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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잠시 머뭇거리던 이준혁이 핸드폰을 들고 베란다로 갔다. 비스듬히 열린 베란다 문 사이로 흐느끼는 여자의 목소리와 낮게 깔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자세한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분위기만 봐도 이준혁이 임세희를 달래고 있는 듯했다.

윤혜인은 베란다에서 시선을 거둔 채 손바닥에서 흐르고 있는 피를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분명히 상처가 난 건 손바닥인데 왜 지금 이 순간, 그녀의 마음이 더 아픈 걸까?

그녀의 마음은 아마 평생 완치가 되지 않을 것이다.

안방으로 돌아온 이준혁은 테이블에 놓인 키를 챙긴 뒤, 조금 전에 풀어헤친 넥타이를 다시 꼼꼼하게 맸다.

이준혁은 차갑고 도도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힐끔 쳐다보았고, 무엇인가 말을 꺼내려고 하다가 멈칫했다.

한참 그녀를 쳐다보던 이준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음식을 테이블에 놓고 갈 테니까 얼른 먹고 쉬어.”

이준혁의 입술에는 두 사람의 키스 흔적이 남아있었다.

“이준혁 씨, 가지 마세요…”

이준혁이 돌아선 찰나, 윤혜인이 갑자기 그의 등을 와락 끌어안았고 덜덜 떨리는 목소리로 성씨까지 붙여서 이준혁의 이름을 불렀다.

윤혜인은 말을 꺼낼 용기가 나지 않을까 봐 감히 이준혁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했다. 사실 그녀는 이준혁에게 임세희에게 가지 말라고 얘기하고 싶었지만 더 이상 말을 꺼낼 힘도 없었다.

윤혜인은 이런 자신이 너무 비참하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뱃속의 아이를 위해 한 번쯤은 용기를 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바다에 빠진 사람이 죽기 전 마지막 발악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녀는 자신에게 이번 한 번만 용기를 내보자고 설득했다. 딱 이번 한 번만 용기를 내서 가지 말라고 부탁해 보자고 결심했다.

방안은 숨막힐 정도로 조용했다.

1초, 2초, 3초…

그때,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다시 울리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그렇게 혼을 빼놓을 정도로 계속 끊임없이 울렸다.

“혜인아, 장난치지 마.”

드디어 입을 연 이준혁은 그녀를 등진 채 그녀의 손가락을 하나씩 뜯어냈고 그렇게 윤혜인의 마지막 기대로 산산조각이 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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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
오 이거 다른 사람 댓글 어케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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