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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윤혜인이 가까스로 억지웃음을 보였지만 마음은 너무 아팠다. 누군가가 그녀의 심장을 갈기갈기 찢고 있는 것 같았다.

“관계? 윤혜인, 네가 보기엔 우리가 어떤 관계 같은데?”

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차갑게 웃었고 이 남자의 질문에 윤혜인은 심장이 멎는 듯했다.

그렇다, 처음부터 이준혁의 태도는 확실했다. 두 사람은 계약 결혼으로 절대 사사로운 감정을 나누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다른 사람 눈에 그들은 단지 직원과 상사의 관계였다.

이준혁은 여전히 서울에서 가장 핫한 골든 싱글이었고, 그와 결혼하고 싶은 규수들은 줄을 설 정도였다.

이준혁이 이렇게 묻는 건 그녀에게 절대 달라붙지 말라고 얘기인가?

아랫입술을 꽉 깨문 윤혜인이 씁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죄송합니다, 이 대표님. 제가 괜한 걱정을 했네요. 이만 돌아가세요. 그리고 앞으로 다시는 청월 아파트에 오지 마세요.”

말을 끝낸 윤혜인은 끝내 참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히고 말았다.

10년 동안이나 사랑한 남자인데 슬프지 않을 수가 없지만 아무리 마음이 아파도 그녀는 손을 놓을 준비를 해야 했다.

계속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살 수는 없었다.

복도의 센서등이 꺼지고 켜졌다를 반복했고 이준혁은 실눈을 뜬 채 입술을 살짝 오므렸다.

온몸에서는 위험하다는 시그널을 뿜어내고 있었다.

이준혁은 윤혜인의 투정을 받아줄 수가 있지만 이번에는 실로 선을 넘은 것이다!

타오르던 분노는 윤혜성의 글썽거리는 눈망울을 본 순간, 사르르 녹아버렸고 낮게 깔린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혹시 송소미 때문이라면…”

“그 여자랑 상관없어요. 이 대표님, 그만 돌아가세요.”

두 사람 사이를 막고 있는 건 송소미 한 사람뿐만은 아니다.

하루 종일 너무 힘들었던 윤혜인은 이준혁을 지나쳐서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억지를 부리는 윤혜인 때문에 기분이 언짢아진 이준혁은 넥타이를 거칠게 풀어헤치더니 앞으로 한 걸음 다가가 윤혜인의 손을 덥석 잡았다.

“억지 그만 부려.”

이준혁이 눈살을 확 찌푸리더니 윤혜인을 돌려세운 뒤, 그녀를 품에 와락 끌어안았다. 다음 순간, 그의 가슴팍은 불이 난 듯 뜨거웠다.

“열 나?”

머리가 어지러운 윤혜인은 휘청거리며 이준혁의 품에 안겼고 다리가 후들거렸다. 두 사람 사이에는 어느새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애매한 분위기가 흘렀다.

이준혁은 고개를 숙여 윤혜인의 상태를 살폈고 언제든 그녀에게 입을 맞출 것만 같았다. 머릿속이 하얘진 윤혜인은 지금 두 사람의 자세가 너무 야릇한 것 같아서 다급하게 이준혁의 가슴팍을 밀어내며 뒷걸음질 치려고 했다.

하지만 뒤로 가기도 전에 이준혁이 다시 그녀를 확 잡아당기더니 낮게 깔린 목소리로 물었다.

“왜 피해?”

이준혁은 윤혜인을 번쩍 안아 올리더니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들어갔고 열이 펄펄 끓고 있는 윤혜인은 흐릿한 정신으로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 뭐 하는 거예요?”

“같이 병원 가자.”

이준혁이 눈살을 찌푸리며 하는 말에 윤혜인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안 돼요!”

임신한 상태로 수액을 맞으면 뱃속에 있는 아이를 지킬 수 없게 될 것이다!

이 아이가 환영 받지 못하는 존재이긴 하지만 아이가 윤혜인의 뱃속에 자리를 잡은 만큼 윤혜인은 아이의 엄마로써 이 아이를 지킬 의무가 있다.

윤혜인은 발버둥을 치며 이준혁의 품에서 내려오려고 했지만 힘 차이가 너무 컸기에 도무지 이준혁에게서 벗어날 수 없었다.

“아프면 병원에 가야지.”

이준혁은 윤혜인의 발버둥을 뒤로하고 단호하게 말했다.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질질 끌려가면서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이준혁의 팔을 덥석 잡은 윤혜인이 다급하게 소리를 질렀다.

“전 병원에 갈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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