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도 캄캄해 밤이 된 것만 같았다. 손으로 대충 휘적이며 주위를 파악하는 수밖에 없었다.“아가씨도 인맥을 통해서 다른 지역으로 가는 거예요? 어디로 가서 큰돈을 벌 생각이었어요?”“여자 혼자서 정말 용기가 대단하네요. 하지만 아가씨처럼 어린 사람은 쉽게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정 안 되면 차라리 적당한 남자를 찾아 시집을 가는 것도 방법이죠. 하지만 우리 같은 아저씨들은 인생이 그렇게 쉽게 풀리진 않죠. 한 걸음 한 걸음씩 나아가는 것 외엔 방법이 없죠.”“하이고, 돈 벌기 쉽죠. 식당에서 설거지만 해도 한 달에 몇만 달러씩
선박 안은 아주 어두웠다.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 사람이 없었기에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몰랐다.그저 배가 고프면 알아서 먹을 것을 찾아 먹고 잠이 오면 잘 뿐이다.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대충 손으로 주위를 탐색하면서 왼쪽 제일 구석진 곳에 있는 화장실로 가면 되었다. 한 사람이 앉기엔 충분한 자리였지만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도 있어 아주 비좁았다.시간이 흐름에 따라 작은 화장실에선 냄새도 났다.처음엔 가까이 가야만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강하랑이 있는 곳까지 화장실 냄새가 났다. 그녀와 그
모든 사람이 다 빛 때문에 눈살을 찌푸렸다. 강하랑도 마찬가지다. 안쪽에 있었던 그녀는 약간 정신 차릴 시간도 필요한 정도였다.익숙한 얼굴을 발견한 순간 그녀는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다행히 그들은 그녀를 데려가려고 온 것이 아니었다. 빵과 물을 한 상자씩 옮겨 놓은 다음 그들은 금방 물러났다.창고에는 또다시 정적이 맴돌았다. 잠시 후 다투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한 남자는 먹을 것을 손이 닿기 편한 곳에 놓아두더니, 또다시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근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결정을 한 거예요? 가족들은 알아요?”
잠깐의 침묵 끝에 나지막한 목소리 하나가 들려왔다.“혀, 형... 저 돌아가고 싶어요. 사, 사실 저 이렇게 멀리 나온 거 처음이에요. 인터넷에서 부자 됐다는 말을 듣고 나온 거라고요. 소연 누나 오빠가... 어쩌다가 돌아가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시신 처리해 줄 가족이라도 있잖아요. 제가 그렇게 되면 챙겨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다투는 소리에 주변은 슬슬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이 배에 타기 전에는 아마 예상치 못한 문제였을 것이다.그들은 다 큰돈을 주고 나온 것이었다. 그 길의 끝에 죽음이 있을 줄은 어떻게 알았
강하랑은 인기척을 듣고 서서히 눈을 떴다. 강한 빛 때문에 눈을 제대로 뜰 수 없었다.수염 난 남자는 전과 달리 한 무리의 건장한 남자들을 데리고 들어왔다. 남자들이 가까워짐과 동시에 강하랑의 심장도 세차게 뛰었다.남자들의 등장에 창고는 발 디딜 틈 하나 없이 좁아졌다. 원래 자려고 누운 사람들은 재빠르게 몸을 일으켜 구석으로 갔다.창고 안의 냄새가 지독했는지 남자들은 미간을 찌푸린 채 수염 난 남자에게 외국어로 물었다.“이 중에 누구예요?”수염 난 남자는 주변을 빙 둘러보더니 가볍게 말했다.“얼굴을 가릴 수가 있어야지.
수염 난 남자는 나약해 보이는 사람들이 이런 힘을 발휘할 줄은 몰랐다. 그들은 하나둘씩 일어난 사람들에 밀려서 창고 밖으로 나가게 되었다. 하지만 이런 상황도 잠깐만 지속되었다.상황은 외국인이 무기를 꺼내며 반전되었다. 평소 가장 큰 일탈이 패싸움이던 사람들에게 피를 보는 것은 단연 무서운 일이다. 칼끝에서 정의를 지키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낯선 사람을 위해서 말이다.이런 일도 목숨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었다. 맨손으로 칼날을 당해낼 자신도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슬슬 길을 피했고, 그 길의 끝에는 황소연과 강하랑이
강하랑도 자신이 과연 안전한지 확신할 수 없었다. 조금 전의 선택으로 인해 다른 위험 요소가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되기도 했다.걱정 끝에 그녀는 일단 저지르기로 했다. 어차피 지금 보다 위험한 상황은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그녀는 전보다 훨씬 깔끔해진 방을 보고서도 확인이 서지 않았다. 단지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추측할 뿐이었다.황소연의 질문에 그녀는 잠깐 고민하다가 대충 얼버무리며 대답했다.“제 가족 중에 해외에서 사업하는 분이 있어요. 그래서 거래를 제안했죠. 하지만 성공할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어요.”그녀가 수염
“뭐라고요?”황소연도 놀란 표정으로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강하랑이 미워지거나 하지는 않았다.놀란 한편 그녀는 감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그쪽도 참 불쌍하네요. 이런 곳에 납치당해서 우리 같은 사람이랑 고생하다니요.”이렇게 말하던 그녀는 또 한숨을 쉬면서 말을 이었다.“하아... 역시 엘리트 교육을 받은 사람은 다르네요. 만약 내 고향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면 외국인한테 울고불고하며 빌 줄밖에 몰랐을 거예요. 그쪽처럼 다른 방법을 생각할 여유 따위는 있을 리가 없죠. 역시 드라마 속의 연약한 재벌 집 아가씨 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