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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38장

하현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당신 같은 사람을 상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당신 뒤에 퇴로가 있는지 없는지부터 살펴야겠지.”

“왜냐하면 당신은 스스로가 철저히 고립되었다는 걸 알아야 입을 열 사람이니까.”

하현의 말에 텐푸 쥬시로는 눈동자를 설핏 움츠렸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당최 모르겠군.”

“아무 의미 없는 말이야.”

하현이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난 단지 당신한테 말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뿐이야.”

“오늘 아침에 내가 사람을 한 명 죽였거든.”

“그 사람 이름이 천도라고 하더군.”

천도라는 두 글자가 하현의 입에서 나오자 텐푸 쥬시로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는 발이 묶인 상태였기 때문에 순간 몸이 튕겨졌다.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텐푸 쥬시로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다른 사람이 알려줬더라면 절대 믿지 않았을 거야.”

“하지만 당신이 그렇다고 하니 난 믿을 수밖에 없어.”

“그런데 스승님의 신분이 어떻게 노출되었지?”

하현은 무덤덤한 얼굴로 말했다.

“날 이길 수 없어. 바람을 맞받아치는 기술을 보였으니 자연스럽게 노출된 거지.”

텐푸 쥬시로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스승님은 20년 넘게 항도 하 씨 가문에 잠복해 있었어. 그동안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칼솜씨를 연마했어.”

“그런데 지금 보니 스승님은 결국 성공을 하지 못했군그래.”

“스승님이 이미 돌아가셨으니 지금 밖에선 날 죽이려는 사람이 아주 득실득실하겠군, 안 그래?”

하현이 옅은 미소를 보이며 입을 열었다.

“왜 사람들은 당신을 구하려고 하지 않지?”

텐푸 쥬시로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스승님이 계셨다면 아마 난 사람들에게 가치가 있는 존재였겠지.”

“그러나 스승님은 정체가 탄로 난 채 돌아가셨어.”

“그러니 내가 이곳에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난 그들의 가장 큰 장애물이 된 거야.”

“날 죽이는 게 여러모로 간단하겠지.”

“내가 죽어 버리면 많은 일들이 그냥 미궁에 빠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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