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 가.” 이준혁이 말했다.윤혜인은 다리가 저릴 때까지 쪼그려 앉아서 돌아가서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에 걱정이 앞섰다.그때 갑자기 검은색 벤틀리가 다시 돌아왔다.차창이 천천히 내려가면서 남자의 잘생긴 얼굴이 어둠 속에 나타났다.“타.”윤혜인은 망설이지 않고 문을 열고 차에 타려고 했지만, 너무 오래 쪼그리고 앉아 있다 보니 두 다리가 감당하지 못해 문 가장자리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윽...”그녀는 입술을 앙다물고 끙끙거리며 비틀거리다가 남자의 발 앞에 무릎을 꿇었고, 그녀의 손은 그의 양복 바짓단을 움켜쥐고 있었다.그런 자세에 윤혜인의 어쩔 줄 모르는 얼굴까지 곁들이자 불쌍하면서도 꽤 유혹적이었다.시선을 내린 이준혁의 눈동자가 한층 짙어졌다.차 안의 분위기가 얼어붙었고 윤혜인은 너무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일어나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얌전히 앉았다.차는 어두운 밤을 달렸다.이준혁은 지친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손으로 이마를 짚고 눈을 감았다.윤혜인은 마음속으로 초조했지만, 그의 휴식을 방해하는 것도 좋지 않아 참을 수밖에 없었다.마침내 차가 멈춘 곳은 윤혜인의 집 앞이었다.이준혁은 눈을 감은 채 주훈에게 지시했다.“올려보내.”주훈이 대답했지만 윤혜인은 다급해졌다. 고작 집에 데려다 달라고 지금까지 기다린 게 아니었다.“준혁 씨!”윤혜인이 이름을 부르자 남자는 눈꺼풀을 들어 올려 나른하게 바라봤다.오늘 밤 여러 번이나 거절을 당한 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올라가서 차 한잔…”방 안.이준혁은 눈을 감은 채 셔츠 소맷자락을 살짝 접어 근육질의 팔을 드러냈고, 두 다리를 거만하게 꼰 채 소파에 나른하게 기대어 있었다.윤혜인은 차 대신 부엌에서 얼큰한 해장국을 끓였다.요리를 마친 그녀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으며 나지막이 말했다.“해장국 좀 먹어요.”소파 옆에는 의자가 없었기에 윤혜인은 그냥 서 있었고, 재킷을 벗자 흰 니트에 청바지 차림의 그녀는 허리선이 두드러져 훌륭한 몸매가 돋보였다.노출이 있
윤혜인 역시 얼굴이 창백해지며 주먹을 불끈 쥐었고 온몸이 분노로 덜덜 떨렸다.속에 쌓인 게 많았던 이준혁은 거침없이 날카로운 말을 뱉었다.하지만 가벼운 떨림을 억누르는 그녀의 가녀린 어깨를 보는 순간, 그는 마음 한구석에서 아픔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속으로 이성을 잃은 자신에게 거친 욕설을 퍼부었다.더 이상 그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신경 쓰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그녀를 안고 싶은 두 손이 주체하지 못하고 또다시 그녀를 아프게 했다.그 생각에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지만 윤혜인이 그의 손길을 피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고집스럽게 말했다.“준혁 씨, 난 당신이랑 안 자요.”그는 곧 결혼할 텐데 아무리 자존심을 버렸다고 해도 내연녀가 될 수는 없었다.들어 올린 이준혁의 손이 허공에 멈칫하며 표정이 완전히 굳어졌다.또 괜한 죄책감을 느꼈지!쾅!남자가 문을 세게 닫았고 주위에는 침묵이 흘렀다.소원의 현재 상황에 대한 걱정과 떨림이 윤혜인을 괴롭혔다.자리에 가만히 서 있던 그녀는 마침내 감정이 통제 불능이 되어 눈물이 흘러내렸다.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밤을 지새운 윤혜인은 다음 날 쉬는 시간에 맞춰 서둘러 병원에 있는 소진용과 전미영을 보러 갔다.마침내 한 가지 소식이 들려왔다.육경한의 약혼녀가 다쳐 병원에 입원한 걸 보아 소원의 구속과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그녀는 육경한의 약혼녀가 어디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오후, 윤혜인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울 때 한구운의 전화가 걸려 왔다.윤혜인은 전화를 받았고,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먼저 말을 꺼내지 않았다.마침내 한구운은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혜인아, 잘 지내?”윤혜인은 차갑게 말했다.“네, 병원비는 이미 계좌로 입금했어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하다가 한숨을 내쉬었다. “혜인아, 내가 돈이 필요한 게 아니란 걸 알잖아.”윤혜인은 그와 엮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을 속였다는 걸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고 그라는 사람에 대한 의구심이 들어 차갑게 말했
