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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윤혜인은 우유를 마시면서 핸드폰을 보고 있었다. 포털 사이트 메인 화면에는 연예 뉴스로 가득했지만 윤혜인은 이런 쪽에 관심이 없었던 터라 핸드폰을 내려놓으려 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익숙한 이름이 보여서 그 기사를 클릭하게 되었다.

<유명 디자이너 임세희의 귀국, 공항에서 베일에 싸인 남자친구와 함께 나타나다.>

기사와 함께 기재된 사진 속에서 임세희는 모자를 푹 눌러쓰고 있었고 함께 걷고 있는 남자는 흐릿한 실루엣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한 눈에 봐도 몸매 비율은 완벽했다.

사진을 확대한 윤혜인은 순간 머릿속이 하얗게 질려버렸다.

사진 속 실루엣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이준혁이다!

그럼 오후에 갑자기 회의를 취소하고 외출을 했던 게, 그의 전 여자친구인 임세희를 데리러 공항에 간 거란 말인가?

그 순간, 윤혜인의 가슴에는 큰 돌멩이 박힌 듯 답답했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만지다가 의도치 않게 이준혁에게 전화를 걸게 되었고 다급하게 끊으려고 했지만 상대방은 이미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유난히 다정하고 부드러운 여자의 목소리였다.

너무나도 깜짝 놀란 윤혜인은 바로 핸드폰을 던져버렸고 속이 울렁거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참지 못하고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

한참 뒤, 날이 밝아오자 윤혜인은 시간에 맞춰 회사로 출근했다.

이준혁과 가짜 결혼을 한 뒤, 이준혁은 그녀가 집에 있길 원했지만 그녀는 자신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다고 했다.

이준혁도 그녀의 말에 동의하긴 했지만 다른 회사가 아닌 이산 그룹에 취직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윤혜인은 이준혁 곁에 비서로 남아 물을 따르거나 간단한 심부름을 하는 등 소일거리 역할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중요하고 핵심적인 비서 일은 이준혁의 수행 비서인 주훈이 도맡아 하고 있었다.

회사에 윤혜인의 진짜 신분을 알고 있는 사람은 주훈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이산 그룹의 이준혁 대표는 지금까지 계속 남자 비서만 채용했고 2년 동안 여자 비서는 윤혜인 한 명밖에 없었기에 다들 윤혜인과 회사 대표가 특별한 사이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 이준혁은 그 사이에 단 한번도 윤혜인을 특별하게 대한 적이 없기에 직원들은 점점 윤혜인을 아니꼽게 생각했다.

그들은 윤혜인이 지금까지 비서로 남아있었던 건 몸으로 대표님을 모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이때, 직원 한 명이 윤혜인에게 서류를 건네며 대표 사무실에 전달해 달라고 했다.

어젯밤 이준혁은 밤새 돌아오지 않았고 윤혜인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샜으며 머릿속에는 전화를 받은 여자가 누구일까, 두 사람은 밤새 함께 있지 않았을까 궁금증만 가득했다.

물론 윤혜인도 짐작가는 사람이 있긴 했지만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이다.

현실에 한 방 제대로 맞아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순간, 윤혜인은 마음이 평온했다. 그녀는 어찌 됐든 이 10년 간의 짝사랑에 대한 답을 얻고 싶었다.

담담한 표정으로 엘리베이터에 들어선 윤혜인은 옷깃을 잘 정리한 뒤 정갈한 모습으로 대표 사무실 앞에 멈춰 섰다.

사무실 문은 살짝 열려 있었고 그 안에서 들리는 남자의 목소리에 윤혜인이 잠시 멈칫했다.

“너 대체 혜인 씨 좋아하는 거야, 아닌 거야?”

목소리의 주인공은 이준혁의 절친 김성훈이다.

“그럼 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이준혁이 차가운 목소리로 되물었고 김성훈이 혀를 살짝 찼다.

“난 혜인 씨가 참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정말 네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아닌 거야?”

“그럼 너에게 소개해줄까?”

이준혁이 대수롭지 않은 듯 물었다.

“됐거든.”

사무실 안에서 김성훈의 코웃음 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는 유난히 귀에 거슬렸다.

그들은 윤혜인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물건 하나를 얘기하듯 그녀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숨이 턱 막힌 윤혜인은 서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꽉 주었고 이내 김성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임세희 기사 속 스캔들 주인공이 너지?”

“응.”

“아이고, 대단하네. 임세희를 즐겁게 해주려고 아주 별의별 희생을 다 하네. 너 어젯밤 임세희랑 밤새 있었잖아. 그렇게 오래 떨어져 있다가 간만에 만났는데 불타는 밤은 안 보냈어?”

김성훈이 비꼬듯이 하는 말에 윤혜인은 마음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얼굴이 창백해진 그녀의 두 손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다.

밤새 같이 있었다! 간만에 만난 사이다!

김성훈의 말들은 비수 마냥 윤혜인 마음에 꽂혔다. 머릿속이 하얘진 그녀는 갑자기 머리가 너무 어지러웠고 눈앞은 까맣게 변한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뒤돌아서 도망가려고 하던 순간, 사무실 문이 열렸다.

“윤혜인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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