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고 실력도 괜찮군. 젊은 사람들 중에선 단연 최고라 할 만해.”“그런데 안타깝게도 넌 무도 수련 기간이 너무 짧아.”천도의 얼굴에는 자신만만한 미소가 번졌다.“어쩌면 시간이 지난 뒤에는 네놈이 날 이길 수도 있겠지.”“하지만 오늘 여기서 네놈을 만난 이상 네놈은 죽을 운명이야!”말을 마치자마자 천도는 목을 살짝 비틀어 위협적으로 ‘두둑'소리를 내며 다시 기운을 모아 정신을 차리려는 듯 눈을 반짝였다.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담담하게 말했다.“사람을 무는 개는 짖지 않는다던데 쓸데없는 말이 이렇게 많은 걸 보니 당신의 실력도 별 볼 일 없나 보군요.”하현은 천도에 대해서 최대한 예의를 갖춰 말했다.다만 옳고 그름을 모르고 뜻을 굽히지 않는다는 것 자체가 무술을 대하는 마음이 청정하지 않다는 것을 천도에게 일깨워 주고 싶었던 것이다.하현이 보기에 이런 사람은 전신은 될 수 있을지언정 그 이상의 실력을 기대하기는 힘든 사람이었다.그러니 자신의 실력으로 이런 사람을 때려눕히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었다.“촥!”천도의 안색이 일순 험악해졌다.자신 앞에서 함부로 날뛰는 하현을 좋게 봐주려야 봐줄 수 없었던 것이다.순간 천도는 몸을 움직여 날아오르듯이 앞을 향해 돌진했다.“솩!”그의 손에 있던 칼자루가 칼집을 벗어나 하현의 얼굴을 향해 날아왔다.하현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장도를 든 손을 들어 올렸다.“촹!”양측의 날카로운 칼이 마주치며 불꽃이 튀었다.두 칼이 세 번째로 마주쳤을 때 하현이 가지고 있던 장도가 갑자기 ‘촤랑’소리를 내며 부러졌다.청삼을 입은 집사들이 들고 있던 칼을 아무거나 집어 들었더니 역시나 품질이 별로 좋지 않았다.순간 하현은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이제야 도망가기엔 너무 늦지 않았어?”하현이 물러서는 것을 보자 천도의 몸이 물찬 제비처럼 날아올라 유성처럼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돌진했다.천도가 들고 있던 장도는 빛의 속도로 날아왔다.칼날을
”좋아, 아주 비열하고 좋아. 어디 해 보자고.”하현은 손을 뿌리치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순간 그에게서 천도에 대한 일말의 존경심마저 사라졌다.천도는 무덤덤한 기색을 띠며 하현의 표정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이놈, 넌 잘 모를 것이다.”“우리 같은 사람은 주인의 명령이 곧 법이야. 오로지 주인의 그림자로 살면서 기꺼이 주인의 도구가 되는 거지.”“주인이 우리한테 누군가를 해결하라고 하면 우린 상대를 가리지 않고 바로 해결해야 해.”“이럴 때는 승패와 생사만 있을 뿐 명예와 도의는 없어, 알겠어?”하현이 냉담하게 말했다.“난 예전에도 그 딴 것에는 관심 없었어요. 지금도 없고 앞으로도 없을 겁니다.”“당신과 난 원래 다른 사람이니까.”“당당한 전신? 흥! 소신도 없는 전신이 무슨 전신입니까?”천도는 하현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그저 냉소만 흘렸다.그의 손에 있던 장도가 다시 하늘에서 휘몰아쳤고 순간 한기를 품은 칼날은 사방을 뒤흔들며 하현을 몰아붙였다.“촥!”천도가 세차게 칼날을 휘두르며 한걸음 내딛자 손에 있던 장도가 다시 사악하게 찢어지며 사방을 울렸다.“후!”온 기운을 모은 천도의 칼놀림에 장내는 순식간에 얼어붙었다.무서운 살기가 장내를 가득 채우며 보는 사람들마저 옴짝달싹 못하게 만들었다.칼날이 가는 곳마다 하현은 폭풍의 중심에 서 있는 사람처럼 사방팔방 이리저리 몸을 움직이며 살의를 가득 품은 칼날을 피했다.하현이 조금만 느리거나 집중력을 잃으면 금방이라도 그의 몸이 두 동강이 날 것 같았다.그러나 하현은 조금도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칼날에 맞섰다.“촹!”칼날이 가까워지는 순간 하현은 오른발을 짚고 다시 땅바닥에 떨어진 칼을 집어 들었다.그리고 날아오는 천도의 칼에 맞섰다.많은 사람들의 눈 속에 충격의 물결이 일었다.하현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손쉽게 천도의 칼날을 막아내었다.저승사자를 몰고 온 듯 살의를 품은 천도의 칼이었다.그러나 하현의 유려
