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472화

윤혜인은 줄곧 집에서 기다렸다.

밤 10시가 돼도 이준혁은 나타나지 않았다.

그녀는 하는 수 없이 주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고, 주훈은 이준혁이 스카이 별장에 갔으니 볼일 있으면 그곳에 찾아가라고 했다.

스카이 별장, 이혼 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다.

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윤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스카이 별장으로 찾아가기로 했다.

집을 나서기 전 일부러 샤워를 하고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고르는데 구석에 하얀 레이스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

이혼 사실을 알게 된 후 소원이 제2의 인생을 찾으라며 선물한 옷이었다.

한 번도 입지 않았던 건 가려야 할 곳을 전혀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옷에 들인 천이 합쳐봐야 그의 두 손바닥 정도 되었으니까.

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손을 뻗어 안에 챙겨입었다.

스카이 별장에 도착하고 경비원이 자신을 들여보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쨌든 지금 자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었으니까.

뜻밖에도 경비원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더니 여전히 사모님이라고 부르며 안으로 안내했다.

심지어 그는 이런 말까지 했다.

“사모님께서 오시면 바로 들여보내라는 명령을 들었으니 마음 놓고 들어가세요.”

윤혜은 그 말을 듣고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

안으로 가니 여전히 익숙한 얼굴 인식 잠금장치가 대문에 설치되어 있었다.

윤혜인이 얼굴을 들이대자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이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이준혁이 아직도 시스템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우지 않은 게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사업을 맡았으니 너무 바빠서 미처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

그리고 어차피 재혼하면 이씨 집안 재력으로 스카이 별장을 신혼집으로 쓰지 않고 새집을 마련할 게 뻔했다.

익숙하게 계단을 오르는데 어디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침실만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다.

윤혜인이 가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틈 사이로 이준혁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그는 막 모임이 끝난 듯 정장 차림으로 발코니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오늘 밤 달빛이 너무 옅은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