그곳으로 보내고도 사람까지 매수해 소원을 괴롭히다니.윤혜인은 다급하게 말했다.“선배, 어떡해요, 빨리 소원이 구해 주세요.”오랜만에 듣는 선배라는 호칭에 한구운도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다.“도와줄 수는 있지만 조건이 있어.”말하며 먹잇감을 노리는 늑대의 눈빛과도 같은 남자의 눈동자에 윤혜인은 낯선 기분이 들었다.“무슨 조건이요?”한구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윤혜인에게 다가가 앉았다.낯선 분위기에 윤혜인은 팔의 솜털이 바짝 섰고 급히 몸을 뒤로 젖혔지만 한구운은 그녀를 강하게 끌어당겼다.그의 긴 손가락이 윤혜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낮고 허스키한 목소리로 말했다.“내 여자 친구가 되어줘, 너의 모든 게 내 것이 되는 거.”손 아래 닿는 피부는 백자처럼 섬세하고 부드러웠고, 꽃잎 같은 입술은 촉촉하고 도톰했다.한구운의 목울대가 일렁거렸다. 처음으로 여자에게 거센 충동을 느끼며 통제 불능의 반응을 보였다.그는 짙은 눈빛으로 그녀가 대답하기도 전에 가느다란 허리를 끌어당겨 얇은 입술을 갖다 댔다.윤혜인은 깜짝 놀랐다.너무 갑작스러워서 미처 반응할 틈도 없었다.더군다나 이곳은 투명한 창문이 있는 사무실인데 어떻게 감히 여기서 자신을 범한단 말인가!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얼굴을 돌리고 손을 뻗어 남자의 입술을 막은 채 필사적으로 몸부림쳤다.하지만 남자는 쉽게 놓아주지 않았고 거센 불에 휩싸인 듯 달아올라 당장이라도 여자를 품고 싶은 욕망에 불타고 있었다.그는 손바닥에 힘을 주어 그녀를 소파로 밀어붙였고 그의 건장한 몸으로 그녀를 덮쳤다.윤혜인은 두 손이 남자에게 잡혀 소파 팔걸이에 포박당한 채 짓눌렸다.당황한 그녀는 눈앞에 있는 남자가 그토록 낯설게 느껴졌다.“한구운 씨, 이건 범죄에요. 빨리 이거 놔줘요!”한구운이 한 손으로 안경을 벗자 다정했던 눈빛은 사라지고 서슬 퍼런 냉기만 남아 있었다.그가 음침하게 말했다. “혜인아, 넌 원래 내 것이었어.” 윤혜인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고, 무섭도록 강한 남
한구운은 손끝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인 줄 알았으면 진작 널 가졌을 거야.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 알지?”심연의 지옥 같은 과거에서 오직 그 소녀만이 그가 여전히 사람이고,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해주었다.눈물이 멈추지 않는 윤혜인은 도무지 한구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도와줘요! 살려주세... 읍...”한구운의 손바닥이 그녀의 입술을 덮치며 나지막이 웃었다.“듣지도 않을 거고, 듣는다 해도 들어오지도 않을 거야, 모르겠어?”윤혜인은 점점 더 절망에 빠졌다.한구운은 진작 이럴 속셈이었다. 이 모든 게 함정이었다.남자의 길고 가느다란 검지가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얌전히 나한테 맡겨. 내가 그 자식보다 더 잘해줄게.”남녀 사이의 관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윤혜인이 그녀라는 걸 알게 된 후 특별히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그는 그녀를 배려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남자가 다시 덮쳐오자 윤혜인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말했다.“한구운 씨, 나 좋아해요?”한구운은 두 눈에 불같은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아주 많이 좋아해. 너의 모든 걸 원해.”윤혜인은 어렴풋이 한구운의 고집스러운 집착을 느끼고 그와 이성적인 대화를 시도했다.“날 좋아한다면 강요할 게 아니라 더더욱 나를 존중해줘야죠.”한구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렸을 때부터 내가 좋아했던 건 늘 버려졌어. 그래서 깨달았지, 좋아하면 가져야 한다는 걸.”“그게 아니죠. 당신이 날 소유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거예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했다.“네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 말을 놓치지 않고 윤혜인은 말을 이어갔다.“난 당신이 싫어요. 나한테 손대면 당신을 죽도록 미워하겠죠!”“이준혁 좋아하나?”한구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희미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내가 그놈보다 못해?”윤혜인은 눈을 감고 고
알코올 솜을 들고 상처 부위를 닦는 비서의 손길은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그녀는 대표가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여 그녀는 더 꼼꼼하게 움직였고 눈앞에 슬쩍 드러나는 남자의 허벅지를 일부러 쓰다듬기까지 했다.한구운은 경험이 없어도 바보가 아니었다.그는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나랑 자고 싶어?”비서는 남자의 정교하고 섬세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광대에 살짝 묻은 피는 그의 날카로운 관능미를 더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낮게 중얼거렸다.“대표님께서 필요하시면 저도 모실 수 있어요.”한구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얇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은 채 길고 차가운 손가락이 여자의 턱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더니 가느다란 입을 갖다 대고 두어 번 문질렀다.