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구운은 손끝으로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며 부드럽게 말했다.“너인 줄 알았으면 진작 널 가졌을 거야. 넌 내게 정말 소중한 존재야, 알지?”심연의 지옥 같은 과거에서 오직 그 소녀만이 그가 여전히 사람이고, 살아있는 인간이라고 느끼게 해주었다.눈물이 멈추지 않는 윤혜인은 도무지 한구운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었고, 한 마디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그녀는 밖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곧바로 소리를 질렀다.“도와줘요! 살려주세... 읍...”한구운의 손바닥이 그녀의 입술을 덮치며 나지막이 웃었다.“듣지도 않을 거고, 듣는다 해도 들어오지도 않을 거야, 모르겠어?”윤혜인은 점점 더 절망에 빠졌다.한구운은 진작 이럴 속셈이었다. 이 모든 게 함정이었다.남자의 길고 가느다란 검지가 그녀의 입술을 눌렀다.“얌전히 나한테 맡겨. 내가 그 자식보다 더 잘해줄게.”남녀 사이의 관계를 경험해 본 적은 없지만 윤혜인이 그녀라는 걸 알게 된 후 특별히 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그는 그녀를 배려하면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경험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남자가 다시 덮쳐오자 윤혜인은 당황한 나머지 서둘러 말했다.“한구운 씨, 나 좋아해요?”한구운은 두 눈에 불같은 욕망을 감추지 않았다.“아주 많이 좋아해. 너의 모든 걸 원해.”윤혜인은 어렴풋이 한구운의 고집스러운 집착을 느끼고 그와 이성적인 대화를 시도했다.“날 좋아한다면 강요할 게 아니라 더더욱 나를 존중해줘야죠.”한구운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어렸을 때부터 내가 좋아했던 건 늘 버려졌어. 그래서 깨달았지, 좋아하면 가져야 한다는 걸.”“그게 아니죠. 당신이 날 소유하면 난 당신을 미워할 거예요.”한구운은 잠시 멈칫했다.“네가 날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그 말을 놓치지 않고 윤혜인은 말을 이어갔다.“난 당신이 싫어요. 나한테 손대면 당신을 죽도록 미워하겠죠!”“이준혁 좋아하나?”한구운의 나지막한 목소리에는 희미한 조롱이 섞여 있었다.“내가 그놈보다 못해?”윤혜인은 눈을 감고 고
알코올 솜을 들고 상처 부위를 닦는 비서의 손길은 부드러웠고 눈빛에는 애정이 듬뿍 담겨 있었다.그녀는 대표가 여자를 가까이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면 자신에게도 기회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하여 그녀는 더 꼼꼼하게 움직였고 눈앞에 슬쩍 드러나는 남자의 허벅지를 일부러 쓰다듬기까지 했다.한구운은 경험이 없어도 바보가 아니었다.그는 손가락으로 여자의 턱을 들어 올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나랑 자고 싶어?”비서는 남자의 정교하고 섬세한 얼굴을 바라보았고, 광대에 살짝 묻은 피는 그의 날카로운 관능미를 더했다.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낮게 중얼거렸다.“대표님께서 필요하시면 저도 모실 수 있어요.”한구운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얇은 입술에 미소를 머금은 채 길고 차가운 손가락이 여자의 턱을 따라 천천히 내려가더니 가느다란 입을 갖다 대고 두어 번 문질렀다.여자는 순식간에 물처럼 녹아내리며 참지 못하고 신음 소리를 뱉었다.“흣...”그녀는 대담하게 남자의 한 손을 잡아 볼륨감 있는 자신의 가슴에 올려놓으며 말했다.“대표님, 안아주세요...”“허!” 한구운은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갑자기 손에 힘을 주어 여자의 목을 꽉 움켜쥐었다.갑자기 들이닥친 숨 막힐 듯한 질식에 비서는 그제야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며 두 손을 거칠게 휘둘렀다.하지만 남자의 손은 점점 더 꽉 조여왔고, 비서의 눈은 하얗게 뒤집혀 목에서는 꺽꺽거리는 절망적인 소리가 나왔다.죽지 직전의 순간이었다.비서의 온몸이 한구운에 의해 세게 밀려났다.쿵-뒤통수가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면서 순식간에 피가 흥건했다!남자는 지옥에서 가장 무서운 불구덩이에서 나온 듯 섬뜩하기 그지없었다.“똑똑히 봐, 네 주제를!”...한구운에게서 벗어난 윤혜인은 걱정이 가득했다.그 미친 한구운의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소원의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할 수는 없었다.게다가 두 사람의 생명이었다.육경한, 이 나쁜 놈!한구운에게 절대 굴복하지 않을 테니 그녀에게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이었다.