그들은 의아한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하현이 이렇게 대단한 실력을 갖췄다면 처음부터 단칼에 천도를 대적할 수 있었다.하지만 처음에 하현은 뒤로 계속 물러나기만 했었다.게다가 손에 있던 칼은 한번 땅바닥에 떨어지기까지 했다.지금은 천도와 이렇게 팽팽히 맞서고 있지만 처음엔 다들 하현이 금방 패배할 것이라고 믿었다.하수진도 눈앞의 광경을 긴장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눈썹을 찡그렸다.항도 하 씨 가문 사람으로서 그녀는 노부인의 사람인 천도가 얼마나 대단한 실력자인지 잘 알고 있었다.하현이 조심하지 않다가 천도의 칼에 맞을까 봐 그녀는 전전긍긍했었다.그러나 하현은 지금껏 조금도 다치지 않고 당당히 천도를 맞서고 있었다.오히려 하늘을 가를 듯 매서운 눈빛은 더욱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그때였다.천도의 몸이 어느새 공중으로 솟구쳐 올랐고 발아래를 향해 힘껏 허공을 갈랐다.“받아랏!”단칼에 천지가 요동치는 것 같았다.독기를 품은 칼날이 하늘을 치솟아 하현이 있는 곳을 향해 달려왔다.천도는 또 한 번 묘수를 썼다.그럴 때마다 천지가 진동하는 것처럼 흔들렸다.마치 산과 바다를 갈라놓을 듯 단번에 하현을 두 동강이 낼 태세였다.천도의 묘수에도 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을 지으며 손에 든 장도를 번쩍이며 곧장 비스듬히 칼을 휘둘렀다.“촹촹촹!”허공에 뜬 천도의 칼은 순간 세 개의 칼이 되어 하현의 칼을 세 조각으로 쪼개버렸다.매서운 천도의 칼날에 하현의 몸이 계속 흔들렸다.순간 하현의 몸이 뒤로 두어 발짝 뒷걸음질쳤고 손에 든 칼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죽어!”천도는 계속 기세를 몰아붙였고 하현을 보고 냉소를 흘리며 다시 손에 든 장도를 휘둘렀다.하현의 몸이 흔들려 거의 방어를 하지 못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그러나 하현은 가까스로 천도의 공세를 피했다.“촹!”천도의 칼이 날아들자 하현은 가지고 있던 칼을 가로로 놓아 다시 한번 천도의 공격을 헛되게 만들었다.“개자식!”여러 번의 공격에
”촹!”차가운 미소와 함께 천도의 손에 들려 있던 눈부신 칼날이 빛을 번쩍이며 또 한 번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이미 자신의 신분을 드러낸 마당에 천도는 더 이상 숨길 것이 없었다.숨겨 놓았던 섬나라 신당류 도법이 폭발한 순간이었다.칼놀림 하나하나가 텐푸 쥬시로를 능가할 만큼 노련하고 매서웠다.“촹촹촹!”칼날이 겹쳐질수록 천도의 공세는 더욱 매서웠다.그러나 하현은 이 순간에도 담담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이미 당신이 신당류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어!”“그렇다면 나도 이제 제대로 당신을 상대해 줘야겠군!”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하현의 기세가 갑자기 폭발했다.막혔던 둑이 터지듯 하현은 순간적으로 숨결을 내뿜었다.그와 동시에 하현의 손에 있던 칼이 천도의 옆구리에 꽂혔다.하현은 거침없이 칼을 든 손을 옆으로 그었다.“퍽!”눈 깜짝할 사이 하현의 칼이 그림을 그리듯 천도의 옆구리에서 춤을 추었다.하 총관 일행은 눈앞에서 일어난 일이 믿기지가 않는 듯 얼굴을 찡그렸다.하현이 천도를 만나 이렇게 손쉽게 단번에 칼을 휘두르는 걸 보고 그들은 그제야 깨달았다.하현의 실력이 천도보다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자신의 시야에서 칼날이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본 천도는 안색이 급격히 일그러졌다.피할 겨를도 없었던 그는 얼른 칼을 빼들었다.“촹!”굉음과 함께 먼지가 하늘을 뒤덮었고 순간 무서운 회오리가 휘몰아쳐 사람들은 눈을 뜰 수가 없었다.방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하 총관 일행도 먼지 속에 마른 기침만 할 뿐이었다.잠시 후 그들은 마침내 상황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하현의 손바닥이 천도의 칼을 막았지만 두 사람이 발을 딛고 있는 곳을 중심으로 거대한 거미줄 모양의 균열이 퍼져나갔다.보기만 해도 오금이 저렸다.칼도 아닌 손바닥으로 칼에 맞서다니!그 기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섬뜩할 정도였다!천도는 이제 슬슬 하현의 기세에 밀리기 시작했다.방금
