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52화

육경한의 깊고 어두운 눈동자는 날카로운 칼날처럼 소원의 찢어진 옷을 한 치 한 치 갈아내듯 바라보았다.

그는 천천히 쪼그리고 앉아 차가운 손끝으로 그녀의 빨갛게 멍든 피부를 살며시 쓰다듬다가 갑자기 힘을 주어 눌렀다.

“으...”

소원은 고통에 소리를 냈고 얼굴은 어느새 종잇장처럼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는 손을 놓지 않았고 손등의 핏줄이 튀어나올 정도로 더욱 세게 눌렀다. 마치 원래 난 그 자국을 덮으려는 듯 말이다.

그러더니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그렇게 급해서 문도 채 못 닫고 하려는 거야?”

소원은 그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육경한은 이미 포악해질 대로 포악해졌지만 단지 알 수 없는 이유로 애써 분노를 억누르고 있었다.

가슴이 계속 조여오는 것을 느끼며 소원은 해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그때, 육경한에게 차인 김재성이 벌떡 일어나 이곳으로 뛰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김재성은 분수를 모르고 소원의 앞을 가로막으며 죽음을 각오한 듯한 얼굴로 말했다.

“소원이는 내 여자야, 어디 건드리기만 해봐!”

그러자 육경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피식 냉소를 지었다.

“네 여자라고?”

남자의 행동에서 뿜어져 나오는 잔인함에 김재성의 다리가 떨리기 시작했지만, 엄청난 보수를 받기 위해 이를 악물고 그와 눈을 마주쳤다.

“그래! 소원이는 내 여자야, 내 아이를 임신하고 있다고. 넌 절대 건드릴 수 없어!”

“네 아이? 내가 건드릴 수 없어?”

육경한은 두 문장을 반복하며 마치 엄청난 농담이라도 들은 듯 비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오직 소원만이 그 웃음이 얼마나 무서운지 느낄 수 있었다.

그녀는 김재성을 세게 밀며 소리쳤다.

“헛소리 지껄이지 마! 내가 언제 네 아이를 임신했다고 그래?!”

김재성은 밀려난 채로 억울한 듯 말했다.

“소원아, 나한테 화나서 그런 말 하는 건 이해해. 하지만 아이에게는 온전한 가정이 필요하다고. 아빠 없는 아이로 태어나게 할 수는 없잖아! 걱정하지 마, 네가 몇 명의 남자와 잤든 난 상관없어. 이 아이는 분명 내 아이니까!”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