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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화

한쪽 발을 슬리퍼에 넣은 윤혜인은 이준혁의 말에 깜짝 놀라 다시 침대위로 풀쩍 뛰어오른 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전 안 내려갔어요.”

“혜인아?”

이준혁이 눈썹을 살짝 들썩거리며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 목소리는 유난히 다정했지만 그 말투가 다정할수록 뼛속까지 숨긴 그의 짜증 지수가 점점 상승하고 있다는 것을 윤혜인은 잘 알고 있었으며 이 또한 점점 위험하다는 신호이다.

“내가 그렇게까지 별로는 아닐 텐데?”

이준혁이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물었다. 2년 동안이나 함께 했는데 이 여자는 아직도 그를 경계하고 있다.

순간, 그녀의 대답이 별로 듣고 싶지 않아진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품에 와락 껴안았다. 그러더니 손바닥으로 그녀의 손을 잡고 위로 번쩍 들어올렸으며 자신의 턱에 찍힌 이빨 자국을 보여주었다.

“늑대 새끼도 아니고, 너무 세게 물었잖아.”

깊은 밤, 주위가 한없이 고요했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준혁의 목소리가 유난히 섹시했다.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간 이준혁이 윤혜인의 귀를 살짝 물더니 말을 이어갔다.

“내일 이대로 회사 갔다가 누가 놀리기라도 하면 넌 각오해야 할 거야.”

윤혜인의 심장이 또다시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야릇한 스킨십이 불편했던 그녀는 손을 뻗어 그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이준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준혁이 갑자기 몸을 돌려 침대에 누운 채 이를 악물며 참고 있는 듯 말했다.

“움직이지 마. 잠만 잘 거야.”

윤혜인의 착각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이준혁의 말투에 피곤과 서러움이 섞여 있는 듯했다.

이준혁은 그녀의 허리에 손을 살짝 올렸다. 옷 위로 만졌는데도 뜨거운 이준혁의 손바닥이 고스란히 느껴졌기에 윤혜인은 자신도 모르게 몸을 살짝 부르르 떨었다.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윤혜인은 혹시라도 이준혁에게 들킬까 봐 최선을 다해 참고 있었고 등 뒤에서 그녀의 말랑한 살결을 만지며 이준혁이 원망하듯 입을 열었다.

“뭘 그렇게 긴장하고 있어. 얌전히 잠만 자겠다고 했잖아.”

윤혜인은 저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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