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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송소미는 지금 이 순간,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준혁 오빠, 저 나쁜 계집애가 하는 말 좀 들어봐요. 내 얼굴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감히 계속 건방을 떨다니. 준혁 오빠, 저 여자 다시 불러와요! 난 오늘 화가 풀릴 때까지 저 여자를 때려야겠어요!”

이준혁은 가녀린 윤혜인의 뒷모습을 보며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적당히 해.”

이준혁이 차갑게 대꾸했다.

평소에도 독하기로 소문난 송소미는 이준혁이 조금 전에도 윤혜인의 편을 들지 않았기에 이준혁에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했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윤혜인의 뒷모습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다음에는 사람 불러서 저 여자 얼굴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거예요!”

“송소미!”

이준혁이 실눈을 살짝 뜬 채 송소미를 쳐다보았고 송소미는 그 눈빛에 순간 소름이 쫙 돋았다.

“딱 한 번만 얘기할게. 네 머릿속에 있는 꿍꿍이를 접어. 저 여자 건드리지 마.”

송소미는 어마어마한 압박감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기에 마음속에서 들끓던 복수심을 도로 삼킬 수 밖에 없었다.

“알, 알겠어요…”

이준혁이 싸늘한 표정으로 송소미를 힐끗 쳐다보다가 탕비실을 떠나면서 곁에 있던 주훈에게 명령을 내렸다.

“앞으로 연관 없는 외부인은 회사에 들이지 못하게 해.”

이준혁의 말 뜻을 이해하지 못한 송소미는 그의 뒤에서 계속 아부를 떨었다.

“준혁 오빠 이렇게 큰 회사에 그런 명확한 규칙은 있어야 돼요.”

하지만 잠시뒤, 주훈이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뻗으며 말했다.

“송소미 씨, 이만 나가주세요.”

송소미는 그제야 그녀가 바로 그 연관 없는 외부인이었다는 걸 깨닫게 되었고 단호하게 떠나는 이준혁을 쫓아가고 싶었지만 주훈이 부른 경호원에게 잡혀 밖으로 질질 끌려 나갔다.

송소미가 아무리 발악을 하고 발버둥을 쳐도 경호원들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한편, 자리로 돌아온 윤혜인은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었고 차가운 이준혁의 얼굴이 생각나자 마음이 아팠다.

어느새 퇴근 시간이 되었고, 회사를 나서려던 윤혜인 앞에 주훈이 나타났다.

“윤 비서님, 대표님께서 급하게 처리할 일이 있으셔서 오늘은 저에게 비서님을 집까지 모셔드리라고 하셨습니다.”

주훈의 말에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

전에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이준혁에게 아무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이준혁은 그녀와 함께 할머니를 보러 갈 이유도 없다.

윤혜인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간병하는 아주머니가 할머니에게 밥을 먹여주고 있었고 윤혜인이 숟가락을 받아 직접 할머니에게 먹여주었다.

할머니는 전까지 쭉 작은 마을에 살고 있었는데 지난 달 췌장염에 걸려서 윤혜인이 할머니의 반대에도 끝까지 고집을 부려 할머니를 서울로 모시고 와서 병치료를 받게 한 것이다.

할머니는 그녀의 가짜 결혼을 모르고 계셨다.

사실 윤혜인은 오늘 이준혁과 함께 할머니 앞에 나타나서 할머니에게 서프라이즈를 하고 싶었는데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게 되었다.

할머니가 잠들자 윤혜인이 병실을 나섰고 병원 앞에 서서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때, 멀리에서 한 검은색 고급 외제차가 다가오더니 병원 앞에 멈췄다.

이준혁의 차를 발견한 윤혜인의 두 눈이 반짝였다.

이준혁이 그녀를 찾으러 병원에 온 건가?

그 순간, 서러움과 불쾌했던 모든 기분들이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다.

이준혁이 그녀에게 왔다는 건 그도 그녀를 신경 쓰고 있다는 말이니까…

차문이 열리고 이준혁이 긴 다리를 뻗어 차에서 내렸다.

윤혜인은 반가운 마음에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다가 다음 순간, 그대로 자리에 굳어버렸다.

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차 반대편으로 걸어가 허리를 굽히더니 차안에서 조심스럽게 한 여인을 안아서 내려주었다.

잘생긴 이준혁의 얼굴에는 걱정과 긴장으로 가득했다.

그 순간, 윤혜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버렸고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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