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건우의 표정이 변했다. 역시 해골이었다.임건우는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옛날에 불사족이 영산성을 침공했을 때, 연맹의 삼천 명 결사대가 전사하고 정미현도 전사했어. 그리고 그 불사족은 이곳을 점령했을 게 분명했어. 그럼 지금 이곳이 불사족의 소굴인 건가?’임건우는 고양이가 보여준 기억을 떠올렸다. 바다처럼 밀려오는 불사족 대군의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강력함과 어마어마한 숫자였다.‘만약 영산 비밀의 경지 통로가 열리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임건우는 상상조차 하기 두려웠다. 그건 분명 대재앙이 될 것이다.“건우 씨, 건우 씨, 제발 부탁합니다!”자신의 선생님을 걱정하는 한 여제자가 임건우한테 머리를 조아리며 울부짖었다. 여제자는 임건우의 강함을 알고 있어서 도움을 청해야만 장교은한테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구원을 찾으려고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처음엔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임건우 일행이 다른 길을 통해 비밀의 경지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테니, 이곳에서 정말로 임건우를 찾게 될 줄은 몰랐다.임건우는 머리를 조아리는 여제자를 일으켰다. 이마는 이미 상처투성이였다.“길을 기억하세요? 길을 안내해 주세요. 제가 선생님을 구하러 갈게요!”“나머지 셋은 이 성에서 쉬세요. 고연정은 앞집에 있어요.”머리를 조아리던 여제자는 몸에 상처가 있어 스스로 갈 수 없었다. 돌아가는 동안 백화곡의 장문인과 제자들은 모두 죽을 수도 있었다. 임건우는 여제자를 안고 번뢰각을 발동했다.번뢰각이라는 이름은 임건우가 스스로 지은 이름으로, 꽤 적절한 이름이었다.지상에서 달릴 때 번뢰각의 속도는 어검비행보다 훨씬 빨랐다.특히 사람을 안고 있을 때 더 그렇다. 물론 이는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었다. 임건우는 아직 어검비행에 익숙하지 않기도 했고, 수련이 부족하기도 했다. 앞으로 수련이 깊어지면 어검비행은 번뢰각을 넘어설 것이다.“야옹!”고양이가 갑자기 측면에서 나타났다. 원래는 작았던 모습
“장문, 전 죽는 게 두렵지 않아요. 장문이야말로 백화곡의 중심입니다. 백화곡은 저희 없이도 존재할 수 있지만, 장문 없이는 안 돼요. 제가 선봉에 서겠습니다. 모두 저를 따르고, 장문을 보호하세요!”이 말을 한 사람은 스무 살 남짓한 여인이었다. 여인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마치자마자 앞장서서 해골 군대의 포위망으로 뛰어들었다.“죽여라!”“이 괴물들을 죽여라, 하나를 죽이면 본전, 두 개를 죽이면 이득이다!”“장문, 다음 생에 다시 뵙겠습니다!”“아!”전투가 순식간에 시작되었고, 수많은 해골 군대가 몇 사람을 순식간에 휩쓸었다.“야옹!”바로 그때, 머리 위에서 고양이의 포효가 들려왔다.“선생님, 버텨주세요. 제가 건우씨를 데리고 구하러 왔습니다!”“아, 민영이다! 민영이 돌아왔다!”“모두 버텨! 우리도 살아남을 수 있어. 아직 희망이 있다. 장문을 보호해!”“쾅!”고양이는 착지하여 해골 무리 가운데 떨어지자마자 많은 해골을 밟아 죽였고, 강력한 충격으로 땅에 큰 구멍이 생겼다.임건우는 박민영한테 고양이 갑옷을 붙잡게 하고, 자신은 재빠르게 뛰어내려 저장 주머니에서 백골 채찍을 꺼냈다.“퍽!”“퍽퍽, 퍽퍽퍽!”백골 채찍이 해골 군대 사이에서 폭발음과 함께 울렸다.백골 채찍은 임건우와 맞지 않았지만, 해골 괴물들의 주의를 끌만했다. 곧 검은 물결 같은 해골 괴물들이 백화곡 사람들을 버리고 임건우한테로 몰려들었다.“대범천파라지!”“용상반야권!”“우르르, 우르르...”수많은 해골 군대가 장교은의 곁을 지나쳐 갔다. 백화곡 사람들은 돌격하는 동안 또 한 명의 동료가 영원히 쓰러졌다. 가장 앞장섰던 여인이었다.이 여인은 죽었다.하지만 얼굴에는 미소가 남아 있었다.죽기 전에 희망을 봤고 하늘에서 내려온 구원군을 봐서였다.“장문, 일곱째 사매가... 갔습니다!”“흑흑...”전투 중 한 사람이 던져졌는데, 고양이 등에 있던 박민영이었다. 임건우가 던진 거였다. 고양이 등 위에서도 안전하지 않았고, 박민영은 제대로 붙잡을 수 없
