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유성은 이성적으로 생각할 틈도 없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단이혁도 바로 달려갈 기세로 이를 악물며 벌떡 일어났다. 하지만 두 사람 다 딱히 나설 필요가 없었다. 왜냐하면...“으억!!”지승우의 손이 강하랑의 엉덩이에 닿을 뻔한 0.01초의 순간 그의 두 다리는 허공에 처참한 궤적을 남기며 툭 떨어졌다. 그렇다, 클럽 센터에서 건장한 남자가 연약한 여자에게 업어치기를 당한 것이었다.지승우의 비명이 마치 신호라도 되는 것처럼 장내는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오로지 클라이맥스에 달한 재즈 음악만이 마치 코믹 영화의 비지엠이라도
지승우는 잔인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혼자 해외로 떠난 강하랑이 너무나도 불쌍했다.이때 강하랑이 해외에 있을 때 이미 연유성과 결혼한 상태였다는 것이 떠올라 지승우는 돌연 정색하면서 말했다.“잠깐, 넌 뭐냐? 놀부 부부는 그렇다 쳐도 어쩌면 너까지 용돈 한 번 안 줄 수가 있어? 여자애를 혼자 말 안 통하는 해외에 방치해 두다니, 네가 그러고도 인간이냐?”연유성은 콕콕 삿대질하는 지승우의 손을 치우고 술을 주문하며 자리에 앉았다.“나를 탓하기 전에 강하랑이 어떻게 너를 업어치기 했는지부터 생각해 봐야 할 텐데.”지승
“헛소리하지 마!”연유성은 본능적으로 부정했다. 하지만 시선은 지승우를 피해 다른 곳에 가 있었다.“그러면 왜 이혼을 안 하는 건데? 이혼은 너랑 사랑 씨 둘 다 원하는 거 아니야?”연유성은 손에 들고 있던 술잔을 내려놓고 자세를 바로 하며 말했다.“이혼 소식을 밝힌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주변에 똥파리가 꼬이기 시작하는데, 한때 친구로서 너무 빨리 끝내는 건 아니다 싶을 뿐이야.”지승우는 주섬주섬 담배를 꺼내다 말고 미간을 찌푸리며 투덜거렸다.“야, 다른 사람이면 몰라도 나까지 그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 하여간 의리 없
은은한 커피 향은 집안 전체에 퍼졌다. 강하랑은 티스푼으로 커피를 휘적거렸다. 하지만 시선은 여전히 핸드폰에 고정되어 있었다. 금방 탄 커피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SNS에서 강세미는 한남정을 질책하기는커녕 요리사들에 대한 존중을 표시했다. 그리고 박재인이 있다는 말을 듣고 한남정에 찾아갔지만, 규정을 몰랐던 탓에 쫓겨난 건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이라며 사과했다. 교통사고 또한 운전자인 자신의 책임이니, 다른 사람을 탓하지 말라고 팬들을 타이르기도 했다.강세미의 글 아래에는 깁스를 한 채로 애써 미소를 짓고 있는 창백한 안색의
로딩이 끝난 다음 동영상은 다시 강하랑의 메일에 나타났다. 동시에 컴퓨터 화면에는 대화창 하나가 튀어나왔다.「6H: 막내야, 영상을 돌아갔지?」「사랑: ㅇㅇ, 방금 확인했어. 도와줘서 고마워, 오빠!」「6H: 뿌듯한걸~ 이번에는 내 도움 없이 너 혼자 완성할 수도 있었어. 참, 나한테 그 여자 CCTV 블랙박스 사진이랑 병원 차트 자료가 있어서 같이 보내줄게. 또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지 연락해.」메일에는 또 다른 파일이 도착했다.파일을 다운하고 난 강하랑은 일단 병원 차트부터 열어봤다. 눈빛은 살짝 복잡해지나 하더니 금
시간의 흐름과 함께 한남정 앞에는 점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어떤 사람은 기다리다 못해 돌을 던지기도 했다. 만약 현장에서 중계하는 기자와 경찰이 없었다면 진작 한남정의 간판까지 부숴버렸을 것이다.차에 있던 박재인은 한남정의 참상을 보고 있다가 미간을 팍 찌푸렸다.“이 자식들이 감히 내 간판을 건드려?!”“진정하세요. 보는 눈이 이렇게도 많은데 간판을 망가뜨리지는 못할 거예요.”운전석에 앉아 있던 단이혁이 위로를 건넸다. 그러고는 조수석에 앉아 바쁘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있는 강하랑을 힐끗 바라보며 말했다.“그리고 곧 사
“그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예요? 당신들이 잘못하지 않았으면 우리가 여기까지 왔겠어요?”몽둥이를 든 남자는 가장 먼저 반박했다. 그러자 강하랑은 그의 손에 들린 것을 힐끗 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리며 말했다.“그렇다면 잘잘못을 따져봐야겠네요.”남자는 묵묵히 손을 등 뒤로 숨겼다. 이윽고 몽둥이가 바닥에 떨어지며 쾅 소리를 냈고 한참 굴러다니다가 돌에 걸며 멈춰 섰다. 덕분에 현장은 또다시 정적에 휩싸였다.잠시 후 남자가 마른침을 삼키며 말했다.“맞아요! 잘잘못을 따져 봐요!”강하랑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좋아요.
선두에 있던 남자가 특히 그랬다. 그는 이대로 몸을 돌려 떠나고 싶었지만, 혹시라도 반전이 있지는 않을까 해서 떠나지 못했다. 하지만 이는 강세미 때문에 일어난 일이기에 반전이 존재할 리가 난무했다.‘한남정에서 세미한테 은퇴한 주방장의 음식을 먹고 싶다고 하라고 협박했을 리는 없을 거 아니야! 그리고 한남정의 음식이 맛없다니... 한남정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대표하는 최고의 식당이라고!’남자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어디에든 분풀이를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이때 그를 계속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던 박재인이 다가가서 그의 주먹을 꼭 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