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말을 듣자 이준혁은 분노가 치밀어올라 표정이 일그러졌다.곧이어 뼈를 에일듯한 차가운 기운을 띤 그의 입술이 갑자기 윤혜인을 덮쳤다.윤혜인은 목에 강한 통증을 느꼈다. 이준혁이 거칠게 물어뜯고 있었기 때문이다.‘이 사람이 정말!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나를 비난했으면서!’그녀는 억울하고 화가 나서 힘껏 그를 밀쳤다.“당신은 정말 쓰레기예요! 날 놔줘요!”이준혁은 그녀의 목과 가슴에 자국을 남길 때까지 무자비하게 행동하고 나서야 천천히 고개를 들고 비웃으며 말했다.“뭘 이렇게 튕겨? 예전에는 이런 거 제일 좋아하지 않았나?”윤혜인은 단호하게 말했다.“우린 지금 그런 사이가 아니예요.”이를 악물고 윤혜인은 그의 모욕적인 말에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애썼다.하지만 이준혁은 그녀의 턱을 잡고 더욱 악랄하게 물었다.“마지막으로 물을게, 정말로 그 자식이랑 함께 가겠다는 거야?”그러자 윤혜인은 분명하게 말했다.“네, 구운 오빠가 날 구했으니까 난 오빠랑 같이 가야 해요.”분노에 찬 이준혁이 결국 욕설을 퍼부었다.“그 자식만 널 구했어? 나도 너 구했어! 그 자식한테는 네 몸까지 다 바치면서, 그럼 나한테는 뭘 줄 건데?”가슴이 답답해진 윤혜인은 천천히 말을 꺼냈다.“준혁 씨한테도 감사해요. 하지만 앞으로 제 일엔 관여하지 말아 주세요.”그래야 그녀는 더 이상 문현미의 질책을 받지 않을 수 있다. 문현미가 말했듯이, 그녀는 이준혁에게 아무 도움도 줄 수 없으니 차라리 멀어지는 게 나을 것이다.이준혁은 처음으로 심장이 차가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눈빛은 더욱더 어두워졌다.“감사는 필요 없어, 난 실질적인 걸 원해.”“원하시는 게... 웁...”바지 단추가 풀리는 느낌에 윤혜인은 눈이 휘둥그레졌고 곧이어 차가운 공기가 몸으로 스며들어왔다.“당신은 정말 개자식이에요! 우리 지금 아무런 사이도 아니잖아요! 이러면 안 된다고요!”하지만 살벌해진 눈빛으로 이준혁이 몸을 낮추고 그녀를 비웃었다.“되는지 안 되는지는 네가 판단하는 게 아니야.
“처음 손댔을 때 저도 참을 수 없었다고요. 그래서 아주 격하게...”이준혁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가차 없이 말했다.“지금 나 일부러 자극해서 혜인이의 동정을 얻어내려는 거지?”한구운은 여전히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이준혁 씨, 제가 일부러 자극했는지 아닌지는 핸드폰을 보면 알 수 있을겁니다.”곧이어 이준혁은 핸드폰을 켰고 익명의 이메일에는 윤혜인의 사진이 몇 장 들어있었다.중요 부위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옷이 흐트러진 모습은 충분히 매혹적이었다.이미 여러 번 봐왔기 때문에 이준혁은 이 장면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일을 마친 후의 상태 같았다.“쾅!”이준혁은 핸드폰을 유리창에 세게 던져 부숴버렸다.그러고는 차에서 튀어나와 주먹을 꽉 쥐고 한구운의 온화한 얼굴에 강하게 주먹을 날렸다.그러자 휠체어가 넘어지며 한구운도 바닥에 넘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이준혁은 멈추지 않고, 한 번 또 한 번 주먹을 휘둘렀다.피로 충혈된 눈을 한 채 이성을 잃은 듯 이준혁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이 미친 개새끼야! 네가 감히 혜인이를 찍어? 넌 내가 반드시 죽인다!”갑작스러운 상황에 어안이 벙벙해진 집사는 급히 차 안으로 가서 윤혜인을 불렀다.그리고 윤혜인은 차에서 내리자마자 이준혁이 한구운을 바닥에 눕힌 채 죽도록 때리는 모습을 목격했다.그가 이렇게 미쳐 길길이 날뛰는 모습을 윤혜인은 여태껏 본 적이 없었다. 그 폭력적인 기운은 마치 지옥에서 나온 악귀를 연상케 했다.“이준혁 씨, 당신 미쳤어요?!”윤혜인은 이준혁의 팔을 잡아당기려 했지만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바닥에 누워 이준혁의 주먹에 맞으면서도 한구운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아무런 반항도 할 수 없었다.윤혜인은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경찰서죠? 여기 신세계 백화점 앞 사거리에서 한 사람이... 아!”그녀의 손에 있던 핸드폰이 갑자기 날아갔다.이준혁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했다. 마음은 이보다 더 차가울 수
