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생각엔?”이준혁이 팔목으로 머리를 지탱한 채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윤혜인을 쳐다보았고 윤혜인은 살짝 눈치를 보다가 곧바로 대답했다.“된 거 같아요.”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한 침대에 누운 거라 윤혜인은 괜히 더욱 난감하고 쑥스러웠다.“혜인아.”이준혁이 손을 뻗어 그녀의 목에 걸려있던 머리카락들을 정리해주다가 기다란 손가락으로 그녀의 귓볼을 만지작거리면서 물었다.“내가 언제 그렇게 빨리 끝냈어?”그의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빨갛게 달아올랐고 귀까지 빨개졌다. 이준혁은 점점 빨개지는 귓볼을 감상하며 입꼬리가 자신도 모르게 살짝 올라갔다.“응? 그러지 말고 나 좀 도와줄래?”윤혜인은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이 남자가 언제부터 이렇게 야릇한 말을 잘하게 됐지?그녀는 몸을 살짝 움츠리더니 경계심 가득한 목소리로 대꾸했다.“저 이제 그만 일어날래요.”이준혁이 그녀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을 풀자 윤혜인이 빠른 속도로 화장실로 후다닥 뛰어들어갔고 한참 동안 화장실 변기에 앉아있다가 조심스럽게 나와보니 침대에는 이미 이준혁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윤혜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도 그녀가 화장실을 독차지하고 있어서 이준혁이 다른 방에 샤워하러 간 모양이다.이제 아침 8시가 거의 되어가니 이준혁은 샤워를 마치고 바로 회사로 가겠지.이런 생각에 윤혜인이 밖에 있던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그녀의 샤워를 도와달라고 높은 목소리로 불렀고 아래층에서 청소를 하고 있던 아주머니가 바로 올라가겠다고 대답했다.윤혜인은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부탁하기 부끄러웠지만 그렇다고 혼자 씻을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욕조에 물을 받은 윤혜인은 잠옷을 벗고 욕조에 몸을 담궜다. 이내 욕실의 문이 열렸고 윤혜인은 여전히 욕조안에 앉아있었으며 그녀는 뒤도 안 돌아본 채 낮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아주머니, 저 욕조물에 꽤 오래 담그고 있었어요. 수건으로 제 몸만 닦아주시면 돼요.”하지만 한참 기다려도 상대방이 대꾸를 안 하자 윤혜인이 고개를 들었고 유리창의
몸에 가운을 두르고 있긴 하지만 윤혜인은 여전히 차갑고 딱딱한 세면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읍…”윤혜인이 뭔가 말을 하려고 웅얼거리는 바람에 이준혁의 욕망이 더 불타올랐다. 윤혜인이 다치지 않은 손으로 그의 가슴팍을 밀어내려고 했고 얇은 셔츠 안에 있던 그의 복근이 선명하게 만져졌다.하지만 그녀의 힘으로는 이준혁을 밀어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되레 이준혁의 흥미를 더욱 불러일으켰다.이준혁이 한 손으로 그녀의 두 손을 머리위로 들어올리더니 등 뒤에 있는 거울에 밀어붙였고 다른 한 손으로는 그녀의 등을 잡고 그녀를 더욱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리고는 기다란 다리를 세면대에 밀착한 채 그녀가 떨어지지 않게 보호했다.이런 속박에 윤혜인은 정복당했다는 자극이 느껴지는 동시에 수치심도 함께 올라왔다.지금 이 순간, 윤혜인은 민감한 몸을 가지고 있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녀가 이준혁의 거친 입맞춤에 기절하려던 찰나, 이준혁이 그녀 입술에서 입을 떼더니 고개를 돌려 그녀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그녀의 목덜미에 계속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었고 윤혜인은 그 열기에 온몸에 짜릿한 느낌이 들었다.