임건우는 그 말을 듣고는 눈썹을 살짝 치켜들었다. ‘이 늙은이가 이번에는 제대로 판단했네’임건우는 얼굴에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장문께서 너무 겸손하세요. 여기는 대화할 장소가 아니니, 먼저 성으로 돌아가요.”장교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이 상황에서 누가 여기 더 머물고 싶겠는가? 다만, 올 때는 빨랐지만 돌아갈 때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고양이도 그렇게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태울 수는 없었고, 또고양이가 아무나 태우려고 하지도 않았다.그렇게 해서 영산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다음 날 황혼이었다. 백화곡 여인들은 서로 만나자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다.“장문, 이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한 달도 안 돼 나갈 수 있어요?”임건우는 상처를 싸매고 있는 장교은한테 물었다.장교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나갈 수 있어요.”임건우는 다시 물었다.“다른 방법은 없어요?”장교은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아마 없을 거에요. 있다 해도 전 몰라요.”임건우는 고양이를 바라보며, 빨리 이곳을 떠나는 방법을 가르쳐주길 바랐다. 아니면 여기서 한 달 동안 머무는 건 불사 군단의 위협을 차치하고서라도, 멍하니 있는 것만으로도 매우 답답할 것이다....영산 비밀의 경지 시간은 바깥 시간이랑 일치하는 것 같았다.해가 지고 달이 올랐다.오늘 밤 달은 유난히 둥글고 약간 붉은 기운을 띠고 있었다.임건우는 성의 가장 높은 건물 옥상에 앉아 있었다. 적어도 백 미터 높이였고, 다리는 허공에 매달려 있었으며 손만 뻗으면 하늘의 달을 딸 수 있을 것 같았다.“이월아, 너 그 전장에 가본 적 있니?”이월이는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 맨발에 두 개의 하얀 다리가 드러난 상태였다. 이월은 말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임건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어느 전장을 말하는 거니? 아, 동해 삼국 결계 쪽 전장을 말하는 거야? 가본 적 있어.”“거긴 어떤 곳이야?”“난 가장 외곽 기지까지만 가봤어. 나도 밖에 나가서 구경하고 싶었지만, 아빠가 날 꽉 붙
이월에 대한 고정관념이 크게 바뀌었을 뿐이었다. 이월은 마도 수련자이지만, 큰 문제에는 가치관이 매우 올 바랐고, 더 나아가 애국심도 있었다.“이렇게 큰일을 연호 일반 민중은 전혀 모르는 거야?”“비밀 유지령 때문이야. 이런 일 퍼지면 일반 민중이 알게 되어 공포를 일으키고 사회 혼란을 초래하며, 사람들은 삶에서 행복감을 잃게 할 거야. 생각해봐, 그런 생물들과 싸우는 데에 일반인은 아무 쓸모가 없어. 총으로도 죽일 수 없고, 오직 수련자들과 고급 전투 능력을 갖춘 능력자들만 의지할 수 있어.”“중장비도 소용없어?”“듣자 하니, 중장비는 큰 문제가 있다고 해. 