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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7화

두 사람은 눈이 마주쳤다.

유선우는 환자복을 입고 있는 조은서의 얼굴에는 병색이 맴돌았고 그녀의 눈에는 절망이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낯선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의 품에 안겨 부드러운 목소리로 ‘선우 씨, 전에 선우 씨를 좋아했던 마음을 몇 년, 심지어 몇십 년이 되어야 되찾아올 수 있는데... 그때까지 기다려줄 수 있어요?’라고 말했었다.

그는 기다리겠다고 말했었는데 진심이었다.

하지만 그가 후에 그녀의 진심을 진흙탕에 버린 것도 사실이었다.

유선우가 조은서를 한참 바라보다가 힘겹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조은서.”

그가 그녀의 손을 잡으려 했지만 그녀가 그의 손을 뿌리쳤다.

그녀는 절망스러운 눈길로 그를 바라보면서 온몸의 힘을 다해 말했다.

“당신이 조금이나마 날 좋아한다는 말을 믿었던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아직도 그날 내가 당신을 해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예요? 당신 마음속에서 대체 난 어떤 존재예요? 당신이 날 좋아한다는 말과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믿었었다니. 유선우 씨, 당신이 속셈이 많은 거예요, 아니면 내가 너무 멍청한 거예요?”

“난 당신이 그냥 날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냥 질리지 않은 것이었군요. 유선우 씨, 진짜 묻고 싶은데, 대체 언제쯤이면 질려서 날 놔줄 거예요? 난 더는 놀아줄 힘이 없다고요!”

...

그녀는 사실 울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진실을 들은 그녀는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감정이 없다고 해도 삼 년 동안 잠자리를 가졌는데 조금이나마 감정이 생길 수도 있지 않은가 하고 생각했다.

하지만 삼 년이 지나도록 그녀는 그에게 있어 아직 질리지 않은 노리개에 불과했다. 아주 천박한 여자일 뿐이었다.

유선우가 그녀를 잡으려고 했는데 조은서는 전보다 더 큰 힘으로 그를 밀어냈다.

환자복을 입고 뒤로 몇 발 물러서는 그녀는 연약하면서도 냉정한 느낌을 주었다. 그녀는 눈물범벅이 된 채 그를 바라보았는데 울면서 미소를 잊지 않았다.

“내 몸에 손대지 마요... 너무 더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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