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622화

육경한의 눈동자는 여전히 어두웠지만 표정은 여러 번 변했다.

“무슨 말이야?”

육경한이 보기 드물게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소원이 빨간 입술로 묘한 웃음을 지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아름다웠다.

“허허. 육경한. 뭐든 다 알고 뭐든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넌 탐욕스럽고 가식적이고 악독한 여자에 홀려서 정신을 못 차린 것뿐이야. 내가 말한 사람 누군지 알겠어? 네가 오랫동안 좋다고 물고 빨았던 진아연, 그년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영락없는 사기꾼이야.”

순간 육경한의 얼굴이 하얗게 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쇼는 이제 시작이었다. 소원은 이 순간을 참으로 오래 기다려왔다.

소원은 육경한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그 어떤 표정도 놓치지 않으려 했다.

“육경한, 너 출국하기 전에 내가 찾아갔었다고 했던 거 기억나? 너는 안 믿을지 모르지만 나 진짜 찾아갔었다?”

“갔을 뿐만 아니라 60억을 준비해 어려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려고 했어. 하지만 가는 길에 강도를 만났지.”

전에는 코웃음 치며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던 이 에피소드가 지금은 육경한을 무섭게 했다. 마치 귓가에 누군가 듣지 말라고, 더는 들으면 안 된다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

만약 그가 지금까지 믿어왔던 모든 게 와르르 무너진다면 멍청했던 과거와 그 과거에 상처받은 소원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온몸의 피가 쑥 빠져나간 것처럼 손끝까지 하얘진 육경한의 차가운 얼굴이 점점 어두워졌다. 온몸으로 범접할 수 없는 무서운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소원아, 지나간 일은 이제 꺼내지 말자. 내 곁으로 돌아오면 내가 잘해줄게.”

지나간 과거가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했다. 전에는 진상에 조금 더 가까워졌지만 지금은 그 진상을 알고 싶은 마음이 눈곱만치도 없었다.

하지만 소원은 육경한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다. 육경한의 표정이 어두워지면 질수록 소원은 끊임없이 쏟아냈다. 소원이 손수 만든 지옥에 뛰어드는 육경한의 표정이 미치게 궁금했기 때문이다.

“안 믿는 거 알아. 근데 우연이라는 게 참 무섭더라. 사라졌던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