삼국 결계 내에는 많은 제한이 있어서, 아빠 말로는 그게 천지의 규칙을 이용한 것이라 중장비를 사용하면 큰 위험이 따르고, 결계를 완전히 파괴해 버리면 정말 끝장난다고 해.”여기까지 말하고 이월은 한숨을 쉬었다.“지금 전선의 상황이 긴박해서, 내 숙모도 크게 부상을 입었어. 저 요수들이 결계 밖으로 나올지 누가 알겠어? 그래서, 건우야 네가 마음 준비를 해야 해. 결계 입구를 지키지 못하거나 전국의 힘을 동원해야 하는 상황이 오면, 그때는 정보를 공개할 거야.”임건우 얼굴이 무거워졌다.최근 연호국의 국력이 점점 강해지고, 국제무대에서의 발언권도 커지고 있었는데, 그런 알 발생하면 제일 먼저 피해를 보는 곳이 연호일 것이다. 다른 나라의 지원을 기대하는 것은 상상에 불과하다. 많은 나라가 연호가 쇠퇴하고 심지어 분열되기를 바란다. 그런 나라가 백 개는 아니더라도 여든 개는 될 것이다.처음에 임건우는 이월한테 삼국 결계의 전장에 해골 군대가 있는지 물어보려 했던 이유는 고양이가 보여준 기억 속의 영상을 통해 당시의 영산성과 다른 곳들이 불사족과의 전투로 위기에 빠지고, 성이 무너지고 사람들이 죽어갔다는 걸 봐서였다.임건우는 결계 전장의 적들이 불사족일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이월의 정보에 따르면 불사족이 아니라 대량의 요수들이었다....그 후 한동안은 비교적 한가로웠다. 임건우, 이월
“헐, 이 보물창고도 엄청 크네?”임건우는 안을 들여다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보물창고라기보다는 창고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전체 면적은 축구장만큼이나 컸고, 다양한 물자가 안에 쌓여 있었다. 가장 많은 건 검은색과 흰색 무늬가 있는 돌이었는데, 손에 쥐면 엄청 무거웠다. 그러나 이 돌에는 영기가 없어서 용도가 뭔지 알 수 없었다.그리고 다양한 무기도 있었다. 아쉽게도 너무 오래되어 많은 무기가 녹슬고 부식되어 사용할 수 없었다. 구석에 쌓인 몇몇 상자들은 곰팡이 냄새만 남아 있고 텅 비어 있었다. 임건우는 이 상자들이 원래는 영약을 보관하던 것임을 판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약재라는 건 따면 보관 기간이 정해져 있어서, 특별한 용기에 담지 않는 한 수백 년, 수천 년 동안 썩지 않는 약재는 없다.임건우는 고양이를 한 번 쳐다보았다. 고양이는 온몸에서 슬픔의 기운을 발산하고 있었다.“여기가 영산성의 창고인가?”“네 주인이 살아있을 때는 자주 오던 곳이었겠지?”임건우가 물었다. 고양이는 말을 할 수 없었지만, 임건우는 이해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수천 년을 살아온 고양이 요괴의 머릿속에는 고대의 지혜가 가득했다.임건우는 여기서 한 바퀴를 돌면서 완전히 빈손으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하나의 저장 가방과 두 개의 영무기를 발견했다. 저장 가방의 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약 5세제곱미터 정도였고, 그 안에는 임건우를기쁘게 만드는 게 가득 차 있었다. 그건 바로 영석이었다. 영석은 수련자들이 수련에 사용하는 매우 귀중한 자원이었다. 지금 지구 환경과 채굴된 정도를 고려할 때, 영석은 사실상 자취를 감췄다. 이 영석들은 큰 도움이 될 수 있었다.또한 임건우는 두 개의 영무기를 발견했다. 하나는 긴 창이고, 다른 하나는 도끼였다.임건우는 이 둘을 모두 챙겼다.그 외에도 임건우는 영산패가 가득 든 짐 가방을 발견했다. 수량을 보니 적어도 만 개는 됐다.이로써 임건우는 영산패가 전혀 값어치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드디어 한 달의