윤혜인은 줄곧 집에서 기다렸다.밤 10시가 돼도 이준혁은 나타나지 않았다.그녀는 하는 수 없이 주훈에게 전화를 걸어 물었고, 주훈은 이준혁이 스카이 별장에 갔으니 볼일 있으면 그곳에 찾아가라고 했다.스카이 별장, 이혼 후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곳이다.시간이 1분 1초 흐르고 윤혜인은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스카이 별장으로 찾아가기로 했다.집을 나서기 전 일부러 샤워를 하고 옷장을 열어 입을 옷을 고르는데 구석에 하얀 레이스 치마가 눈에 들어왔다.이혼 사실을 알게 된 후 소원이 제2의 인생을 찾으라며 선물한 옷이었다.한 번도 입지 않았던 건 가려야 할 곳을 전혀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옷에 들인 천이 합쳐봐야 그의 두 손바닥 정도 되었으니까.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손을 뻗어 안에 챙겨입었다.스카이 별장에 도착하고 경비원이 자신을 들여보내지 않을까 걱정했다. 어쨌든 지금 자신은 이곳 사람이 아니었으니까.뜻밖에도 경비원은 윤혜인을 보자마자 반갑게 맞이하더니 여전히 사모님이라고 부르며 안으로 안내했다.심지어 그는 이런 말까지 했다.“사모님께서 오시면 바로 들여보내라는 명령을 들었으니 마음 놓고 들어가세요.”윤혜은 그 말을 듣고 뭐라 대꾸해야 할지 몰랐다.안으로 가니 여전히 익숙한 얼굴 인식 잠금장치가 대문에 설치되어 있었다.윤혜인이 얼굴을 들이대자 띵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이혼한 지 그렇게 오래됐는데 이준혁이 아직도 시스템에서 자신의 얼굴을 지우지 않은 게 믿기지 않았다.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 많은 사업을 맡았으니 너무 바빠서 미처 지우지 못한 것 같았다.그리고 어차피 재혼하면 이씨 집안 재력으로 스카이 별장을 신혼집으로 쓰지 않고 새집을 마련할 게 뻔했다.익숙하게 계단을 오르는데 어디에도 불이 켜져 있지 않았고, 침실만 희미하게 불빛이 새어 나왔다.윤혜인이 가서 문을 두드리려는 순간 문틈 사이로 이준혁의 실루엣이 보였는데, 그는 막 모임이 끝난 듯 정장 차림으로 발코니에 서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오늘 밤 달빛이 너무 옅은
특히나 자신의 살결이 그대로 남자 앞에 드러난 순간이라 더더욱 그랬다.이준혁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녀가 이토록 과감한 옷을 입을 줄 몰랐던 터라 호흡이 거칠어지기 시작했다.하지만 윤혜인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스스로도 참 창피하고 뻔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남자를 꼬시기 위해 이런 옷을 입는 것도 처음이었지만 이준혁은 타협할 여지도 없이 그녀를 돕지 않겠다고 매정하게 말했다.눈시울이 붉어진 그녀는 코트를 여미고 단추도 미처 채우지 않은 채 자리를 뜨려고 돌아섰다.문에 다다르기도 전에 커다란 손이 그녀를 낚아채 세게 잡아당겨 장식장에 밀어붙였다.남자가 거칠게 그녀의 코트를 벗기자 감춰져 있던 매혹적인 살결이 허공에 드러나며 그의 짙고 어두운 눈동자에 비쳤다.윤혜인은 등 뒤에 아릿한 통증을 느끼며 서둘러 몸을 가리려 했지만 손이 꽉 잡혀 움직일 수가 없었다.“준혁 씨, 놔줘요.”