그러던 중, 갑자기 느껴지는 통증에 윤혜인이 소리를 지르며 어깨를 움츠렸고 고개를 돌려 뒤에 있는 거울을 비춰보니 이준혁이 그녀의 목에 빨간 키스마크를 남겼다.“살결이 왜 이렇게 약해.”이준혁이 거울을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그는 품에 안겨 있는 윤혜인이 아닌 거울에 비친 그녀를 보고 얘기하고 있었고 그의 말에 윤혜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터질 듯 빨갛게 달아올랐다.“당신… 당신…”윤혜인은 화가 나서 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지만 이준혁은 여유롭게 턱을 들더니 이빨 자국을 보여주면서 그녀에게 경고했다.저렇게 복수심이 강한 남자가 어디 있어!하지만 그녀는 단지 그의 턱을 깨물었을 뿐, 입을 맞추지는 않았는데 이준혁은 자꾸 말도 없이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다. 설마 이것도 복수라는 건가?핸드폰이 울리자 이준혁이 그녀 앞에서 전화를 받았고 주훈이 그에게 회의 시간
이준혁은 굳게 닫힌 방문을 보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기분이 들었다. 윤혜인은 언제든 이렇게 얌전히 방안에 있어야 하고 그의 손바닥 안에 있어야 한다.그녀가 계속 반항을 한다면 그를 받아들일 때까지 괴롭혀야지.차에 오른 이준혁이 주훈에게 지시를 내렸다.“윤혜인이 대학교 다닐 때 가깝게 지냈던 남자가 있는지 한번 알아봐.”한편, 아침을 먹은 윤혜인은 다시 침대에 누웠고 요 근래 이준혁의 행동을 떠올리자 마음이 불안하고 착잡했다.함께 한 2년 동안 이준혁이 그녀의 몸을 좋아하고 탐한다는 건 그녀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젠 생리적 수요를 만족하려면 임세희를 찾아가야 하는 거 아닌가?이런 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해야 더 자극적인 거잖아?혹시 임세희의 몸이 너무 약해서 이준혁이 그녀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돼서 관계를 안 가지는 건가?몸이 가장 뜨겁게 불타오를 때 이준혁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 잘 알고 있는 윤혜인은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여겼다.오후쯤 되자 도우미 아주머니가 위층으로 올라와 누군가가 그녀를 찾아왔다고 전했고 윤혜인은 어안이 벙벙했다.그녀가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는 걸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아래층으로 내려와보니 거실에 앉아있는 임세희를 단번에 발견할 수 있었고 윤혜인은 임세희가 스카이 별장까지 찾아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곳은 그녀와 이준혁이 결혼 후 줄곧 같이 살던 곳인데 말이다.“혜인 씨, 손은 좀 괜찮아졌어요?”임세희는 오늘 유난히 기색이 좋아 보였으며 말투도 한껏 다정했다.윤혜인이 위층에서 내려와 소파에 앉으며 담담하게 대답했다.“임세희 씨는 제 손이 걱정돼서 찾아온 게 아닌 거 같은데, 이곳엔 저희 둘만 있으니까 할 말 있으면 그냥 하세요.”눈부신 햇살에 비춰진 윤혜인의 백옥 같은 피부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고 물에 떠있는 하얀 장미 마냥 순수하고 아름다웟다.임세희는 그런 윤혜인을 보며 헛구역질이 날 정도로 역겨웠다.‘역시 여우 같은 계집애는 태생부터 남다르네, 남자들에게 놀아난 천박한 계집애 주제에
