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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화

윤혜인은 눈앞에 놓인 은행 카드를 보며 뺨을 세게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다.

그녀는 철저하게 졌다. 그녀는 싸워보지도 못하고 임세희에게 완벽하게 패배를 당했다.

이내 윤혜인의 머릿속에 이런저런 기억들이 떠올랐고 점점 뚜렸해졌다.

결혼 생활을 하면서 이준혁은 자주 L 국으로 출장을 떠났고 한 번 가면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았다. 윤혜인이 아무리 애교를 부리고 애원해도 그를 그녀를 데려가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이준혁은 임세희를 쥬얼리 매장에 데리고 와서 직접 반지를 고르고 있다.

윤혜인 손에 끼고 있는 이 반지는 혼인신고를 하기 전에 이준혁의 비서 주훈이 그녀에게 전해준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마 그는 주훈에게 시켜 대충 반지 하나를 구매하여 그녀에게 선물한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알고 있으면서도 윤혜인은 너무 좋아서 샤워를 할 때마저 반지를 절대 빼지 않았는데, 지금… 그녀의 그 행동들은 커다란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윤혜인은 마음이 갈기갈기 찢기는 듯이 아팠고 숨이 막혔다.

‘이준혁, 당신 진짜 너무 잔인하네.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나의 마음에 칼을 꽂을 수 있지?’

윤혜인은 단 일초라도 이곳에 더 있고 싶지 않았기에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떠나려고 했다.

“준혁 오빠 올 때까지 안 기다릴 거예요?”

임세희도 자리에서 일어나 여유로운 모습으로 물었고 윤혜인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참으며 싸늘하게 웃었다.

“임세희 씨, 당신은 이미 목적을 이뤘잖아요. 이 청취자의 협조가 계속 필요한 건가요?”

“그게 지금 무슨 말이에요? 전 단지 그쪽이 불쌍해 보여서 이혼 전에 진실을 얘기해준 것뿐이에요.”

표정이 살짝 굳은 임세희가 반박하자 윤혜인이 날카롭게 물었다.

“대체 뭐가 두려운 거예요?”

윤혜인은 조금 단순하긴 하지만 멍청이는 아니었다. 임세희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하는 이유는 그녀를 자극하여 철저히 포기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녀를 자극할 필요가 있긴 할까? 어차피 이준혁은 처음부터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는데 이 점 하나만으로도 윤혜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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