말이 입 밖으로 나오자마자 그녀의 눈은 붉어지고 목이 메었다.이준혁의 눈동자에는 욕망과 분노가 뒤섞인 채 거친 목소리로 말했다.“놓으라고? 이렇게 입고 또 어떤 남자한테 부탁하려고!”결국엔 그녀를 방탕하고 파렴치한 여자라고 비하하는 말이었다.윤혜인은 분노에 몸이 덜덜 떨리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말했다.“미쳤어요? 이거 놔요!”이준혁은 그녀의 턱을 꽉 움켜쥐고 얼굴을 들어 올리며 조롱했다.“왜, 한구운한테 부탁했는데 도와주지 않았어? 그놈이랑 몇 번이나 했어? 기생오라비처럼 생겨서 잘하지도 않을 것 같은데, 나만큼 잘해? 대답해 봐.”미친 질투심에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다른 남자 품에 안긴 그녀라…다른 남자가 이 모습을 보고 만졌다고 생각하니 속에서 열불이 치밀었다. 타오르는 불길이 이성마저 날려버려 눈앞에 있는 여자를 혼내주고 싶다는 생각뿐이었다.윤혜인은 분노에 몸을 떨며 물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날 미행했어요?”이준혁은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여자의 눈동자를 가늘게 뜬 눈으로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안 그러면 네가 잘난 네 친구
윤혜인은 힘겹게 발버둥 치던 행동을 멈추고 눈가가 빨개진 채 그를 바라보았다.“나한테 뭘 원하는데요?”이준혁은 말하지 않았다.“다 구하고 말해줄게.”“내가 줄 수 없는 걸 원할 건가요?” 윤혜인이 묻자 이준혁은 나지막이 놀리듯 말했다.“너를 나한테 주겠다고 했으면서 아직도 줄 수 없는 게 있어?”“...”윤혜인은 이 남자가 사람을 화나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속을 알 수 없고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한구운보다 이준혁을 믿는 쪽을 선택했다.“그럼 소원이는 언제 나와요?”“내일 아침.” 이준혁이 기한을 제시했다.“지금은 안 돼요?” 초조했던 윤혜인은 단 한 순간도 소원이 그곳에 머물기를 원하지 않았다.이준혁은 피식 웃었다.“이 시간에 나보고 감옥을 털라고?”윤혜인은 할 말이 없었다. 하긴, 거긴 다른 곳과 달라서 늦은 시간에 일을 처리할 수가 없었다.소원의 문제가 해결되자 그녀는 마침내 마음을 놓았다.이준혁은 그녀를 끌어당겨 침대에 앉혔다.“오늘 밤은 여기서 자.”“오늘 밤에요?”윤혜인은 코트를 여미며 경계하듯 말했다. “대체 조건이 몇 개예요? 난 하나만 들어줄 거예요.”자신을 경계하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의 눈빛이 다시 어두워졌다. 역시나 악마의 본성이 또 슬슬 드러난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어디 가려고?”이준혁의 혀끝이 어금니에 닿으며 기가 막혀 웃음이 났다.“걱정 마, 너랑 같이 안 자. 그 정도로 여자가 간절하진 않아.”그의 불쾌감을 감지한 윤혜인은 반박하지 않았다.알 수 없는 거래가 그녀의 마음을 짓누르고 있었기에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었다.어쨌든 그녀는 그의 조건 중 하나만 들어줄 것이고, 그가 선택했으면 그걸로 끝이었다....구치소.소원은 두 명의 여성 죄수에게 붙잡혀 정체불명의 액체를 주입받았다.얼굴 전체가 공포에 휩싸인 그녀는 대체 왜 이러는지 물어보기 위해 입을 열었다.“악... 아아악...”하지만 입을 열어도 갈라지는 소리가 들릴 뿐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자신의