천도는 이해하려고 해도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그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혈이 가슴을 파고들다 노혈을 내뿜으며 포효하듯 터져 나왔다.“푸!”천도가 피를 토하자 장내는 쥐 죽은 듯 고요해졌다.모두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숨 쉬는 것마저 잊은 사람처럼 숨을 죽였다.하수진이든 하 총관 일행이든 하현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이 장면을 보고 벼락이라도 맞은 듯 충격에 휩싸였다.방금 이가 부러진 청삼을 입은 집사는 자신의 눈을 힘껏 비비며 자신이 뭔가 잘못 본 게 아닌가 몇 번이고 확인했다.천도가 누구인가?!항도 하 씨 가문 최고 중의 최고 고수였다!젊었을 때는 식칼을 들고 남규 거리를 휘젓던 사람이었다.그동안 어떤 패배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수백 명의 사람들을 학살하기도 했다.이렇게 거침없이 칼을 휘둘러 대던 사람이 방금 분명 상대를 몰아붙이다가 갑자기 결연한 얼굴로 변한 하현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말았다?!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충격 그 자체였다.“말도 안 돼! 이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야!”“천도 어르신 같은 분이 어떻게 하현의 한 방에 나가떨어질 수가 있어?”“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혹시 다른 사람이 대신 손을 쓴 거 아니야?”멍하던 정신을 가다듬으며 하 총관이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그는 자신이 한 대 얻어맞은 것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천도 같은 인물이 한 대 얻어맞는 것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하 총관의 일행들도 마찬가지였다.그들은 너무 충격적인 광경을 본 탓에 입이 바짝바짝 말라 입안에서 쓴맛이 날 지경이었다.그들의 얼굴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화끈화끈 벌겋게 달아올랐다.“당신은 안 돼!”하현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천도를 보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내가 1분이라고 하면 1분이야. 1초도 더 지나선 안 돼.”“당신은 섬나라 사람이면서 항도 하 씨 가문에서 그 오랜 세월을 잠복해 있었어. 신분을 속이고 말이지.”“그동안 무엇을 하려고
”안타깝게도 당신은 다시 깨어난다 해도 절대 모를 거야.”“당신 실력이 나보다 못하다는 걸.”“내가 진지하게 마음먹고 덤볐더라면 당신은 내 한주먹 거리도 안 돼.”“섬나라 검객의 수준이란 게 겨우 이 정도 수준인 거지.”하현은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솔직히 말해서 난 당신네 섬나라 사람들한테 좀 실망했어.”“실력은 얼마 되지도 않으면서 쓸데없는 계략이나 펼치는 게 안타까울 뿐이야.”“그나저나 당신들은 왜 날 이렇게 미워하는 거야? 왜 매번 날 죽이려는 거냐고?”“아쉽게도 당신들 마음대로 되진 않을 거야.”천도는 이를 악물고 하현을 노려보며 말했다.“이놈아, 이번에는 네놈을 죽일 수 없었지만.”“우리 섬나라에는 고수들이 많아.”“끊임없이 몰아치는 우리의 공격을 네놈이 막아낼 성싶으냐?! 천만에!”“네놈은 조만간 곧 죽을 거야!”하현은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안타깝지만 당신이 지금 곧 죽을 것 같은데!”말을 마치자마자 하현은 반쯤 무릎을 꿇은 천도를 발로 걷어서 넘어뜨렸다.천도는 또 ‘푸'하고 피를 뿜었다.“개자식!”하 총관 일행은 분하기도 하고 억울하기도 했다.그들의 마지막 보루와도 같았던 고수가 뜻밖에도 하현에게 발길질을 당해 땅바닥에 널브러질 줄은 몰랐다.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가?지금 하현이 천도의 신분을 폭로해 버렸지만 하 총관 일행은 죽은 개처럼 땅바닥에 널브러진 사람이 하현이었으면 했었지 천도가 이럴 지경이 되길 바라지 않았다.“당신의 반란은 여기까지야. 여기서 끝내자고.”하현은 천도의 목을 우지끈 밟았다.“당신을 죽이면 텐푸 쥬시로는 마지막 희망을 잃게 되겠지.”“그러면 아마 텐푸 쥬시로도 순순히 십 년 전 일을 털어놓을 거야.”“그러니까 성가시니까 당신은 이제 그만 가 주어야겠어.”하현은 발밑에 힘을 주려고 몸을 슬쩍 기울였다.그러나 하 총관이 얼굴을 가린 채 참지 못하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그만!”“개자식아
