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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장

“지금 한 말 잊지 마십시오.”

최하준은 무표정하게 자신의 침대로 돌아갔다.

여름은 쪼르르 달려가 최하준의 침대 옆에 이불을 깔았다.

최하준은 처음엔 잠깐 경계했으나 여름에게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걸 보고는 곧 잠들었다.

그러다 얼마나 잤을까, 울음소리에 잠이 깼다.

“열어줘요… 제발… 문 좀… 너무 추워… 무서워… 무서워.”

최하준은 일어나 앉았다. 창문으로 달빛이 들어와 비추고 있었다. 몸을 웅크리고 누워 두 손으로 귀를 막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여름의 모습이 달빛에 어렴풋이 보였다.

“일어나요, 꿈입니다.”

최하준이 침대에서 내려와 여름의 손을 귀에서 뗐다.

그러나 여름은 악몽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계속 웅얼거렸다. 조그만 얼굴이 핏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창백했다.

별수 없이 최하준은 여름을 품에 안고 어깨를 도닥였다.

“걱정 말아요. 괜찮아요….”

부드럽고 따뜻한 남자의 목소리에 잔뜩 긴장해 있던 여름의 몸이 스르르 풀리기 시작했다.

어깨와 뺨에 검은 머리카락을 흐트리고 품에 폭 안긴 작디 작은 얼굴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몸에선 화려하진 않지만 좋은 향기가 났다.

향수는 아니었다. 집에서 쓰는 샴푸 향이다.

전에는 그 샴푸 향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었다.

향기에 취한 채 최하준은 피곤함에 눈을 감았다.

원래는 여름이 잠이 들면 내려놓을 생각이었으나 다시 눈을 떴을 때는 이미 날이 밝아 있었다.

두 사람은 베개에 나란히 누워 있었다. 여름은 몸 반쪽을 최하준의 가슴에 기대고 달게 자고 있었다, 평온한 웃음을 띤 채.

최하준도 전혀 불편하지 않았다. 마치 달달한 신혼부부가 된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잠시 후, 그는 이불을 살살 걷어냈다.

그리고 여름의 잠옷 앞 섶이 거의 다 풀려 있는 것을 보았다.

마침 그때, 여름이 스르르 눈을 떴다.

서로 눈이 마주치자 여름의 동공이 확장됐다.

자신이 최하준의 품에 누워있다는 걸 깨달은 여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한쪽으로 피했다.

“아니, 왜 남이 침대에 들어와 있어요?”

“…….”

최하준은 어이가 없어 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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