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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뭐가 그렇게 잘나서 맨날 머리 치켜들고 다니는 거야? 다들 네가 어떤 사람인지 잘 알고 있거든. 부모도 없는 잡종 주제에…”

팍!

송소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그녀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 송소미는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이 감히 그녀에게 손찌검을 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순간 멍한 표정이었다.

한참 뒤, 송소미가 이를 꽉 깨물며 소리를 질렀다.

“너, 너 지금 감히 날 때린 거야?!”

“당신에게 예의를 가르친 겁니다.”

윤혜인이 싸늘한 눈빛으로 송소미를 보며 대답했다.

윤혜인은 아주 어릴 때 부모님을 잃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아무나 그녀의 부모님을 모욕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송소미는 화가 나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이준혁의 사촌 여동생인 그녀는 늘 타인의 아부를 받아왔기에 이렇게 대놓고 그녀와 맞서 싸우는 사람은 윤혜인이 처음이었다.

“이 나쁜 계집애!”

송소미가 미친 듯이 소리를 지르며 윤혜인에게 달려들었고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지만 반응 속도가 빠른 윤혜인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은 채 송소미를 꿈쩍도 못하게 만들었다.

윤혜인보다 체구가 작은 송소미는 어떻게든 윤혜인을 때리려고 발버둥을 쳤고 그 모습은 매우 추했다.

화가 잔뜩 난 송소미가 욕설을 퍼붓기 시작했다.

“네가 뭐라도 되는것 같아? 넌 단지 우리 준혁 오빠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일 뿐이라고! 넌 몸 파는 여자보다 더 천박해!”

송소미는 갈수록 심한 욕을 입 밖에 꺼냈고 모여드는 직원도 점점 많아졌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낮게 깔린 이준혁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그는 사무실에서 나오자마자 난동을 부리고 있는 송소미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의 등장에 순식간에 탕비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준혁 오빠?”

송소미는 평소에도 이준혁을 조금 무서워했다. 이 사촌 오빠는 가차없는 성격이라 그녀의 어머니도 그녀에게 이준혁 앞에서는 까불지 말라고 경고했었다.

하지만 조금 전에 뺨을 맞은 게 생각나자 송소미는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벌겋게 부어오른 얼굴을 만지며 울먹거렸다.

“준혁 오빠, 이것 좀 봐요, 윤혜인 저 여자가 미친 거 같아요!”

창밖의 햇빛이 이준혁의 완벽한 얼굴에 비추어 지금 이 순간, 유난히 더 잘생겨 보였다.

윤혜인은 이준혁을 보자 괜히 서러운 마음에 울컥해졌다. 뜨거운 커피 때문에 부어오른 팔도 유난히 더 아프게 느껴졌다.

윤혜인과 눈이 마주친 이준혁이 눈살을 확 찌푸리며 물었다.

“윤 비서, 회사 규칙을 잊은 거야?”

차갑고 냉랭한 이준혁의 얼굴을 보며 윤혜인은 가슴이 답답해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

주변은 여전히 고요했다. 윤혜인은 가녀린 몸을 거느린 채 그렇게 외롭게 우두커니 서있었다.

회사에 처음 들어올 때부터 이준혁은 그녀에게 회사는 그녀의 사사로운 감정을 받아주는 곳이 아니며 그도 절대 그녀의 실수를 눈 감아주지 않을 거라고 했다.

윤혜인도 잘 알고 있고 이준혁을 이해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이준혁에게 조금 전에 송소미가 했던 말을 들었는지 물어보고 싶었다.

그가 들었는데도 이런 태도를 보이는 거라면 송소미의 말을 묵인했다는 뜻이다. 그럼 윤혜인은 정말 그가 침대에서 가지고 노는 장난감뿐인 셈이다.

구경을 하고 있던 직원들은 이준혁이 나타나자 뿔뿔이 흩어졌지만 겁이 없는 몇몇 직원은 여전히 몰래 숨어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었다.

이준혁의 차가운 눈빛에 윤혜인은 온몸이 얼음장 마냥 차가워졌다. 주먹을 꽉 쥔 그녀는 서러운 마음을 가까스로 참고 송소미에게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죄송합니다. 이산 그룹의 직원으로써 제가 송소미 씨에게 손찌검을 한 건 잘못된 행동입니다.”

송소미는 고개를 숙인 윤혜인을 보며 머리를 치켜들더니 의기양양했다.

“참나, 사과 한마디로 될 거 같아?....”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윤혜인이 말을 이어갔다.

“조금 전의 행동은 회사와 상관없이 저 개인을 대표하는 행동입니다. 윤혜인으로서 저는 절대 사과할 수 없습니다.”

말을 끝낸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돌아서서 떠났다.

“너 이… 나쁜 계집애!”

송소미는 화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늘 건방만 떨던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 한 방을 먹은 것이다. 그것도 그녀가 제일 만만하게 생각하는 상대에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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