하현의 말에 하 총관의 얼굴에는 분노가 들끓었다.“하현, 네놈이 떠벌리기 좋아하고 공명심에 혹할 놈이란 건 진작에 알았지!”“그리고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의 제재를 받지 않으려고 일부러 천도 어르신에게 섬나라 스파이라는 누명을 뒤집어 씌우는 거야!”“이런 핑계를 대고 겉으로 번지르르한 명분을 얻으려는 수작이잖아!”“그렇지만 똑똑히 들어! 절대 네놈 뜻대로 되지는 않을 거야!”“천도 어르신이 도대체 누구인지 확실한 증거도 없이 함부로 지껄이지 마!”“그가 정말 섬나라 사람이라고 해도 우리 항도 하 씨 가문을 위해 오랫동안 성심을 다해서 노부인의 곁을 지킬 수 있는 거지 그게 어떻다는 거야?”“노부인이 오랫동안 천도 어르신을 신뢰한다는 게 그가 충직하다는 증거 아니겠어? 아무 문제없다고!”“네놈이 함부로 지껄이면서 천도 어르신의 목숨을 앗아가려고 한다면 네놈은 대하와 섬나라 국정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게 될 거야!”“그렇게 된다면 네놈이 어떻게 책임을 질 거야?”“게다가 어쩌다 음모와 계략을 써서 네놈이 천도 어르신을 물리쳤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건 네놈의 진짜 실력이 아니야.”“네놈은 그냥 허풍이나 떨고 우쭐하는 놈에 지나지 않아! 분명해!”“날 더 이상 자극하지 마!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네놈을 죽을 수도 있다고!”하 총관이 경고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손을 흔들자 하현에게 걷어차인 십여 명의 남자들이 이를 갈며 앞으로 나왔다.이번에는 그들도 많이 각성했는지 정신이 바짝 든 얼굴들이었다.그들은 몸에 지닌 총을 만지며 안전장치를 풀었다.하현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난들 총 앞에서는 당당할 수 없을 거라고 그들은 생각했다.십여 명이 든 총구가 일제히 하현을 향해 입을 벌리고 있었고 천도는 어느새 오만방자한 눈빛으로 돌아와 사납게 웃어젖혔다.“하현, 넌 매우 센 놈이야. 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늘 넌 여기서 죽을 운명인 것 같군!”“항성과 도성에서는 노부인이 날 비호해 주고 있지. 누가 날 건드릴
천도가 죽었다!천도의 얼굴에는 충격과 분노, 원망이 버무려진 복잡한 심경이 그대로 드러났다.그는 이렇게 오랫동안 신분을 숨기고 그 기나긴 세월 동안 치밀하게 계획했던 일이 하현의 손에 속절없이 당할 줄은 정말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하 총관이 이미 노부인의 이름을 거론하며 누차 경고까지 했다.그래서 천도는 감히 하현이 자신을 어떻게 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하현은 그 누구의 말도 아랑곳하지 않고 뜻대로 해 버렸다.누가 이런 광경을 상상할 수 있었겠는가?“섬나라에선 네놈을 절대 가만히 두지 않을 거야!”“이 자를 죽이지 않으면 필시 섬나라가 망하게 될 거야!”칼날이 가득 박힌 듯한 그의 눈동자에 분노의 빛이 스쳐 지나갔다.울분과 분노뿐만 아니라 나라를 위한 깊은 걱정까지 담겨 있었다.그러다 천도는 마지막 숨을 들이쉬며 고개를 떨구었다.하 총관 곁에서 숨을 거둔 것이다.시간이 멈춘 듯 깊은 정적이 흘렀다.천도...전설 속에 존재하던 항도 하 씨 가문 최고 고수.오랫동안 항도 하 씨 가문에서 신분을 속이고 잠복해 있던 신당류의 종주.일대의 전신!시대의 검객!천도가 이렇게 패하다니!?이대로 죽다니!?게다가 하현의 발에 목이 밟혀 굴욕적인 최후를 맞이하다니!하 총관 일행들은 모두 넋이 나간 듯 멍하니 서 있었다.그들은 자신들의 경고에도 하현이 아랑곳하지 않고 이런 충격적인 결말을 만들어 낼 줄은 몰랐다.도대체 하현의 이런 배짱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하수진마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린 채 말이 없었다.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그녀의 머릿속은 말할 수 없이 복잡해졌다.하현이 천도를 죽였다는 건 노부인과 완전히 척을 지겠다는 의미다.“죽여!”“저놈을 죽이고 천도 어르신의 원수를 갚아라!”하 총관 일행은 너 나 할 것 없이 분노를 씹어 먹은 사람처럼 으르렁거렸다.“어서 쏴! 갈기갈기 찢어 버려!”눈앞에서 한바탕 격전이 벌어질 판이었다.만약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