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훈, 눈 좀 떠 봐!”“민지훈, 네가 죽으면 내 복수는 어떡하라고.”“정신 좀 차려보라고!”병원으로 옮기는 동안 조연아는 민지훈의 이름을 부르고 또 불렀다.다시 돌아온 뒤로 어떻게든 그와 선을 그으려 했었고 지금까지 받았던 상처를 그대로 갚아주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죽길 바란 건 아니었다.‘이렇게 죽어버리는 건... 너무 큰 벌이잖아...’목이 쉬어버릴 정도로 이름을 외치고 또 외쳐보아도 굳게 감긴 민지훈의 눈은 다시 떠지지 않았다.어느새 붕대를 흥건히 적신 핏방울이 조연아의 손가락을 타고 바닥으로 끝없이 떨어졌다....병원에 도착했을 때는 벌써 20분 뒤.“응급환자입니다!”구조대원들의 목소리에 다급하게 달려나온 사람들 중 한 명이 들것이 누운 민지훈을 발견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의사 가운을 입지 않은 것을 보아하니 현장을 지원나온 주민들인 듯 싶었다.“민지훈 대표님?”“출혈이 심합니다. 어서 수술실로 옮겨요!”남자의 지휘에 따라 민지훈이 수술실로 옮겨지고 그제야 조연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리고 잠시 후 다시 돌아온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조연아... 대표님 맞으시죠?”그제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확인한 조연아의 눈이 커다래졌다.온몸이 흠뻑 젖은 남자는 그 모습이 꽤 초췌하긴 했지만 분명히 그녀가 애타게 찾던 하지석 팀장이었다.“하지석 팀장님?”“팀장은 무슨. 이젠 그저 선생일 뿐입니다. 괜찮으시다면... 아저씨라고 부르세요.”“아...”그리고 역시 비 맞은 생쥐꼴인 조연아를 발견한 하지석이 다급하게 말했다.“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하고 일단 임시 대피구역으로 가시죠. 거기서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으시고요. 그렇게 계속 있으면 감기 걸립니다.”“고맙습니다, 팀장... 아니, 아저씨.”감사 인사를 전한 그녀는 하지석의 뒤를 따라 병원 옆의 체육관으로 향했다.“자, 새 옷이니까 입어요.”하지석이 건넨 트레이닝복을 받아든 조연아가 돌아서려는 그를 붙잡았다.“아저씨.”“네. 또 뭐
사람들의 귓속말을 들은 조연아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하긴. 나랑 민지훈이 동시에 나타났으니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이미 SNS엔 사진도 잔뜩 올랐겠다...’어떻게든 사람들의 눈을 피하며 병원 쪽으로 향하려던 그때, 그녀의 불안한 예감이 괜한 기우가 아니었음을 말해 주듯 수많은 기자들이 그녀를 향해 몰려들었다.“조연아 대표님, 매화마을에는 무슨 이유로 오신 거죠? 공무 때문에 오신 건가요?”“민하그룹 민지훈 대표님도 현지 병원에 입원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실인가요?”“민지훈 대표님과 함께 여기로 오신 건가요?”그녀와 민지훈의 관계에 대해 묻는 묘한 질문들...지긋지긋했지만 우연이든 아니든 두 사람이 이 작은 마을에 동시에 나타났다는 사실이 기자들의 귀에 들어간 이상 그녀가 제대로 된 해명을 하기 전까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수많은 카메라를 앞에 선 조연아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민지훈 대표님의 부상 여부는 병원 측에 물으시는 게 맞겠죠. 이제 아무 사이도 아닌 저한테 묻는 게 아니라요.”민지훈과의 관계에 선을 그은 조연아가 말을 이어갔다.“그리고 여러분들이 정말 참된 언론인이라면 지금 자연재해에 큰 피해를 입은 매화마을의 상황에 대해 보도하는 것이 먼저 아닙니까?”조연아의 날카로운 질문에 기자들이 당황하기 시작했고 옆에서 구경하던 주민들 역시 질타를 퍼부었다.“그러니까. 연예인도 아니고 일반인한테 너무 한 거 아니야?”“국민들 알 권리라는 명의로 개인 사생활 캐니까 재밌냐!”“지금 엉망이 된 마을 꼴은 안 보여?”...단호한 조연아의 태도를 보아하니 그녀의 입에서 뭔가 알아내는 건 어려울 듯한데다 주위의 대중들의 불만까지 쏟아지니 기자들도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했다.기자들이 흩어지니 그제야 조연아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팔과 다리의 상처들은 여전히 욱신거리고 담아두었던 피곤함이 다시 몰려드는 듯했다.이때 기자들을 발견하고 달려왔던 하지석이 조연아에게 물었다.“괜찮으시죠? 소문이