그녀의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고, 눈앞에 하얀빛이 번쩍이며 여자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렸다.“죽는 거 아니야?”“됐어, 어차피 죽을 거니까 그냥 손가락이나 자르자!”소원은 자신의 손이 여자에게 잡힌 채 바닥에 눌리고 여자가 칼날 같은 것으로 자신의 손가락을 긋는 게 느껴졌다.칼날이 단숨에 뼈를 자르고 피가 솟구쳤다.새빨간 피가 소원의 시야를 덮쳤다. 열 손가락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다 합해도 마음만큼 아프지 않았다.아파, 너무 아프다...그녀의 마음도 칼로 이리저리 잘리는 것 같았다.그녀는 육경한이 그냥 죽게 내버려두지 않고 산 채로 고문해 죽게 할 정도로 잔인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그래서 그때 앞으로 치러야 할 대가를 기대하라고 말했던 거였나.정말 뼈에 사무치는 교훈이다.육경한, 참 지독하다.핏기 어린 눈동자로 눈물을 흘리는 소원은 뼛속까지 사무치는 증오에 죽더라도 남자를 저주하며 원한을 품고 눈을 감겠다고 다짐했다.손을 자르던 여자는 경험이 부족하고 미숙한지 한 번에 잘리지 않을 걸 예상하지 못한 듯 자세를 바꾸고 다시 시도했다.소원은 갑자기 미친 사람처럼 달려들어 여자의 팔을 세게 물어뜯었다. 피와 살이 뜯겨나가도 꿋꿋이 악물었다.“아악!!!”여자는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지만 일행이었던 여자가 입을 가렸다.“소리 지르지 마, 사람들 오면 어쩌려고 그래!”단발머리의 여자는 애써 참으며 비명을 지르지 못하고 작은 소리로 덜덜 떨며 말했다.“내 살, 내 살, 발리 이 미친년 좀 떼어내!”또 다른 여자는 소원을 최대한 세게 잡아당겼지만 소원이 끌려가지 않자 손을 들어 뒤통수를 내리쳤다.세게 맞은 소원은 순간 입에 힘이 풀렸지만 물어뜯긴 짧은 머리 여자의 팔에서 살덩어리가 뜯겨 나가며 피와 살이 밖으로 뒤집혀 끔찍하기 그지없었다.그녀는 손바닥으로 소원의 뺨을 세게 때렸다.“이년이 감히 날 물어?”소원의 몸은 이미 약해져 있었던 터라 강한 타격과 함께 벽에 부딪혀 쓰러지면서 순식간에 짙은 통증이 온몸을 휩쓸었다.위에서도
구급차에 실리고 나서야 소원은 긴장이 풀리는 듯했다.그녀는 자신의 아랫배에서 무언가가 천천히 내려앉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아가야, 결국 떠난 거니...’목구멍에서는 피가 한가득 쏟아져 나왔고 손은 하도 꽉 쥐고 있는 탓에 손가락이 손바닥을 파고들어 피가 났다.‘육경한... 육경한... 호랑이도 제 새끼는 잡아먹지 않아! 근데 사람인 네가 친자식을 죽여?!’한편 병원.육경한은 아직 진아연과 함께 있었다.자세한 검진 결과 진아연은 별다른 이상이 없었고 다행히 포크가 빗겨나가 동맥을 건드리지 않았다고 했다.당시 목에서 흐르던 피는 진아연이 놀라 손으로 막다가 퍼진 것처럼 보였을 뿐이었다.하지만 트라우마가 생긴 진아연은 눈을 뜨면 소원이 자신을 죽이려 한다며 매우 두려워해서 병원에 더 머물러야 했다.육경한은 병실을 나와 복도에서 숨을 돌리고 있었다.막 담배 한 대를 꺼내려는 순간, 전화가 울렸다. 소종에게서 온 전화였다.“대표님, 말씀하신 대로 소원 씨를 데리러 갔는데 이 대표님께서 먼저 외부 치료 허가를 맡아주셨다고 합니다.”