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572화

‘이 남자는 분명 내 아빠잖아. 내가 공항에서 고른 아빠란 말이야.’

윤혜인은 한숨을 내쉬며 속삭이듯 아름을 달랬다.

“아름아, 이분은 삼촌이지 아빠가 아니야. 네가 이렇게 함부로 아빠라고 부르면 삼촌이 괴로워할 거야. 알겠어?”

아름은 아직 어린 소녀인지라 괴롭다는 것은 좋지 않고 싫어한다는 뜻이라는 걸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아름이 ‘아빠'를 아빠라고 부르면 ‘아빠'가 싫어하는 걸까?

아름은 너무 슬펐다.

이 순간, 아름은 가장 좋아하는 인형을 다른 사람에게 선물했는데 그 사람이 인형을 쓰레기통에 버린 것 같은 슬픔을 느꼈다.

아름은 작은 입이 힘없이 축 처졌고 샘물처럼 맑은 두 눈도 어느새 촉촉해진 채 내리깔고 말했다.

“아름이 알았어요...”

윤혜인은 아름의 작은 머리를 쓰다듬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럼 삼촌에게 작별 인사해 봐.”

이때 이준혁은 이미 차에서 내려와 윤혜인과 아름의 앞에 서 있었다.

물론 윤혜인이 아름에게 가르친 말을 전부 다 들었다.

윤혜인은 아빠라고 부르면 이준혁이 괴로울 것이라고 했다.

사실 진짜 괴롭다고 하더라도 그건 달콤한 ‘괴로움'일 것이다.

아름은 진짜 내키지 않았지만 작은 입을 살짝 내밀고 이준혁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했다.

“삼촌, 안녕히 가세요.”

아름은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나지막하게 인사했다.

순간, 이준혁의 마음은 알 수 없는 힘에 무겁게 한 대 맞은 것 같았다.

이준혁은 아름을 번쩍 안아 올려 달래고 싶었다.

이준혁의 눈동자에 불분명한 감정이 요동치고 있었다.

왜 자기가 다른 사람의 아이에게 이렇게 강렬한 감정이 생기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윤혜인은 이준혁이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아름을 빤히 쳐다보는 모습을 보며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불안감이 더 차올랐다.

아름이 이준혁과 더 이상 불필요한 접촉이 발생하길 원하지 않았다.

윤혜인은 아름의 작은 손을 잡고 이준혁에게 살짝 머리를 숙여 인사하고 돌아서 별장에 들어가려 했다.

“잠깐만.”

이준혁이 두 사람을 불렀다.

윤혜인은 걸음을 멈추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