윤혜인은 임세희의 도발을 무시하려고 노력했지만 임세희가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아이에게 저런 악독한 말을 내뱉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싸늘하게 굳은 눈빛으로 임세희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임세희 씨, 그럼 남의 결혼에 억지로 끼어드는 건 신분이 고귀한 사람이 저지를 수 있는 짓인가요? 저와 이준혁 씨는 합법적인 부부입니다. 임세희 씨의 행동이 뭘 의미하는지는 알아요? 당신은 내연녀입니다! 그럼 신분이 고귀하신 임세희 씨는 왜 저급한 내연녀 노릇을 저지르고 있는 거죠?”얼굴이 붉으락 푸르락해진 임세희는 윤혜인이 저런 말로 자신을 모욕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당신이 뭔데! 그래봤자 준혁 오빠가 할아버지 비위를 맞추는데 쓰이는 도구일 뿐이에요! 나랑 준혁 오빠는 어릴 때부터 선남선녀로 서로 사랑하고 서로의 모든 걸 알고 지냈단 말이에요!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 내연녀라는 걸 몰라요?”윤혜인은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지껄이는 임세희를 보며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트렸다.“전 그런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네요. 임세희 씨,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임세희 씨처럼 파렴치하지는 않아요. 내연녀는 영원히 내연녀일 뿐이에요! 만약 제가 준혁 씨와 이혼하지 않는다면 임세희 씨는 평생 내연녀로 남아있게 되겠죠!”“당신… 당신이 감히!”이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에 자극을 받은 임세희가 윤혜인에게 달려가 그녀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고 했다.찍!그 순간, 윤혜인의 옷깃이 찢어졌고 목덜미의 빨간 키스마크가 선명하게 드러났다. 백옥같이 하얀 윤혜인의 살결에 빨간 키스마크는 유난히 눈에 잘 띄었다.이 키스마크를 누가 남겼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뻔한 것이기에 임세희는 입술을 꽉 깨문 채 윤혜인의 목덜미를 찢어버리고 싶었다.그녀는 이준혁이 몽롱한 눈빛으로 윤혜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장면만 상상해도 미칠 것만 같았다.저런 천박한 계집애가 대체 무슨 자격으로!“너무 염치없는 거 아니에요?”임세희가 이를 악물며 사악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죽일 듯이 노려보
점점 빛을 잃은 윤혜인은 허약한 종이인형 마냥 바람이 불면 날아갈 것 같았다.이준혁은 임세희에 대한 욕구불만 때문에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이런 생각에 윤혜인은 속이 다시 울렁거렸으며 너무 역겨웠다.조금 전까지 당당하고 자신 넘쳤던 윤혜인은 강하게 뺨을 맞은 듯 얼굴이 얼얼했고 임세희는 얼굴이 창백해진 윤혜인을 보며 속으로 의기양양했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임세희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준혁 오빠가 당신과 잠자리를 2년 동안 가졌다고 해서 당신을 떠나지 못할 거라는 착각은 하지 마요. 준혁 오빠는 그저 습관이 됐을 뿐이에요. 준혁 오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저라고요. 당신과 잠자리를 하든 다른 여자와 잠자리를 하든 다 똑같아요. 당신들은 그저 도구일 뿐이라고요. 알겠어요?”임세희가 떠난 뒤, 윤혜인은 공기 빠진 풍선 마냥 바닥에 주저앉았고 도우미 아주머니가 다급하게 다가와 그녀를 부축하려 했지만 그녀가 거절했다.“아주머니, 전 나가서 좀 걷고 싶어요.”윤혜인이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지만 아주머니는 꽤 난감한 기색이었다. 