“저를요?”이런 이유일 거라곤 생각지 못했던 하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아저씨, 제 삼촌과 현 재무팀 유 팀장이 회사 공금을 횡령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저씨가 그룹을 떠나계셨던 동안 회사는 수많은 시련을 겪었습니다. 제가 횡령자금 중 일부를 다시 되찾긴 했지만... 재무팀 팀장 자리를 이렇게 비워둘 순 없는 노릇이니까요.”똑똑한 하지석은 그녀의 의도를 바로 눈치채곤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저기... 대표님. 전 다신 회사로 돌아가지 않을 겁니다. 이 마을에서 수학 선생으로 사는 삶이 훨씬 더 행복하니까요.”“압니다. 이곳에서 아저씨께서 더 행복하게 사실 거라는 거, 압니다. 그래도 염치없이 이렇게 부탁드리겠습니다. 스타엔터는 아저씨가 필요합니다.”그녀의 진심어린 말에 하지석은 고민에 잠긴 듯 침묵을 유지했다.‘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설득할 수 있을까?’입술을 꽉 깨물던 조연아가 먼저 침묵을 깨트렸다.“만약 엄마가... 자살로 돌아가신 게 아니라면... 누군가의 음모로 돌아가신 거라면... 절 도와줄 수 있으시겠어요?”말을 마친 조연아가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이에 하지석의 눈이 휘둥그레졌다.급격하게 흔들리는 그의 눈에 놀라움과 분노의 감정이 빠르게 스쳐지났다.“뭐, 뭐라고 했어요? 지금? 설마... 뭘 알아내기라도 한 겁니까?”“엄마의 정기검진 보고서를 확인했어요. 엄마는 우울증을 비롯한 그 어떤 정신적 질환도 없으셨어요. 그런데... 엄마의 사망 이유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인한 자살이라고 했죠. 아저씨도 확인하셨게지만요.”“내 생각이... 내 추측이 맞았어...”하지석이 중얼거렸다.“아저씨도... 뭔가 의심하고 계셨던 거예요?”“네.”하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오랫동안 회장님 곁을 지켰지만 우울한 기색은 전혀 없었습니다. 스타엔터를 더 큰 회사로 키우길 바라셨고 향후 몇 년 동안의 계획도 세워두셨습니다. 그리고 돌아가시던 그날, 저와 점심 식사도 같이 하셨던걸요. 그리고 저녁엔 여동생과 함께 약속도 잡아뒀
의사의 말에 조연아는 당황한 얼굴로 입만 벙긋거릴 뿐이었다.“고맙습니다.”눈치껏 대신 인사를 한 하지석 덕분에 분위기가 조금이나마 풀리고 의사가 떠난 뒤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먼저 수술비부터 계산하고 오겠습니다.”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던 조연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질문했다.“아저씨, 언제쯤이면 마을을 떠날 수 있을까요?”“공항은 피해가 별로 크진 않지만 그래도 1주일 정도는 걸릴 겁니다.”“민지훈 대표도 얼마 전에 수술을 마쳤으니 약 1주일 정도는 회복기가 필요할 거예요. 공항이 정상으로 회복되면 바로 민지훈 대표와 함께 임천시로 돌아가죠.”‘그럼 정말 끝이야... 이젠 더 이상 문지훈과 엮이지 않는 거야.’“알겠습니다.”고개를 끄덕인 조연아는 천천히 민지훈이 있는 508호 병실로 향했다.조용한 병원 복도에서 그녀의 발걸음 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왔다.병실 문을 여니 여전히 창백한 안색의 민지훈이 눈에 들어왔다.그리고 급류속에서 떨어지는 광고판을 막아내고 그녀를 품에 꼭 안던 그 모습이 다시 펼쳐졌다.“이게 뭐야... 속죄라도 하려는 거야?”씁쓸한 미소와 함께 중얼거리던 조연아가 돌아섰다.하지만, 조금은 차가운 손이 그녀를 덥석 붙잡았다.“속죄도 사랑 중 하나인가? 그렇다면 인정.”남자의 목소리를 들은 조연아는 멈칫하다 어떻게든 그 손길에서 벗어나려 버둥댔다.“자는 척하고 있었던 거야?”“아니. 그냥 방금 깼어.”“그럼 푹 쉬어.”조연아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던 그때, 민지훈이 다시 물었다.“내가 그렇게 싫어?”피곤함이 담긴 목소리가 조연아의 가슴을 울렸다.“아니. 싫은 것도 감정이야. 난 더 이상 당신한테 아무 감정도 없어.”...병실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너무나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천하의 민지훈이 느낀 감정은 우습게도 두려움이었다.그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조연아를 잃었다고 생각했던 그날과 마찬가지로.“나한테 한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될까?”‘다른 건 다 필요 없어