한구운은 어두워진 표정으로 황급히 해명에 나섰다.“혜인아, 내 말 좀 들어봐...”“의사가 오진한 건가요?”하지만 윤혜인이 그의 말을 가로챘다.한구운은 변명하려 했지만, 그녀의 맑은 눈동자를 보며 이내 고개를 살짝 숙였다.“응.”그러자 붉게 물든 눈동자를 하고 윤혜인이 격앙된 목소리로 물었다.“왜 그런 거예요?”그제야 한구운은 연기를 포기하고 옅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아직도 모르겠어? 난 널 사랑해. 널 내 곁에 두고 싶었어.”분노가 차올라 윤혜인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거짓말로요?”한구운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다.“널 붙잡을 수만 있다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할 거야.”“한구운 씨? 정말 한구운 씨 맞아요?”그 말을 들은 한구운의 안색이 변했지만 윤혜인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어갔다.“전 그쪽 모릅니다.”이윽고 그녀는 눈물이 그득 고인 얼굴로 급히 가방을 집어 들며 떠날 준비를 했다.“미안해요. 선배가 날 구해줬다 해도 거짓말은 용서할 수 없어요. 치료비는 제가 낼 테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아요.”한구운은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혜인아, 난 널 해친 적이 없어.”윤혜인은 어느새 문 앞까지 다다른 뒤였다.“전 거짓말은 받아들일 수 없어요.”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그녀의 뒷모습을 보는 한구운의 눈빛에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혜인이 넌 도망칠 수 없어.”...윤혜인이 밖에 나왔을 때, 이미 하늘은 어두워져 있었다.그녀는 이준혁이 한구운이 어떤 사람인지 아느냐고 물었을 때의 실망과 분노가 담긴 눈빛을 떠올리며, 자신이 너무 어리석었다고 생각했다.한구운이 어떤 사람인지 정말 제대로 보지 못했으니 말이다.비록 그가 자신을 해친 적은 없을지 몰라도, 한구운의 많은 행동이 지금 돌이켜보면 자신과 이준혁 사이를 갈라놓으려 했던 것처럼 느껴졌다.정말 어리석었다.마음이 답답하고 울적해진 윤혜인은 혼자 집에 돌아가고 싶지 않아 소원을 찾아갔다.한편, 육경한은 병원에서 이틀간
그녀는 거짓말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아 솔직하게 말했다.“소원 씨가 직접 부모님께 말씀드린 거예요. 위궤양이라고. 거짓말 아닙니다. 직접 병실에 가서 물어보셔도 돼요.”이것은 소원이 부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했던 말이었지만, 진아연은 바로 이 점을 이용했다.뒤이어 그녀는 간호사를 내보내고 주치의를 불러들였다. 육경한도 본 적이 있는 소원의 수술 담당 의사 말했다.진아연이 물었다.“의사 선생님, 경한 씨한테 말씀해 주세요. 소원 씨가 무슨 병에 걸렸는지.”그러자 의사는 떨리는 손으로 진단 보고서를 꺼내 육경한에게 건네주었다.“소원 씨는 위궤양입니다. 저한테 돈을 주면서 가족들에게 위암이라고 말해달라고 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제가 빚이 있어서 하는 수 없이... 제발 신고하지 말아 주세요. 그럼 저 병원에서 해고당하게 될 겁니다.”육경한의 표정이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을 보며 진아연은 그가 분노에 가득 차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육경한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이었다.“아직도 의사로 일하고 싶으세요?”남자의 웃음에는 따뜻함이 전혀 없었고, 지옥의 맹렬한 불길보다 더 무서웠다.의사는 그의 웃음에 다리가 풀려 떨며 말했다.“잘못했습니다, 선생님. 제발 너그럽게 용서해 주세요. 전 그냥 잠깐의 돈 욕심에 그 여자분의 말을 믿은 거예요. 그분 탓입니다, 전부 그분 탓...”그때, 육경한은 갑자기 손을 뻗어 철 같은 손으로 의사의 목을 단단히 움켜쥐었다.“당신 같은 놈도 의사라니!”그리고는 의사를 바닥에 세게 내동댕이쳤다.“쿵!”초라하게 바닥에 나뒹군 의사는 몸이 부서질 듯한 고통을 느꼈다.육경한은 차가운 목소리로 소종에게 명령했다.“저 사람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 조사해. 사실이라면 손을 못 쓰게 만들어.”‘이런 사람도 다 의사를 하다니...’곧 소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의사를 끌어냈고 진아연은 육경한의 등을 두드리며 달랬다.“소원 씨가 이렇게 교묘한 방법으로 경한 씨를 속여 시간을 벌고 돈을 마련할 줄은 몰랐어요
