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칫 놀란 윤혜인은 이준혁이 언제 들어왔는지 의아했다.유유하게 다가오던 이준혁이 침대 끝에 멈춰 서서 담담하게 말했다.“거절해.”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은 그때 이준혁이 다시 입을 열었다.“내가 도와줄게.”그러다가 윤혜인이 반응을 하기도 전에 기다란 손가락을 뻗어 그녀의 핸드폰을 가져가더니 음성 메시지를 남기려고 했고 윤혜인이 다급하게 말렸다.“잠깐만요! 지금 제 핸드폰으로 뭐 하려는 거예요?”“네가 말을 못하겠다면 내가 너 대신 거절해 준다고.”이준혁이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하자 윤혜인은 화를 참으며 그에게 차분하게 말했다.“이 사람은 제 대학교 선배예요. 제가 몸이 안 좋다는 말을 듣고 그냥 가볍게 저를 걱정해줬을 뿐이라고요.”“이 남자랑 밥 먹지 마.”이준혁이 고개를 숙이며 말하자 윤혜인이 단호하게 거절했다.“싫어요.”본인은 임세희랑 다정하게 안고 스킨십을 마음대로 하면서 그녀는 왜 이준혁의 말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더군다나 그녀와 한구운은 그저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정상적인 왕래밖에 없는데 말이다.이준혁은 겉으로 평온한 표정을 지었지만 눈빛만은 매우 차가웠으며 이를 꽉 깨문 채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시 한번 말해봐.”윤혜인은 막무가내로 행동하는 이준혁의 모습에 화가 났다.“존중이라는 걸 알기나 해요? 우린 이제 이혼할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내 사회생활을 간섭하는 건데요?”“네가 이혼하고 싶은 게 이 사람 때문이야?”이준혁이 콧방귀를 뀌면서 묻자 윤혜인은 어이가 없었다. 마음속에 다른 여자를 담아두고 있었던 건 분명 이준혁이고 지금까지 그녀를 대체품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면서 대체 무슨 자격으로 그녀에게 따져 묻는 거지?화가 잔뜩 난 윤혜인은 변명하기도 싫었다.“마음대로 생각하세요.”그녀를 전혀 고려하지도 않는 사람에게 누가 먼저 변심했는지 따지는 건 아무 의미도 없는 짓이다.“정말이야?”이준혁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고 눈빛에서 살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이준혁 씨, 우리는 곧 이혼할 사이예요.”그녀의
이준혁은 기다란 손가락으로 윤혜인의 턱을 더 높게 들어올리더니 각도를 바꾸어 조금의 틈도 벌어지지 않게 더욱 깊은 키스를 퍼부었다.그의 키스는 차분하면서도 카리스마가 넘쳤고 꾹 다문 윤혜인의 입술을 조금씩 벌리고 있었다.너무 뜨거운 이준혁의 입술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떨었고 그녀의 작은 행동에 자극을 받은 이준혁은 더욱 깊은 입맞춤을 선사했다. 윤혜인은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너무 놀라서 눈물을 찔끔 흘렸다.이준혁은 도대체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 그가 사랑하는 사람은 분명 임세희인데, 왜 그녀의 마음을 자꾸 흔들고 그녀에게 입맞춤을 하는 걸까?입가에서 짠맛이 느껴지자 거칠게 밀어붙이던 이준혁의 행동이 살짝 부드러워졌지만 여전히 그녀를 놓아주지는 않았다. 그는 고개를 돌려 그녀의 귓볼에 살짝 입을 맞추다가 이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혜인아.”살짝 갈라진 이준혁의 목소리에 흠칫하던 윤혜인은 더욱 울고 싶어졌다.그녀는 이게 무슨 시그널인지 잘 알고 있었다.이준혁이 그녀의 몸을 원하고 있다…“계속 반항할 거야?”이준혁의 질문에 윤혜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이준혁이 정말 그녀를 덮칠까 봐 감히 그를 자극하지 못했다.“날 화나게 하지 마.”계속되는 이준혁의 말에 윤혜인은 온몸이 딱딱하게 굳은 채 또다시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이준혁은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은 듯 그녀의 얼굴을 정면으로 돌려 그녀를 빤히 쳐다보면서 명령하듯 말했다.“날 봐.”이준혁의 손가락에 얼굴을 꿈쩍도 할 수 없었던 윤혜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쳐다보았고 조금 전에 너무 거칠게 입을 맞춘 이준혁 때문에 그녀의 입술은 빨갛게 부어 있었다.촉촉한 윤혜인의 입술을 쳐다보던 이준혁은 또다시 참기 힘들었다. 평소에 고분고분하던 윤혜인의 갑작스로운 반항이 이준혁의 자극을 불러일으키고 말았다.윤혜인이 다른 남자와 같이 있는 모습을 상상하자 화가 잔뜩 난 이준혁은 그녀의 남자가 누구인지 확실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윤혜인의 눈가에서 눈물이 줄줄 흘렀다. 몸을 격하게 떨면서 흐느끼던 그녀는 이준혁에게 욕을 퍼부었다.“이준혁, 이 나쁜 놈,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맨날 날 괴롭히기나 하고…”순간, 심장이 저릿한 이준혁이 안쓰러운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다가 고개를 숙여 그녀의 눈물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그 행동에 윤혜인은 더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대체 이준혁은 그녀를 뭘로 생각하는 걸까? 