과거에 그녀도 이런 아픔을 겪었을까?이런 생각을 하니 민지훈은 저도 모르게 가슴 한구석이 쓰리게 아팠다.아무리 그녀가 지금은 그를 거부해도 다시 그녀의 마음을 돌리고 싶은 그의 결심을 막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칼을 들고 그의 심장을 겨눈다고 해도, 총으로 머리를 겨눈다고 해도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그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해명하듯 말했다.“내가 한 번도 허락한 적 없는데 그 여자가 어떻게 내 약혼녀야?”“그건 민지훈 씨 개인 사정이고, 내 알 바는 아니야. 아직도 우리 관계에 대해 의문이 남았다면 이혼서류 꺼내서 한번 자세히 훑어봐. 현실을 직시하란 얘기야. 우리 이혼한지 벌써 일년이야.”쿨럭!민지훈이 갑자기 거세게 기침했다.조연아는 그제야 스트레스는 그의 병증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던 의사의 말을 떠올렸다.‘내가 한 말이 그렇게 충격이었나?’이어지는 시간 동안 그의 기침은 멈추지 않았다.“괜찮아?”그녀는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물었다.“날 걱정해 주는 거야?”그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쨌든 내 목숨 구해준 사람이니까.”조연아는 자신이 그를 걱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오늘 그에게 큰 도움을 받았고 빚지기 싫은 마음이 작용한 거라고 단언했다.“고작 그게 다야?”그는 피식 웃더니 그녀의 손목을 꽉 잡았다. 그녀가 몸서리를 치며 뿌리치려 했지만 그는 놓지 않았다.“말은 그렇게 해도 속은 엄청 걱정하고 있지?”겉으로는 심드렁한 척 하고 있지만 맑고 투명한 그녀의 눈빛은 오로지 그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물론 전처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은 아니었지만 미세한 감정의 동요를 민지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파고들 수 있는 조그마한 틈새라도 있다는 것이 그에게는 큰 위안이 되었다.조연아가 화들짝 놀라며 불쾌한 어투로 말했다.“민지훈, 당신 미쳤어? 이거 놔! 사람 말하면 좀 들으라고!”다친 사람이 맞는 건지 힘은 왜 이렇게 센 건지, 모든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그는 손에 더 힘을
민지훈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당신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조연아는 미쳐버릴 것 같았다.“이거 순 양아치 아니야?”“맞아.”그는 대놓고 고개를 끄덕였다.그녀만 돌아온다면 양아치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민지훈, 의료비는 전액 내가 부담할게. 하지만 그 이상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말을 마친 그녀는 씩씩거리며 그의 가슴을 힘껏 밀치고 손아귀를 벗어났다.타박상 정도지만 경미한 부상은 절대 아니었다. 봉합수술까지 한 자리를 그녀가 힘 주어 밀치자 그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인상을 확 찌푸렸다.그 모습을 보고 놀란 조민아는 저도 모르게 뒤로 뒷걸음질쳤다.“아픈 척 연기 그만해. 이번에는 절대 안 믿어!”조금 전에 기침한다고 걱정돼서 다가갔다가 그의 손아귀에 잡혔는데 똑 같은 수에 또 당할 수는 없었다.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매몰차게 뒤돌아섰다.민지훈은 뒤쫓아가고 싶었지만 몸이 말을 들어주지 않자 멍하니 떠나는 그녀의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창백한 얼굴에 저절로 씁쓸한 미소가 지어졌다.“연아는 이제… 더 이상 내가 필요하지 않나 보구나.”문을 닫고 밖으로 나온 조연아는 엘리베이터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간호사 데스크를 지날 때, 그녀는 걸음을 멈추었다. 조금 전에 밀쳤던 게 괜히 신경 쓰였기 때문이었다.“508호 환자분, 상처 좀 봐주시겠어요?”간호사는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508호에 VIP가 입원해 있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기에 간호사는 신속히 고개를 끄덕였다.“네, 걱정 마세요. 지금 바로 갈게요.”말을 마친 간호사가 민지훈의 병실로 달려갔다.간호사가 병실에 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조연아는 시름 놓고 엘리베이터에 탔다.아래층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지석이 그녀를 보자 서류봉투를 내밀며 말했다.“민지훈 진단서야. 비용은 내가 다 결제했고 의료진에 각별히 신경 쓰라고 언질을 주었으니 이제 걱정 안 해도 돼.”“감사해요, 아저씨. 임천에 돌아가서 입금해 드릴게요.”그녀의 모든 소지품은 호
