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5화

은서는 조금 취할 정도로 마셨다.

밤 열한 시가 될 때 그녀는 게산하고 돌아가려고 했다. 마침 이때 선우가 밖에서 클럽으로 걸어들어왔다.

겨울밤에 그는 얇은 검은색 코트를 걸쳤지만 안에 입은 하늘 색 셔츠는 답답함을 줄여 줬고 그를 더 훤칠하게 만들었다. 밖에 비가 오는 모양인지 그의 코트엔 조금의 물방울이 묻어있었고 게다가 깊게 박힌 오관 때문에 선우가 비바람 속에서 걸어온 것 같았다.

클럽은 여전히 시끌벅적했다.

둘은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듬직했고 여자는 차가웠다.

은서는 안에 살짝 비치는 실크 셔츠를 입었고 아래엔 같은 계열의 검은 색 치마를 입었다. 이건 평소 단정한 옷차림에 비해 약간의 유혹을 더 해 주었다.

선우는 이런 은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는 은서 손의 코트를 받아 그녀에게 덮어주었다. 그리고 단추 하나하나를 빠짐없이 채워주었다.

남자의 속셈은 훤히 알렸다.

은서는 웃겼다. 그래서 선우가 그녀의 손을 잡을 때 참지 못하고 비아냥거렸다.

“선우 씨, 굳이 사랑에 흠뻑 빠진 연기를 해야겠어요? 내가 스무 살 소녀도 아니고.”

선우는 고개를 돌려 은서를 보았다.

“24살밖에 되지 않았어.”

은서는 담담하게 웃었다.

그렇다. 24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사랑의 고통을 죄다 겪어보았다.

...

은서는 조수석 대신 뒷좌석에 앉았다.

조수석의 문을 잡고 있던 선우는 그녀를 노려보며 말했다.

“내가 운전기사야?”

술을 조금 마셔서 알딸딸해진 은서는 눈을 반쯤 감고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기사님 대신 선우 씨가 차를 몰고 왔잖아요. 그것도 누구의 강요도 없이 말이에요. 그러면 운전기사 아니에요?”

펑 하는 소리와 함께 선우는 차 문을 닫고 운전석에 앉아 안전벨트를 매면서 비아냥거렸다.

“사모님 요즘 정말 말주변이 좋으십니다?”

은서는 여전히 부드럽게 말했다.

“당신 덕분이에요.”

선우는 백미러를 통해 은서를 보았다. 반쯤 감고 있는 눈,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 정교하고 가는 목선 그리고 코트를 벗었을 때 살짝 비치는 검은색 실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