도련님이 집을 나서기 전에 사모님을 밖에 내보내지 말라는 명령은 내린 적이 없지만 이렇게 괴로워하고 허약한 사모님을 보고 있으니 혼자 보내는 게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윤혜인이 집을 나서자 아주머니가 재빨리 이준혁의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윤혜인은 그렇게 혼자서 길거리를 목적없이 걷고 있었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서 마냥 길거리를 따라 걷기만 했다.윤혜인은 신선한 공기를 맡고 싶었다. 그녀의 마음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2년 동안 윤혜인은 이준혁에게 모든 신경을 집중한 채 그에게 최선을 다했고 고분고분 말을 잘 들으면서 그의 심기에 거슬리지 않도록 노력했다. 몸과 마음을 다 바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런데 이준혁은 대체 왜 그녀에게 이렇게 매정할 수 있을까? 어떻게 그녀 심장에 칼을 꽂고 또 꽂을 수 있는 걸까?이제는 말도 안 되는 일까지 저질러 가면서 그녀를 모욕하고 있다.이준혁은 자신이 아끼는 여인만 지키고 있다. 하지
“혜인아!”그 순간, 따듯하고 커다란 손이 그녀를 꽉 끌어안았고 너무 놀란 윤혜인은 두 눈을 꼭 감았다가 위험한 상황이 끝났다는 걸 느끼고 나서야 서서히 두 눈을 떴다.금빛 테두리 안경을 쓴 한구운이 잔뜩 긴장한 눈빛으로 윤혜인을 쳐다보고 있었고 바닥에는 그가 조금 전에 떨어트린 우산이 놓여 있었다.심장이 쿵쾅거리고 있는 한구운은 한참동안이나 진정을 할 수 없었다. 하마터면 그녀가 길바닥에 쓰러질 뻔했다!흠칫하던 윤혜인이 휘청거리며 겨우 몸을 일으킨 뒤, 한구운을 보며 물었다.“구운 선배, 선배가 왜…”한구운이 주먹을 살짝 쥔 채 마음을 가다듬고 담담하게 대답했다.“소원이가 널 데리러 오라고 나한테 부탁했어. 이렇게 널 찾을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야.”“선배한테 또 신세를 지게 되었네요.”“신세는 무슨.”한구운이 바닥에 떨어트린 우산을 들고 그녀를 위해 비를 막아주다가 초라한 그녀의 행색에 동공이 흔들렸다.“어쩌다 이 꼴이 됐어?”“그게…”윤혜인은 입만 뻥긋할 뿐,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병원으로 가자.”한구운은 더 이상 묻지 않았고 외투를 벗어 그녀에게 덮어주었다.“양해 좀 구할게.”말을 하던 한구운이 그녀의 허리를 잡더니 그대로 안아들고 차에 태웠다.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발 뒤꿈치의 상처부터 치료한 뒤 의사가 그녀에게 혈액 검사를 진행했다.혈액 검사 보고서가 나오자 한구운이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의사 선생님, 별 큰일 없죠?”의사가 한구운을 힐끗 쳐다보더니 그를 나무랐다.“임산부에게서 빈혈 증상이 보입니다. 남편으로써 그 정도로 모르고 있었나요? 돌아가면 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잠자리는 적절하게 하시고 정기적으로 병원에 와서 검사를 진행해야 합니다. 알겠죠?”의사 입에서 잠자리가 언급되자 담담하던 한구운의 표정이 살짝 굳어졌고 윤혜인은 너무 난감했다.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그녀가 서둘러 변명을 하려던 그때, 한구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네, 알겠습니다.”의사가 떠