육경한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원의 찢어진 옷을 한 치 한 치 갈아내듯 바라보았다.그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차가운 손끝으로 그녀의 빨갛게 멍든 피부를 살며시 쓰다듬다가 갑자기 힘을 주어 눌렀다.“으...”소원은 고통에 소리를 냈고 얼굴은 어느새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하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고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더욱 세게 눌렀다. 마치 원래 난 그 자국을 덮으려는 듯 말이다.그러더니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뭐가 그렇게 급해서 문도 채 못 닫고 하려는 거야?”소원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경한은 이미 포악해질 대로 포악해졌지만 단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애써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가슴이 계속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소원은 해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하지만 그때, 육경한에게 차인 김재성이 벌떡 일어나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김재성은 분수를 모르고 소원의 앞을 가로막으며 죽음을 각오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소원이는 내 여자야, 어디 건드리기만 해봐!”그러자 육경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냉소를 지었다.“네 여자라고?”남자의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인함에 김재성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지만, 엄청난 보수를 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그래! 소원이는 내 여자야,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넌 절대 건드릴 수 없어!”“네 아이? 내가 건드릴 수 없어?”육경한은 두 문장을 반복하며 마치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음을 터뜨렸다.그리고 오직 소원만이 그 웃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김재성을 세게 밀며 소리쳤다.“헛소리 지껄이지 마! 내가 언제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그래?!”김재성은 밀려난 채로 억울한 듯 말했다.“소원아, 나한테 화나서 그런 말 하는 건 이해해. 하지만 아이에게는 온전한 가정이 필요하다고. 아빠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잖아! 걱정하지 마, 네가 몇 명의 남자와 잤든 난 상관없어.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니까!”
“어떻게 천해도 이렇게 천할 수 있어?! 서울에 있는 모든 남자로도 만족 못 할 것 같아? 날 속이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그 잡종의 아이까지 임신해?!”그의 목소리는 덧없이 차가웠으며 주변에는 한기만이 가득했다.소원은 그 한기에 눌려 온몸이 굳어버렸다.그녀는 힘겹게 육경한의 손목을 잡고 숨을 쉬려 애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아니야... 그게 아니고... 저 자식이 갑자기 들어와서 내 옷을...”그 뒤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온 얼굴은 비정상적인 자주색을 띠었고 산소가 부족해진 페는 곧 터질 것만 같았다.육경한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배신이었다!무엇이든지 육경한의 낙인이 찍히면, 언젠가 그가 싫증이 나서 버린다 해도 다른 사람은 손대지 못하게 했다!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소원에게 배신을 당했다!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을 생각할 때마다, 육경한은 분노가 차올라 소원을 불태워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소원은 점점 시야가 어두워졌다. 가슴은 답답했고 목도 아팠으며 이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정말 날 죽이려는 건가? 이렇게 난 드디어 해방되는 건가? 아기도 나랑 함께 가는 건가?’의식이 흐려짐과 동시에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그 눈물은 새빨개진 소원의 작은 얼굴에서부터 육경한의 피로 얼룩진 손등까지 곧장 떨어졌다.소원은 울고 싶지 않았다. 냉혈한 육경한의 앞에서 자신의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의식은 더 이상 눈물을 통제할 수 없었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떠나야 한다니!‘다음 생에는, 제발 다음 생에는, 육경한을 만나지 않기를...’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조르던 육경한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차갑고 냉혹한 그의 얼굴에는 오직 증오만이 가득 남아있었다.“이렇게 죽는 건, 너무 쉽잖아?”소원은 마침내 숨을 쉴 수