‘준혁이가 소원이를 위해 외부 치료 허가를 맡아줬다고?’몇 초간 곰곰이 생각한 후에야 육경한은 그 원인을 알아챘다.‘윤혜인이 준혁이한테 부탁한 거겠네.’어젯밤 이준혁이 전화를 걸어왔었지만 진아연이 악몽을 꾸는 바람에 육경한은 다시 연락한다는 것을 까맣게 잊었다.아마 어제의 연락도 그 일 때문이었을 것이다.‘어차피 오래 가둘 생각도 없었는데 뭐... 준혁이 덕에 번거로워지지 않아서 좋네.’“알겠어, 후속 처리만 잘해.”“이미 처리했고, 사건도 철회했습니다.”“그래.”뒤이어 소종이 머뭇거리더니 말했다.“하지만 소원 씨가 안에서 크게 다친 것 같습니다...”이때, 육경한의 옆으로 의사가 응급 베드를 밀고 급히 지나갔다.“잠시 길 좀 비켜주세요, 죄송합니다.”육경한은 물러서며 응급 베드를 힐끗 보더니 소종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했지?”“소원 씨가 안에서 다치셨다고요.”그리고 한참 동안 소종은 아
한참 후, 육경한은 이를 악물고 힘겹게 말했다.“너 자꾸 죽겠다는 말하지 마! 누구 겁주려는 거야?!”그때, 의사가 다급하게 말했다.“환자는 아직도 출혈 중입니다. 선생님께서 이러시면 환자의 생명에 위협이 갈 수 있어요!”의사의 눈에 육경한은 완전히 미친 사람처럼 보였다.소원은 성대가 손상되며 ‘쓱 쓱’하는 끔찍한 쇳소리만 내었는데 육경한은 대화가 된다는 듯이 굴고 있으니 말이다.의사의 말에 육경한은 그제야 응급 베드를 놓아주고 한참을 멍하니 서 있다가 바닥에 떨어진 핸드폰을 주워 급히 따라갔다.응급실 문 앞.육경한의 손은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그가 소원을 그곳으로 보낸 이유는 단지 그녀의 자유를 제한하고 손대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손을 댄 것을 반성하게 하려는 것이었다.그런데 어찌하여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건지 육경한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게다가 소원이 말한, 자신의 아이를 그가 직접 죽였다는 말의 의미가 도대체 무엇인지도 너무나 궁금했다.관자놀이가 저릿저릿한 통증을 느끼며 육경한은 벽에 기대어 소종에게 전화를 걸었다.“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전부 빠짐없이 조사해. 세세한 부분 하나라도 절대 놓쳐서는 안 돼!”그렇게 여덟 시간의 긴급 수술 동안, 육경한은 한 번도 움직이지 않고 수술실 밖을 지켰다. 마치 나무 조각상처럼 말이다.수술대 위에 있는 소원의 얼굴은 이미 생기가 없었고 가끔은 호흡마저 멈추었다.수술을 집도한 사람은 병원의 최고 전문가였고 조수는 병원의 유명한 신예인 서현재였다.서현재는 나이가 많지 않아 수술 집도의 자격은 없었지만 약물치료 연구에서는 비범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그는 주로 암 치료 약물 개발과 생명 연장을 연구했다.수술대 앞에서, 집도의는 거의 다 망가진 소원의 위를 보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무 늦었군...”평소 침착하고 냉정한 서현재의 얼굴이 잠시 일그러졌고 목소리도 미세하게 떨렸다. “교수님, 제발 살려주세요.”집도의는 평소 본인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자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