이준혁 입가에 아니꼬운 미소가 번졌다.“저 남자는 네가 유부녀라는 걸 알아? 아니면 남이 쓰던 여자를 주워 쓰는 게 취미인가?”한마디 한마디가 귀에 거슬렸기에 윤혜인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한구운이 보는 앞이라 화를 꾹 참을 수밖에 없었다.“선배님, 먼저 들어가세요. 오늘 고마웠어요.”그녀와 이준혁 문제에 다른 사람을 끌어들이고 싶지는 않았다.선배라고 부르는 윤혜인의 말에 이준혁의 신경이 순식간에 자극됐다. 그의 입꼬리는 웃는 듯했지만 목소리는 더할 나위 없이 차가웠다.“저놈을 당장 밖으로 내다버려!”이때, 검은 정장을 입은 남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한구운에게 다가갔고 깜짝 놀란 윤혜인이 발에 난 상처도 잊은 채 두 경호원의 앞길을 막았다.“이준혁 씨, 당신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분노가 차오른 이준혁이 주먹을 꽉 쥐었지만 창백한 윤혜인의 얼굴과 손에 난 상처를 보더니 끝내는 참았다.“당장 이 남자한테 꺼지라고 해!”“선배님, 정말 죄송해요. 다음에 제가 정식으로 사죄하러 갈게요.”윤혜인은 괜히 연루된 한구운에게 연신 사과를 했고 한구운은 대충 무슨 상황인지 눈치를 챌 수 있었다. 눈앞에 있는 이 남자는 윤혜인의 남편이기에 한구운이 함부로 나설 수도 없었다.‘윤혜인의 남편이 서울 이씨 가문의 도련님이구나.’하지만 윤혜인은 왠지 이준혁을 싫어하는 듯했고 이준혁도 그녀를 아끼지 않은 것 같았다.날카로운 눈빛으로 살기 가득한 이준혁의 눈을 빤히 쳐다보던 한구운이 다정한 목소리로 고개를 돌려 윤혜인에게 말을 걸었다.“집에 가서 푹 쉬어.”윤혜인이 고개를 끄덕였고 지켜보던 이준혁이 다정한 두 사람의 모습에 이를 갈았다.조금 전에 저 남자 머리통을 깼어야 하는 건데.한구운이 떠나고 병실에는 이준혁과 윤혜인만 남게 되었고 분위기는 살얼음판이었다.이때, 이준혁이 갑자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어깨를 부수려는 것처럼 꽉 잡았다.“이준혁 씨, 지금 뭐 하는 거예요!”이준혁은 그녀가 걸치고 있던 검은 정장과
윤혜인은 충격에 머릿속이 폭발할 것만 같았다. 이준혁이 그녀의 머리를 좌석 등받이에 꾹 누른 채 창문을 열고 그녀에게 키스를 퍼부었고 지나가는 행인들은 그들이 뭘 하고 있는지 똑똑히 볼 수가 있었다.항상 침착하던 이준혁은 이성을 잃은 듯 머릿속에는 윤혜인에 대한 소유욕으로 가득했다. 오늘따라 유난히 거친 그의 입맞춤은 키스가 아닌 분풀이 같았다.특히 조금 전에 일부러 운전 기사에게 속도를 늦춰서 한구운의 차량과 수평선에서 달리게 한 행동은 그야말로 적나라한 분풀이였다.지금까지 두 사람은 다른 사람이 보는 앞에서 이런 야릇한 행동이나 입맞춤을 한 적이 없는데 지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윤혜인은 이렇게까지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에게 화가 잔뜩 났지만 손과 다리를 제압당한 탓에 꿈쩍도 할 수 없었으며 그에게 욕설을 퍼부으려고 해도 그의 거친 입맞춤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이준혁의 키스에는 약탈만 남았을 뿐, 다른 감정은 전혀 없었고 윤혜인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의 손가락은 하얗게 질릴 정도로 힘을 꽉 주었다.한편, 곁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구운은 더는 참지 못하고 속도를 올려 빠르게 떠나갔고 어느새 윤혜인의 눈가에 눈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임세희와 번갈아 가며 그녀를 괴롭히는 이준혁 때문에 너무 억울하고 분했다…마음이 너무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던 윤혜인은 이준혁이 그녀의 손을 놓아주자 다급하게 그의 가슴팍을 힘껏 때렸다.그제야 입맞춤을 멈춘 이준혁은 슬픈 얼굴로 울고 있는 윤혜인을 보며 두 눈이 충혈된 채 질투심 때문에 미칠 것만 같았다.늘 침착하고 차분한 모습만 보이던 그는 오늘처럼 돌발 행동을 저지른 건 처음이었고 조금 전에 윤혜인의 발을 만지던 한구운만 생각하면 그의 손목을 잘라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결국 그녀의 눈물에 마음이 약해진 이준혁은 손가락으로 퉁퉁 부은 윤혜인의 입술을 만지다가 이내 그녀를 품에서 놓아주었고 겨우 정신을 차린 윤혜인은 손을 뻗어 그의 뺨을 강하게 내리쳤다.팍!마찰음은 차 안에서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