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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7화

“넌 잘못한 거 없으니까.”

조연아가 무덤덤하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머릿속에 추현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조학찬이 바람을 피운 것도 괘씸하고 상간녀인 백장미도 죽을 만큼 밉지만 하율이는 미워하지 말라고. 그 아이가 두 사람의 아이로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게 아니지 않냐고. 부모의 잘못 때문에 그 아이까지 비난받는 건 너무 잔인한 일이라고 말이다.

“언니... 고마워. 솔직히 난... 언니가 당연히 날 싫어할 거라 생각했어. 나름 철이 들고 나선 오빠랑 언니 앞에 최대한 나타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언니가 날 미워하지 않는다고 하니까... 너무 기뻐.”

진심으로 기쁜지 하율은 아이처럼 환하게 웃어보였다.

“그래서 무슨 일인데?”

“아... 엄마가 언니랑 오빠한테 했던 짓에 대해선 나도 들었어. 증거도 확실하고... 나도 염치는 있으니 엄마를 용서해 달라곤 하진 않을게. 하지만... 아빠는 제발 좀 만나줘. 그날 이후로 많이 편찮으셨어. 그리고... 꼭 언니를 만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더라.”

“난 그 사람 만나고 싶지 않아.”

조연아의 대답은 명료했다.

“알아. 아빠가 언니한테 얼마나 큰 상처를 줬는지. 하지만... 싫어도 언니 아빠잖아. 그러니까 내 부탁 한 번만 들어줘.”

하율이 애원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조인주업 지분도 전부 오빠한테 넘길게. 응? 그러니까...”

“뭐?”

생각지 못한 말에 조연아의 눈이 커다래졌다.

“내가 무슨 염치로 그 지분을 가지고 있겠어. 난 전부 다 포기할 수 있어. 그러니까 날 봐서라도 제발 아빠 좀 만나줘.”

“조인주업 지분을 포기하겠다고?”

그 욕심쟁이 남녀 사이에서 어떻게 이런 물욕없는 자식이 나왔을까?

하율은 진심어린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저 이복동생의 존재만 알고 있을 뿐, 실제로 만나 대화를 나눠본 적은 손에 꼽을 정도였기에 조연아는 의심이 앞섰다.

“네 말을 내가 어떻게 믿고.”

“약속할게. 지금 당장 양도계약서를 작성하라고 하면 할 수 있어. 진심이야.”

“네가 지금 한 말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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