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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5화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눈앞에 하얀빛이 번쩍이며 여자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렸다.

“죽는 거 아니야?”

“됐어,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냥 손가락이나 자르자!”

소원은 자신의 손이 여자에게 잡힌 채 바닥에 눌리고 여자가 칼날 같은 것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긋는 게 느껴졌다.

칼날이 단숨에 뼈를 자르고 피가 솟구쳤다.

새빨간 피가 소원의 시야를 덮쳤다. 열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다 합해도 마음만큼 아프지 않았다.

아파, 너무 아프다...

그녀의 마음도 칼로 이리저리 잘리는 것 같았다.

그녀는 육경한이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산 채로 고문해 죽게 할 정도로 잔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때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기대하라고 말했던 거였나.

정말 뼈에 사무치는 교훈이다.

육경한, 참 지독하다.

핏기 어린 눈동자로 눈물을 흘리는 소원은 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에 죽더라도 남자를 저주하며 원한을 품고 눈을 감겠다고 다짐했다.

손을 자르던 여자는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한지 한 번에 잘리지 않을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자세를 바꾸고 다시 시도했다.

소원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어 여자의 팔을 세게 물어뜯었다. 피와 살이 뜯겨나가도 꿋꿋이 악물었다.

“아악!!!”

여자는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지만 일행이었던 여자가 입을 가렸다.

“소리 지르지 마, 사람들 오면 어쩌려고 그래!”

단발머리의 여자는 애써 참으며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덜덜 떨며 말했다.

“내 살, 내 살, 발리 이 미친년 좀 떼어내!”

또 다른 여자는 소원을 최대한 세게 잡아당겼지만 소원이 끌려가지 않자 손을 들어 뒤통수를 내리쳤다.

세게 맞은 소원은 순간 입에 힘이 풀렸지만 물어뜯긴 짧은 머리 여자의 팔에서 살덩어리가 뜯겨 나가며 피와 살이 밖으로 뒤집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

그녀는 손바닥으로 소원의 뺨을 세게 때렸다.

“이년이 감히 날 물어?”

소원의 몸은 이미 약해져 있었던 터라 강한 타격과 함께 벽에 부딪혀 쓰러지면서 순식간에 짙은 통증이 온몸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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