여자는 순식간에 물처럼 녹아내리며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뱉었다.“흣...”그녀는 대담하게 남자의 한 손을 잡아 볼륨감 있는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안아주세요...”“허!” 한구운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갑자기 손에 힘을 주어 여자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갑자기 들이닥친 숨 막힐 듯한 질식에 비서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며 두 손을 거칠게 휘둘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점점 더 꽉 조여왔고, 비서의 눈은 하얗게 뒤집혀 목에서는 꺽꺽거리는 절망적인 소리가 나왔다.죽지 직전의 순간이었다.비서의 온몸이 한구운에 의해 세게 밀려났다.쿵-뒤통수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피가 흥건했다!남자는 지옥에서 가장 무서운 불구덩이에서 나온 듯 섬뜩하기 그지없었다.“똑똑히 봐, 네 주제를!”...한구운에게서 벗어난 윤혜인은 걱정이 가득했다.그 미친 한구운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두 사람의 생명이었다.육경한, 이 나쁜 놈!한구운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을 테니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윤혜인은 줄곧 집에서 기다렸다.밤 10시가 돼도 이준혁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주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고, 주훈은 이준혁이 스카이 별장에 갔으니 볼일 있으면 그곳에 찾아가라고 했다.스카이 별장, 이혼 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다.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윤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스카이 별장으로 찾아가기로 했다.집을 나서기 전 일부러 샤워를 하고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고르는데 구석에 하얀 레이스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이혼 사실을 알게 된 후 소원이 제2의 인생을 찾으라며 선물한 옷이었다.한 번도 입지 않았던 건 가려야 할 곳을 전혀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옷에 들인 천이 합쳐봐야 그의 두 손바닥 정도 되었으니까.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손을 뻗어 안에 챙겨입었다.스카이 별장에 도착하고 경비원이 자신을 들여보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쨌든 지금 자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었으니까.뜻밖에도 경비원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더니 여전히 사모님이라고 부르며 안으로 안내했다.심지어 그는 이런 말까지 했다.“사모님께서 오시면 바로 들여보내라는 명령을 들었으니 마음 놓고 들어가세요.”윤혜은 그 말을 듣고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안으로 가니 여전히 익숙한 얼굴 인식 잠금장치가 대문에 설치되어 있었다.윤혜인이 얼굴을 들이대자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이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이준혁이 아직도 시스템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우지 않은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사업을 맡았으니 너무 바빠서 미처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그리고 어차피 재혼하면 이씨 집안 재력으로 스카이 별장을 신혼집으로 쓰지 않고 새집을 마련할 게 뻔했다.익숙하게 계단을 오르는데 어디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침실만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다.윤혜인이 가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틈 사이로 이준혁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그는 막 모임이 끝난 듯 정장 차림으로 발코니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오늘 밤 달빛이 너무 옅은