사랑하지 않으면서 왜 그녀에게 이런 짓을 저지르는 걸까?서럽고 분한 마음이 북받쳐 오른 윤혜인은 훌쩍거리면서 물었다.“날 사랑해요?”이준혁의 입술이 흠칫 떨렸고 어두워진 눈빛은 그대로 굳어진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의 침묵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다. 가슴이 찢어질 듯 아픈 윤혜인은 당장이라도 정신을 잃을 것만 같았다. 그녀는 그를 10년이나 사랑하고 있었는데 그는 그녀에게 단 일말의 마음도 주지 않았다.손에 부상을 입은 탓에 힘을 줄 수 없었던 윤혜인은 입을 벌리더니 그대로 이준혁의 턱을 꽉 물어버렸다.“쓰읍!”갑자기 느껴진 통증에 이준혁이 숨을 들이마셨고 그녀의 턱을 살짝 꼬집으며 낮은 목소리로 경고했다.“당장 놔.”입을 벌려 그를 놔준 윤혜인은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렸지만 눈물은 계속 줄줄 흐르고 있었다.이준혁은 울음을 멈추지 못하는 윤혜인을 보며 그녀가 다른 남자를 위해 자신의 몸을 지키려고 반항한다고 여겼다.화가 치밀어 오른 이준혁은 결국 어이없다는 듯이 웃음을 터트렸다.“안 건드릴 테니까 그만 울어.”말을 마친 이준혁이 뒤도 안 돌아보고 방을 나섰고 방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윤혜인은 심장에 구멍이 뚫린 듯 숨을 쉴 수가 없었으며 참다못해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달려가 구토를 했다.위에서 파도가 일렁이는 듯 너무 메스꺼워서 그녀는 구토를 멈추지 못했다.이준혁은 임세희를 찾으러 갔겠지? 그 여자야말로 그가 사랑하는 사람이니까…이준혁에게 있어서 윤혜인의 유일한 가치는 2년 동안 바쳐온 이 몸뚱어리밖에 없으니까…윤혜인은 소리를 내지
이리저리 훑는 김성훈의 눈빛에 언짢아진 이준혁이 고개를 들더니 살짝 웃으며 물었다.“그러지 말고 더 가까이 다가와서 볼래?”그 웃음은 얼음장 마냥 차가웠으며 살기가 가득했기에 김성훈은 어색하게 웃다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아니, 너무 격렬하게 한 거 아니야? 임세희는 그 허약한 몸으로 어떻게 감당해낸 거야?”“세희 아니야.”김성훈의 말에 이준혁이 굳은 표정으로 쌀쌀하게 대답했고 그 대답에 화들짝 놀란 김성훈은 입을 쩍 벌리고 다시 물었다.“뭐? 그럼… 설마 윤혜인?”이준혁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묵인한 셈이다.“내 기억으론 윤혜인은 말도 잘 듣고 고분고분했던 것 같은데 언제부터 이렇게 거칠게 놀았어?”김성훈이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묻자 곁에서 몸매가 화끈한 여인을 품에 안고 있던 육경한이 코웃음을 쳤다.“너랑 이혼하기 싫어서 얕은 수를 쓰는 거 아니야?”이 바닥에 있는 사람들은 이준혁이 결국 임세희와 결혼할 거라고 확신했다. 여자에게 곁을 주지 않는 이준혁이 임세희에게만 다정한 모습을 보이고 그녀를 애지중지 아꼈기 때문이다.더군다나 두 사람은 신분 지위가 비슷했기에 다들 임세희가 당연히 이씨 가문의 며느리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두 사람 사이에 무슨 모순이 생겼는지 임세희가 해외로 나가자마자 다른 여자에게 전혀 관심이 없던 이준혁이 갑자기 결혼 발표를 했다.처음엔 다들 이준혁이 윤혜인의 꼬드김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여 윤혜인을 미워하고 원망했지만 시간이 오래 지나고 보니 윤혜인은 조용하고 착실한 성격으로 문제를 전혀 일으키지 않았다. 그로 인해 다들 윤혜인에 대한 오해는 많이 풀렸지만 그래도 그들은 임세희에게 더욱 마음이 갔다.이 바닥 문화가 그렇다. 신데렐라가 왕자와 결혼한 건 그저 전설에 불과하고 그들과 같은 부잣집 도련님들은 결국 비즈니스를 위한 결혼이 답이다.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던 이준혁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아니야.”차라리 이 모든 게 윤혜인의 얕은 수였다면 그는 이렇게까지 짜증이 나
육경한은 술집에서 같이 있던 여자에게 안긴 채 술집을 떠났고 김성훈은 술에 반쯤 취한 이준혁을 보며 눈썹을 살짝 들썩였다.“오늘밤엔 우리집으로 오면 안 돼. 그러다가 숨어있는 기자들한테 찍히면 우리 둘이 뭐라도 있는 줄 알고 오해할 거 아니야.”“꺼져.”차갑게 한마디 내뱉던 이준혁이 말을 이어갔다.“난 집에 갈 거야.”이준혁이 차에 오르자마자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해보니 임씨 아주머니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 임세희가 몸이 아파서 울고 있다는 말에 이준혁이 운전기사에게 말을 남겼다.“병원으로 가.”고급 외제차는 어느새 병원 주차장에 도착했고 뒤좌석에 놓인 이준혁의 핸드폰엔 부재중 전화가 반짝거리고 있었다.차에서 내린 이준혁은 담배를 한 대 다 피우고 나서도 올라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바로 이때, 하늘이 번쩍거리더니 천둥번개가 치기 시작했다.병원 입구를 힐끗 쳐다보던 이준혁이 다시 차문을 열고 차에 들어서며 운전기사에게 말했다.