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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8화

반 시간 후, 조은서는 별장에 도착했다. 그녀는 차에서 내리면서 우산을 쓰지 않았다. 빗물은 그녀의 몸과 얼굴을 마구 적셨고 그녀는 자신의 감정에 대한 세례라고 생각하면서 비를 맞았다.

그녀는 그대로 하얀 카펫을 밟았는데 카펫 위에는 얼룩이 남았다.

하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녀를 위해 생강차를 끓여주러 갔다.

조은서는 방으로 올라가자마자 벽에 걸린 웨딩사진을 보았다.

전에 유선우가 촬영을 거부해서 그녀가 뻔뻔하게 1억 육천만 원을 내고 합성한 사진이었다. 그녀는 전에 사진을 보면서 유선우가 자신을 사랑하기를 수없이 기대했다.

하지만 지금은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

조은서는 침대에 올라 그 사진을 떼어냈다.

너무 급하게 떼어내는 바람에 손이 액자에 긁히면서 손등에 긴 상처가 생겨 피가 흘렀다. 새빨간 피가 한 방울씩 떨어졌는데 아주 섬뜩했다.

하지만 조은서는 고통을 느낄 수 없는 듯 액자를 바닥에 팽개쳤다.

그리고 그녀는 화장대에 앞에 천천히 앉았다. 거울 속에 비친 그녀의 모습은 아주 초라했다.

조은서는 조용히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온몸을 떨고 있었는데 머리가 비에 젖어 얼굴에 붙어 있었고 옷도 젖어 엉망이 되어 있었다. 그녀는 남편한테 버림받은 여인처럼 비참해 보였다.

아니, 버림받은 것보다 더 몰골이 사납고 처참했다.

버림받았다는 건 적어도 전에 사랑을 받았었다는 걸 의미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를 6년 동안 좋아해 왔는데 돌아오는 건 ‘질릴 때까지 가지고 놀 거야!’라는 말 한마디뿐이었다.

조은서는 시선을 내려뜨리고 서랍을 천천히 열었다. 서랍 안에는 청춘 시절 그녀의 요동치는 마음을 기록한 일기장이 있었다.

그녀는 피 묻은 손으로 일기장을 꺼냈다.

일기장을 펼친 그녀는 전에 유선우를 향한 사랑하는 마음을 기록한 내용을 보면서 자신의 멍청함을 되뇌었다.

「신혼 첫날 밤에 날 매우 난폭하게 대했지만 언젠가는 내가 그날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때 가면 날 부드럽게 대하고 날 좋아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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