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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53화

“어떻게 천해도 이렇게 천할 수 있어?! 서울에 있는 모든 남자로도 만족 못 할 것 같아? 날 속이고 다른 남자랑 바람피운 것도 모자라 그 잡종의 아이까지 임신해?!”

그의 목소리는 덧없이 차가웠으며 주변에는 한기만이 가득했다.

소원은 그 한기에 눌려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힘겹게 육경한의 손목을 잡고 숨을 쉬려 애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니야... 그게 아니고... 저 자식이 갑자기 들어와서 내 옷을...”

그 뒤의 말은 나오지 않았다. 온 얼굴은 비정상적인 자주색을 띠었고 산소가 부족해진 페는 곧 터질 것만 같았다.

육경한이 이 세상에서 가장 혐오하는 것이 바로 배신이었다!

무엇이든지 육경한의 낙인이 찍히면, 언젠가 그가 싫증이 나서 버린다 해도 다른 사람은 손대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소원에게 배신을 당했다!

그녀가 자신을 속이고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운 것을 생각할 때마다, 육경한은 분노가 차올라 소원을 불태워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소원은 점점 시야가 어두워졌다. 가슴은 답답했고 목도 아팠으며 이제 몸도 자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정말 날 죽이려는 건가? 이렇게 난 드디어 해방되는 건가? 아기도 나랑 함께 가는 건가?’

의식이 흐려짐과 동시에 그녀의 매혹적인 눈동자에 맺힌 눈물이 볼을 타고 또르르 흘러내렸다.

그 눈물은 새빨개진 소원의 작은 얼굴에서부터 육경한의 피로 얼룩진 손등까지 곧장 떨어졌다.

소원은 울고 싶지 않았다. 냉혈한 육경한의 앞에서 자신의 무너진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그녀의 의식은 더 이상 눈물을 통제할 수 없었고 눈물은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웃기지 않은가?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데 결국은 오명을 뒤집어쓰고 떠나야 한다니!

‘다음 생에는, 제발 다음 생에는, 육경한을 만나지 않기를...’

그러다 갑자기 그녀의 목을 조르던 육경한의 손이 스르르 풀렸다.

차갑고 냉혹한 그의 얼굴에는 오직 증오만이 가득 남아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 너무 쉽잖아?”

소원은 마침내 숨을 쉴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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