“스카이 별장으로 돌아가.”한편, 이제야 겨우 침대에 누운 윤혜인은 조금 전에 너무 심각하게 구토를 한 탓에 도우미가 준비한 야식도 먹지 못했다. 도우미의 도움으로 샤워를 마친 그녀는 잠을 청하려고 노력했다.밖에서 폭우가 몰아치고 천둥번개까지 번쩍거렸지만 방안은 방음이 잘 되어 있기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윤혜인은 침대에 누워 오늘 이준혁이 했던 행동들을 떠올렸다가 남자와 여자는 완전히 다르다는 걸 깨달았다. 남자는 좋아하지 않는 여자랑도 그런 일을 할 수가 있구나.하지만 윤혜인은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녀는 이준혁을 사랑하기에 자신을 이준혁에게 바쳤는데 결국엔 어떻게 되었는가…그녀가 소중하게 여기는 물건이 다른 사람이 보기엔 그저 보잘것없는 물건뿐이었다.윤혜인은 갑자기 자신이 너무 한심했다. 이제부터 이준혁 생각을 하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었는데 시간만 나면 머릿속에 온통 그 남자뿐이다.그녀는 아마도 이곳 스카이 별장에서 살고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생각했다. 어찌 됐든 이곳 구석구석에 두 사람이 알콩달콩했던 흔
한쪽 발을 슬리퍼에 넣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깜짝 놀라 다시 침대위로 풀쩍 뛰어오른 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전 안 내려갔어요.”“혜인아?”이준혁이 눈썹을 살짝 들썩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했지만 그 말투가 다정할수록 뼛속까지 숨긴 그의 짜증 지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윤혜인은 잘 알고 있었으며 이 또한 점점 위험하다는 신호이다.“내가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닐 텐데?”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 2년 동안이나 함께 했는데 이 여자는 아직도 그를 경계하고 있다.순간, 그녀의 대답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아진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품에 와락 껴안았다. 그러더니 손바닥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 번쩍 들어올렸으며 자신의 턱에 찍힌 이빨 자국을 보여주었다.“늑대 새끼도 아니고, 너무 세게 물었잖아.”깊은 밤, 주위가 한없이 고요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준혁의 목소리가 유난히 섹시했다.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이준혁이 윤혜인의 귀를 살짝 물더니 말을 이어갔다.“내일 이대로 회사 갔다가 누가 놀리기라도 하면 넌 각오해야 할 거야.”윤혜인의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야릇한 스킨십이 불편했던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이준혁이 갑자기 몸을 돌려 침대에 누운 채 이를 악물며 참고 있는 듯 말했다.“움직이지 마. 잠만 잘 거야.”윤혜인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이준혁의 말투에 피곤과 서러움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이준혁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살짝 올렸다. 옷 위로 만졌는데도 뜨거운 이준혁의 손바닥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윤혜인은 혹시라도 이준혁에게 들킬까 봐 최선을 다해 참고 있었고 등 뒤에서 그녀의 말랑한 살결을 만지며 이준혁이 원망하듯 입을 열었다.“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얌전히 잠만 자겠다고 했잖아.”윤혜인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네 생각엔?”이준혁이 팔목으로 머리를 지탱한 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았고 윤혜인은 살짝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대답했다.“된 거 같아요.”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한 침대에 누운 거라 윤혜인은 괜히 더욱 난감하고 쑥스러웠다.“혜인아.”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머리카락들을 정리해주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내가 언제 그렇게 빨리 끝냈어?”그의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 이준혁은 점점 빨개지는 귓볼을 감상하며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응?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줄래?”윤혜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 남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야릇한 말을 잘하게 됐지?