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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윤혜인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세희가 화상을 입어 빨갛게 달아오른 손을 뻗더니 이준혁의 품에 안겨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준혁 오빠, 혜인 씨를 원망하지 마. 혜인 씨는 내가 오빠를 빼앗아갔다고 생각해서 나에게 화가 난 거야…”

임세희의 말에 이준혁이 고개를 돌려 윤혜인을 쳐다보았고 취조하듯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윤혜인은 아무런 표정의 변화도 없이 눈앞에 있는 두 사람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저렇게 허접한 연기는 매장 카메라만 돌려봐도 진실을 알 수 있을 텐데 이준혁은 그녀에게 따져 묻기 바빴다.

이미 판단을 했으면서 왜 쓸데없이 저렇게 묻는 걸까? 그녀에게 변명할 기회를 줘서 그녀의 죄를 입증하려는 건가?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저 두 사람이 너무 역겹게만 느껴졌기에 피식 웃던 윤혜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났다.

윤혜인이 떠나자 눈살을 확 찌푸린 이준혁이 몸을 움찔하며 그녀를 따라가려고 하던 순간, 임세희가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준혁 오빠, 나 몸이 많이 불편해, 혹시…”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뿌리치더니 담담하게 대답했다.

“세희야, 내가 지금 볼일이 좀 생겼어. 주훈이 널 병원에 데려다 줄 거야.”

말을 마친 이준혁은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빠르게 떠났고 임세희는 충격에 넋이 나가버렸다.

‘어떻게… 어떻게 이럴 수가… 이준혁이 지금 나를 버리고 떠난 거야?’

이준혁은 예전부터 임세희의 건강 상태를 과하다 할 정도로 많이 걱정했다. 그녀가 몸이 불편하다고 얘기하기만 하면 이준혁은 어떤 중요한 일이든 전부 제치고 그녀를 보러 외국으로 달려왔었다.

이 또한 임세희가 가장 믿고 있는 비장의 카드였는데 지금 이준혁이 그녀를 혼자 쇼핑몰에 버려 두고 윤혜인을 쫓아갔다.

설마… 설마 이준혁이 윤혜인을 좋아하게 된 건가?

아니, 절대 그럴 리는 없다! 그건 말도 안 된다!

그 보잘것없는 여자는 절대 그녀의 상대가 될 수 없다!

한편, 비틀거리며 에스컬레이터에 발을 올린 윤혜인은 어느새 눈물범벅이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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