안에서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하석진의 분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하태윤, 내가 샤워 끝나면 옷을 입고 있으라고 했지? 몇 번을 말해야 고칠 거야?”“아… 아빠! 아파, 아프다고! 그만 때려!”하태윤?조연아는 벌거벗은 남자를 보고 당황해서 급히 시선을 돌리느라 남자의 얼굴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하태윤 씨가 아저씨 아들이었어?’조연아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안에서 우당탕 소리와 함께 하태윤의 비명 소리가 또 들려왔다.연예계에 샛별처럼 나타난 인기 배우가 집에서 아버지에게 등짝을 맞는 모습이라니!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광경이었다.“아빠, 이것도 가정폭력이야! 아빠가 여자를 집으로 데리고 올 줄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아빠 언제 애인 생겼어?”하태윤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애인? 이놈이 못하는 소리가 없어! 너 오늘 제대로 걸렸어!”오히려 당황한 조연아가 다급히 문을 두드리며 하석진을 말렸다.“아저씨, 그만하면 됐어요. 그러다가 얼굴이라도 다치면 큰일이에요.”“괜찮아. 이 녀석은 원래 얼굴이 두꺼워서 티도 안 나!”그 말을 들은 조연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곧이어 집안이 잠잠해지더니 문이 열렸다.어느새 옷을 껴입은 하태윤이 잔뜩 기죽은 얼굴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조연아 씨?”그녀를 알아본 하태윤이 놀란 얼굴을 하고 그녀에게 물었다.“호텔에서 구조팀 기다리는 거 아니었어요? 왜 여기 있어요?”하지석이 미심쩍은 얼굴로 아들을 노려보며 물었다.“둘이 아는 사이야?”“호텔에 있을 때 태윤 씨한테 도움을 받았어요.”하석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랬구나.”말을 마친 그는 소파에 있는 아들을 째려보며 말했다.“오늘은 이만 넘어가지만 앞으로 조심해!”“아빠, 나 이래봬도 인기 배우야. 팬들은 내 얼굴만 보면 열광하는데 앞으로 얼굴을 치는 건 좀 자제해 줘.”말을 마친 하태윤은 다급히 거울을 찾아 다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폈다.“괜찮아. 배우 못해도 넌 워낙 얼굴이 두꺼워서 어디 가
그러자 하태윤이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앞에 수저를 놓아주었다.“자, 드세요.”식탁에 마주앉은 하지석이 말했다.“이따가 난 병원에 가볼 거야. 그쪽에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많거든. 태윤이 넌 돌아온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니까 집에서 푹 쉬어. 연아 혼자 집에 있는 건 너무 걱정되니까 네가 잘 챙겨주고.”그 말을 들은 하태윤이 불만을 토로했다.“그건 집에서 쉬라는 게 아니라 집에서 보디가드를 하라는 뜻 아니야? 아빠는 왜 나만 갖고 그래?”“사내 녀석이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아? 팬들도 너 이렇게 이기적인 거 아나 몰라.”하석진은 한심하다는 듯이 아들을 바라보며 핀잔을 주었다.순식간에 할 말이 없어진 하태윤은 부루퉁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알았어. 까짓 거 보디가드, 하지 뭐.”그러는 사이, 하지석의 핸드폰이 갑자기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한 하지석은 재빨리 전화를 받았다.“네, 원장님.”수화기 너머로 병원 원장의 초조한 목소리가 전해졌다.“하 선생, 민지훈 씨 상처가 또 벌어졌는데 치료에 협조를 해주지 않아서 정말 미치겠어!”하지석은 조심스럽게 조연아의 눈치를 살폈다.“하 선생, 듣고 있어? 하 선생?”그가 답이 없자 원장이 답답하다는 듯이 재촉했다.민지훈이 어떤 인물인가.이곳에 왔다는 이유 만으로 온갖 화젯거리를 생성해내고 있는데 그에게 뭔가 문제가 생긴다면 병원은 그 막중한 책임을 감당할 수 없었다.“네, 듣고 있어요. 원장님.”하지석이 난감한 얼굴을 하고 대답했다.“조연아 씨한테 연락 좀 해줄 수 있어? 지금 우리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은 조연아 씨뿐이야.”그 말을 끝으로 당황한 원장의 목소리가 전해졌다.“아이고 민 대표님… 병실에서 쉬지 않고 왜 나오셨어요?”“핸드폰 이리 주세요.”민지훈의 허스키한 목소리도 들려왔다. 환자복을 입고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에 원장은 순순히 핸드폰을 그에게 건넸다.수화기 너머로 민지훈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전해졌다.“조연아, 난 당신 말만 들을 거야.”단호하고 확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