특히나 자신의 살결이 그대로 남자 앞에 드러난 순간이라 더더욱 그랬다.이준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녀가 이토록 과감한 옷을 입을 줄 몰랐던 터라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윤혜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스스로도 참 창피하고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를 꼬시기 위해 이런 옷을 입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이준혁은 타협할 여지도 없이 그녀를 돕지 않겠다고 매정하게 말했다.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코트를 여미고 단추도 미처 채우지 않은 채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다.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녀를 낚아채 세게 잡아당겨 장식장에 밀어붙였다.남자가 거칠게 그녀의 코트를 벗기자 감춰져 있던 매혹적인 살결이 허공에 드러나며 그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에 비쳤다.윤혜인은 등 뒤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서둘러 몸을 가리려 했지만 손이 꽉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준혁 씨, 놔줘요.”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의 눈은 붉어지고 목이 메었다.이준혁의 눈동자에는 욕망과 분노가 뒤섞인 채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놓으라고? 이렇게 입고 또 어떤 남자한테 부탁하려고!”결국엔 그녀를 방탕하고 파렴치한 여자라고 비하하는 말이었다.윤혜인은 분노에 몸이 덜덜 떨리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요? 이거 놔요!”이준혁은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얼굴을 들어 올리며 조롱했다.“왜, 한구운한테 부탁했는데 도와주지 않았어? 그놈이랑 몇 번이나 했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잘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나만큼 잘해? 대답해 봐.”미친 질투심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다른 남자 품에 안긴 그녀라…다른 남자가 이 모습을 보고 만졌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밀었다. 타오르는 불길이 이성마저 날려버려 눈앞에 있는 여자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윤혜인은 분노에 몸을 떨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날 미행했어요?”이준혁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여자의 눈동자를 가늘게 뜬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안 그러면 네가 잘난 네 친구
윤혜인은 힘겹게 발버둥 치던 행동을 멈추고 눈가가 빨개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나한테 뭘 원하는데요?”이준혁은 말하지 않았다.“다 구하고 말해줄게.”“내가 줄 수 없는 걸 원할 건가요?” 윤혜인이 묻자 이준혁은 나지막이 놀리듯 말했다.“너를 나한테 주겠다고 했으면서 아직도 줄 수 없는 게 있어?”“...”윤혜인은 이 남자가 사람을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속을 알 수 없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한구운보다 이준혁을 믿는 쪽을 선택했다.“그럼 소원이는 언제 나와요?”“내일 아침.” 이준혁이 기한을 제시했다.“지금은 안 돼요?” 초조했던 윤혜인은 단 한 순간도 소원이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이준혁은 피식 웃었다.“이 시간에 나보고 감옥을 털라고?”윤혜인은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거긴 다른 곳과 달라서 늦은 시간에 일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소원의 문제가 해결되자 그녀는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이준혁은 그녀를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오늘 밤은 여기서 자.”“오늘 밤에요?”윤혜인은 코트를 여미며 경계하듯 말했다. “대체 조건이 몇 개예요? 난 하나만 들어줄 거예요.”자신을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역시나 악마의 본성이 또 슬슬 드러난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이준혁의 혀끝이 어금니에 닿으며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걱정 마, 너랑 같이 안 자. 그 정도로 여자가 간절하진 않아.”그의 불쾌감을 감지한 윤혜인은 반박하지 않았다.알 수 없는 거래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기에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어쨌든 그녀는 그의 조건 중 하나만 들어줄 것이고, 그가 선택했으면 그걸로 끝이었다....구치소.소원은 두 명의 여성 죄수에게 붙잡혀 정체불명의 액체를 주입받았다.얼굴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 그녀는 대체 왜 이러는지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악... 아아악...”하지만 입을 열어도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자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