소원은 힘겹게 육경한의 말을 들었다.위궤양, 잡종의 아이,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김재성...인제 와 보니 모든 것이 그녀를 노린 일련의 덫이었다. 하나하나가 모두 그녀를 옭아매려는 계략이었다.‘대체 무슨 이유로 이토록 공을 들여 나를 괴롭히는 거지? 굳이 이런 죄명을 덧씌우지 않아도 난 육경한한테 죽을 때까지 괴롭힘을 당할 텐데! 왜 그러는거지, 대체?’소원은 밝게 웃으며 말했다.“그 말들 전부 진아연이 당신한테 한 거지?! 위궤양에, 바람피워서 임신한 아이에, 진찬성까지... 치밀하게 이야기를 꾸미느라 진아연이 얼마나 고생했을까? 이렇게 많은 증인들까지 찾으려고 말이야.”“닥쳐!”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육경한이 그녀의 말을 끊었다.“아연이를 그 천한 입에 올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아연이는 머릿속이 소름 끼치는 계략으로 가득 찬 너랑은 다르다고!”육경한은 마음속으로 진아연이 조금 거칠긴 해도 솔직한 사람이라 그런 거지 절대 그런 음흉한 술수를 부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내가 위궤양인지 아닌지는 잘 조사해보면 알 거 아니야. 그리고 내 배 속의 아이는...”소원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이 아이는 부모님이 그녀를 떠올릴 수 있게 남겨주려던 기억과도 같은 존재였다.하지만 만약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라는 것을 육경한이 알게 된다면, 그는 절대 소원이 아이를 낳도록 두지 않을 것이다.육경한은 소원을 노려보며 차가운 눈빛으로 말했다.“왜, 너도 말 못 하겠어? 이 아이가 누구의 아이인지도 모르겠지? 그렇게 많은 남자들이랑 자는게 소원이라는데, 내가 오늘 그 소원 이뤄줄게!”이윽고 육경한은 갑자기 소원을 한 손으로 들어 올려 품에 안았다.그러나 웬일인지 소원이 매우 가볍게 느껴졌다. 한 손으로 들기에도 충분할 정도로 말이다.‘임신한 사람 맞아? 10살짜리 애보다 더 가벼운 것 같은데?’소원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지 몰라 두려워하며 몸부림쳤다.“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이거 내려놔! 회사도 다 포기할게. 당신은 나한테 이럴 자격 없
가장 충실하고 정직해 보였던 안태웅이 소진용에게 가장 깊은 상처를 준 배신자였다는 사실에 소원은 충격을 받았다.혼란스러워진 그녀는 그 종이 뭉치를 미친 듯이 찢어 작은 조각으로 만들었고 육경한은 차 옆에 기대어 느긋하게 담배를 피우며 말했다.“네가 아무리 찢어봐야 다시 붙이면 그만이야.”그 말을 듣자 소원은 미친 사람처럼 그 종잇조각을 입에 넣기 시작했다. 아예 삼키려고 말이다.육경한은 처음엔 재미있게 보다가 점점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녀는 정말로 일고여덟 장의 종이를 모두 삼킬 기세였으니 말이다!‘미친 거 아니야 진짜?!’화가 난 그는 즉시 담배를 끄고 그녀를 막아 나섰다.“너 정말 미친 거 아니야? 뱉어내!”하지만 소원은 그의 말을 들었는지 말았는지, 입을 꼭 막고 필사적으로 종이를 삼켰다.마른 종잇조각이 목구멍을 지나갈 때, 마치 날카로운 낫에 베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매우 고통스러웠다.육경한은 그녀의 턱을 꽉 잡고 분노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뱉어내라니까!”그러자 소원은 그의 말을 전혀 듣지 않고, 고통스러운 듯 신음 소리를 내며 계속해서 종이를 삼켰다.하여 육경한은 어쩔 수 없이 손을 그녀의 입에 집어넣었다. 억지로라도 빼내려고 말이다.“너 정말 바보야?! 이건 복사본이야, 아무리 삼켜봐야 소용없다고!”‘복사본...’소원은 자신이 완전히 미쳐버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 육경한처럼 영리한 사람이 원본을 줄 리가 없지. 하하! 복사본이라니!’그녀는 육경한이 입안의 종이를 꺼내는 것을 무기력하게 바라보았다.목이 너무 아팠고 종잇조각에는 피가 묻어 나왔다.그 피는 마치 암세포에 감염된 것처럼 끔찍한 색이었다.육경한은 소원을 끌어내고 생수병을 그녀의 목구멍에 부어 깨끗이 씻어냈다.물을 너무 많이 쏟는 바람에 소원은 온몸이 다 젖었다.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꼭두 각시처럼 움직이지도 저항하지도 않으며, 육경한이 물을 부어 씻어내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그녀의 외투는 김재성에 의해 찢어졌고 안에는 회색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