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리더니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저 이제 그만 일어날래요.”이준혁이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윤혜인이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갔고 한참 동안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다가 조심스럽게 나와보니 침대에는 이미 이준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녀가 화장실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이준혁이 다른 방에 샤워하러 간 모양이다.이제 아침 8시가 거의 되어가니 이준혁은 샤워를 마치고 바로 회사로 가겠지.이런 생각에 윤혜인이 밖에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그녀의 샤워를 도와달라고 높은 목소리로 불렀고 아래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바로 올라가겠다고 대답했다.윤혜인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기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혼자 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욕조에 물을 받은 윤혜인은 잠옷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이내 욕실의 문이 열렸고 윤혜인은 여전히 욕조안에 앉아있었으며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아주머니, 저 욕조물에 꽤 오래 담그고 있었어요. 수건으로 제 몸만 닦아주시면 돼요.”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상대방이 대꾸를 안 하자 윤혜인이 고개를 들었고 유리창의
몸에 가운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윤혜인은 여전히 차갑고 딱딱한 세면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읍…”윤혜인이 뭔가 말을 하려고 웅얼거리는 바람에 이준혁의 욕망이 더 불타올랐다. 윤혜인이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했고 얇은 셔츠 안에 있던 그의 복근이 선명하게 만져졌다.하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이준혁을 밀어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이준혁의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켰다.이준혁이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더니 등 뒤에 있는 거울에 밀어붙였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잡고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기다란 다리를 세면대에 밀착한 채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보호했다.이런 속박에 윤혜인은 정복당했다는 자극이 느껴지는 동시에 수치심도 함께 올라왔다.지금 이 순간, 윤혜인은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이준혁의 거친 입맞춤에 기절하려던 찰나, 이준혁이 그녀 입술에서 입을 떼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그녀의 목덜미에 계속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고 윤혜인은 그 열기에 온몸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던 중,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윤혜인이 소리를 지르며 어깨를 움츠렸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거울을 비춰보니 이준혁이 그녀의 목에 빨간 키스마크를 남겼다.“살결이 왜 이렇게 약해.”이준혁이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품에 안겨 있는 윤혜인이 아닌 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고 얘기하고 있었고 그의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당신… 당신…”윤혜인은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여유롭게 턱을 들더니 이빨 자국을 보여주면서 그녀에게 경고했다.저렇게 복수심이 강한 남자가 어디 있어!하지만 그녀는 단지 그의 턱을 깨물었을 뿐, 입을 맞추지는 않았는데 이준혁은 자꾸 말도 없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설마 이것도 복수라는 건가?핸드폰이 울리자 이준혁이 그녀 앞에서 전화를 받았고 주훈이 그에게 회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