸 발견하고 부드럽게 웃어 보이며 밤새도록 기다리며 하고 싶었던 말을 했다.

“선우 씨, 토요일에 선우 씨한테 소개해주고 싶은 소중한 사람 한 명이 있는데 시간 내어줄 수 있어요? 토요일 원래 휴식날이잖아요. 자본가들도 쉬어야죠, 안 그래요?”

그녀는 자상하면서도 애교 섞인 말투로 말했다.

유선우는 와인잔을 들고 머릿속으로 생각해보았다.

토요일은 그가 연회에 가기로 백아현과 약속한 특별한 날이었다. 그날은 김재원의 손님으로 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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