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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8화

육경한은 소원이 자신의 아이를 낳는 상상을 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몇 년 전, 두 사람이 한창 사랑에 빠졌을 때 소원은 종종 그의 귀에 이렇게 속삭이곤 했다.

“육경한, 나 당신 아이 낳고 싶어!”

당연히 곧바로 그의 품에 갇혀 제대로 혼쭐이 났지만.

다만 당시 두 사람 모두 대학생이었고, 아이를 갖기에는 여러 가지 여건이 여의찮아서 피임을 했었다.

두 사람은 졸업하자마자 아기를 갖기로 합의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았다.

몇 년이 지난 지금, 이 말을 다시 들은 육경한의 마음에는 더 이상 처음의 희열이 아닌 조롱과 증오만이 가득했다.

그녀가 애새끼를 이토록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더더욱 그냥 둘 수 없었다.

그는 여자의 턱을 세게 그러잡고 차갑게 말했다.

“소원, 내가 매번 끝나고 피임약을 먹였는데 그게 어떻게 내 아이야?”

소원은 턱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통증에 눈물이 차오르며 설명했다.

“약 다 토했어.”

관계가 끝나고 약을 뱉어내는 일이 몇 번 있었다.

당시 위가 아파 항상 구토를 하곤 했는데 그때는 자신이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조차 몰랐고 단지 소화 불량이라고 생각했다.

“소원, 고작 애새끼 때문에 별 수작을 다 부리네.”

육경한은 차갑게 웃었다.

“왜 토했어? 설마 내 아이를 갖고 싶었어?”

소원이 입술을 달싹이며 말하려는 순간, 남자가 턱을 세게 잡은 채 쾅 소리와 함께 얼굴이 반쯤 시트에 눌렸다.

남자의 표정은 차갑고 매정했다.

“내 애가 맞다고 해도 난 지울 거야! 네가 감히 주제도 모르고 내 아이를 낳아? 넌 그럴 자격 없어!”

육경한은 자신의 아이라는 말에 또다시 가슴이 설레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는 절대 여자에게 속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여자가 자신을 속일 모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자신의 아이라니, 이 여자가 거짓말했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니었다면 또 속을 뻔했다.

악독한 여자는 지난번 그를 사랑한다던 말처럼 늘 그를 휘어잡는 방법이 있었다.

아직도 자신을 속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절대 안 돼! 절대로!

육경한의 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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