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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화

소원은 이런 결정을 내린 윤혜인이 대견했다. 이준혁의 인간 관계는 너무 복잡했기에 소원은 윤혜인이 혹시라도 다치게 될까 봐 오래전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넌 진작에 정신을 차려야 했어. 맨날 이준혁의 잔심부름이나 하고, 그게 뭐야! 넌 얼굴도 예쁘고 실력도 강하고. 예전에 대학교 다닐 때 디자인했던 작품은 상까지 받았잖아! 이산 그룹을 떠나면 네 앞날이 휘황찬란할 거야.”

예전에 윤혜인이 이준혁을 많이 사랑하고 있을 때 소원은 그녀에게 상처가 될까 봐 할 수 없는 얘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 윤혜인이 드디어 정신을 차렸고 제대로 마음먹었다고 하니 소원은 너무 기분이 좋았다.

“그거 알아? 한구운이 돌아왔대! 대학교 다닐 때 너랑 구운 선배는 완전 선남선녀였잖아.”

“선배님이 귀국했다고?”

윤혜인이 휘둥그레진 눈으로 물었다.

“그래, 너 한구운 선배 인스타 팔로우 안 했어? 구운 선배는 지금 주식 투자계의 다크호스야. 어마어마할 정도로 유명해졌다고.”

윤혜인은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부터 이준혁에게만 집중하고 있었기에 소원 말고는 연락하는 동창이 거의 없었다.

사실 난 그때 너와 구운 선배가 잘 되길 바랐거든. 한구운 선배가 너보다 2년 선배이긴 하지만 너에게 진짜 잘해줬어. 내가 부러울 정도였다니까.”

“이상한 얘기하지 마. 구운 선배는 성격이 다정해서 모든 사람에게 잘해줬어.”

윤혜인이 눈치가 없는 게 아니라, 그녀는 그때 당시 한구운은 그저 학생 회장으로써 신입생에게 신경을 조금 더 많이 쓴 것 뿐이라고 생각했다.

소원은 윤혜인이 이런 쪽에 둔하다는 걸 잘 알고 있기에 더 이상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에이그, 바보 같은 계집애.”

“육경한 씨가 돌아왔다고 들었어.”

윤혜인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육경한은 소원과 약혼을 했던 사이지만 갑자기 육경한 집안에 문제가 생기면서 소원의 아버지가 두 사람을 떨어트려 놓은 것이다.

이준혁과 육경한은 꽤 친한 사이였기에 육경한이 귀국한 뒤로부터 두 집안은 비즈니스 합작이 유난히 잦았다.

소원의 미소가 한순간에 멈춰버렸고 어색하게 대답했다.

“알아.”

“소원아, 예전의 일은 그만 잊어. 더 이상 이렇게 살지 마. 육경한 씨도 이제 곧 결혼한대.”

윤혜인이 소원을 타일렀다. 그녀는 소원이 지금 이렇게 남자친구를 자주 바꾸는 건 육경한을 잊기 위한 발악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윤혜인은 친구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걸 두고 볼 수만은 없었다.

“이런 말은 이제 그만하자. 자, 건배!”

소원은 과거를 떠올리기 싫어서 잔을 들며 환하게 웃었다.

식사를 마친 뒤, 소원은 지하 주차장에 차를 가지러 갔고 윤혜인은 식당 앞에서 그녀를 기다렸다.

“윤혜인?”

누군가가 뒤에서 윤혜인을 불렀고 고개를 돌려보니 송소미가 이를 깨문 채 그녀를 째려보고 있었다.

저번에 회사에서 이준혁에게 쫓겨난 뒤, 그녀 회사에 유일하게 남아있던 몇몇 투자자들은 소문을 듣고 전부 도망갔다.

송소미는 윤혜인이 죽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임세희가 돌아왔으니 다행이다! 임세희가 이준혁이 가장 사랑한 여자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송소미는 임세희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이준혁도 그녀의 체면을 봐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에 송소미가 고개를 빳빳하게 든 채 비꼬았다.

“윤 비서 오늘은 흑기사가 없네? 길에 행인이 이렇게나 많은데 윤 비서 매력을 좀 뽐내 보는 게 어때?”

“송소미 씨, 얼굴은 좀 괜찮아졌어요?”

윤혜인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가볍게 웃으며 송소미의 말을 받았고 송소미는 화가 치밀어 올랐다.

‘저 여자가 감히 겁도 없이 아픈 곳을 찌르다니. 저번에 이산 그룹에서 창피를 당한 일을 아직 복수도 못 했는데!’

송소미는 지금 바로 윤혜인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너 이 천박한 계집애가!”

“소미야!”

송소미가 윤혜인에게 손을 뻗으려던 순간, 다정한 목소리 하나가 그녀를 말렸다.

윤혜인이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살짝 돌려보니 송소미 뒤에는 휠체어를 탄 여자가 있었고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임세희였다.

임세희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온몸에서는 부잣집 아가씨 분위기가 뿜어져 나왔다.

모든 게 완벽한 임세희의 유일한 옥에 티는 몸이 많이 허약해서 휠체어를 자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혜인은 전에 기사에서 본 적이 있었는데 응혈병을 앓고 있는 임세희는 지금까지 계속 해외에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송소미는 임세희의 부름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꾹 참은 채 비꼬는 말투로 임세희에게 윤혜인을 소개했다.

“세희 언니, 이 여자가 바로 윤혜인이에요. 준혁 오빠 비서인데 언니가 없는 동안 우리 윤혜인 씨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성과 열을 다해 준혁 오빠를 모셨어요.”

송소미의 말은 더할 나위 없이 노골적이었고 곁에서 듣고 있던 임세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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