“새아빠도 아빠 없는 것보다는 낫지!”“안 돼, 난 동의할 수 없어.”임건우는 화가 치밀었다. 이미 상당히 조심해서 이월이가 정말 임신했을지 확신할 수없었다.“항의는 소용없어.”“한번 해봐, 그러면...”“어떻게 할 건데?”“내 바지에 묶어둘 거야.”임건우는 이월을 꽉 껴안고 거칠게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멈추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였다. 마지막 전투는 영산성에 대한 최고의 기념이 될 것이다.나가는 전송문은 들어오는 전송문과 다른 위치에 있었다. 이 두 전송문은 모두 단방향이어서 나가는 전송문이 열리지 않으면 임건우 일행은 나갈 수 없었다.“슈욱!”밖으로 나왔을 때, 여전히 이전의 나뭇가지 위에 있었다. 임건우과 이월, 그리고 고양이도 함께 나왔다. 백화곡의 사람들이 모두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백화곡은 들어갈 때 열여덟 명이었는데, 나올 때는 열한 명만 남았다. 일곱 명이 죽은 것이다. 이 소식을 들은 모두는 슬픈 표정을 지었다. 더구나 백화곡은 아무런 성과도 없이 돌아왔으니, 그 일곱 명의 죽음은 헛된 것이었다.“건우 씨!”장교은은 임건우가 나오자 다가가며 상자를 하나 내밀었다. “이건 전에 약속했던 진판이에요. 일부 손상이 있지만, 건우 씨한테 도움이 되길 바라요.”이 진판은 백화곡 사람들이 가져온 것이었다.“고마워요.”“건우 씨, 겸손해하지 마세요. 본 파의 일곱 제자가 영산 비밀의 경지에서 영원히 남게 되었으니, 이제 백화곡으로 돌아가 후사를 처리해야 합니다. 그러니 이만 헤어지겠습니다.”정교은은 문득 무언가 떠오른 듯 말했다. “아, 건우 씨, 제 제자가 말하길, 건우 씨 와이프가 백화곡에 찾아와 행방을 물었다고 하더군요...”장교은은 무심코 이월을 바라보았다. 비밀의 경지에서 임건우와 동거했던 여자가 임건우 와이프가 아니라는 사실에 놀란 듯했다.“네? 유가연은 지금 어디 있어요?”“이미 돌아갔어요.”임건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에 유가연한테 전화를 걸었을 때, 이번에 한 달이나 갈 거라고 말하지 않
임건우는 서둘러 강주의 제1 인민병원에 도착했다. 주성문은 이곳에 입원해 있었다. 우나영한테서 듣기로는 주성문은 V1510호 병실에 있었다. VIP 병실이라서 병실 번호에 V가 붙어 있었다. 이 병실은 1인실일 뿐만 아니라, 매우 호화로워서 제1 인민병원이 새로 도입한 부유층을 위한 서비스였다.“죄송하지만 애완동물은 병원에 들어올 수 없어요.”임건우 어깨에 백색 고양이가 앉아 있어서 병원 입구에서 보안요원이 막았다.“야옹!”고양이는 매우 불쾌해했다. 자신을 애완동물로 취급하는 사람한테 화가 났다. 보안요원한테 혼쭐을 내주려 했지만, 임건우가 고양이를 제지했다. “고양아, 이건 규칙이야. 규칙은 어길 수 없어. 여기서 기다리거나, 아니면...”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보안요원의 태도가 갑자기 180도 변하며, 공손하게 말했다.“존경하는 고양이 아가씨, 강주의 제1인민병원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병원의 어떤 곳이든 마음껏 들어가실 수 있습니다.”임건우는 어이가 없었다. 보안요원을 쳐다보니, 그의 눈과 표정이 평소와 다르게 고양이한테만 집중되어 있었다. ‘존경하는 고양이 아가씨라니...’완전히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너 정말 암컷 고양이야?”임건우는 고양이를 들어 올려 다리를 벌려 성별을 확인하려 했다. 고양이는 즉시 날카롭게 소리를 내며, 마치 꼬리를 밟힌 것처럼 발톱을 휘둘러 임건우 얼굴에 세 개의 생채기를 남겼다.“이런!”임건우는 고양이를 던지며 얼굴을 만져 피를 느꼈다. “성별 좀 확인하려던 건데, 피까지 보게 하다니. 이제 광견병 백신 맞아야겠어. 너한테 광견병 바이러스 있진 않겠지?”“야옹!”고양이는 강하게 항의하며, 온몸의 털을 세웠다.“알았어, 알았어. 네가 암컷이고 광견병도 없다는 거 인정할게. 이제 검사하지 않을 테니 됐지? 근데 애완 고양이는 매일 목욕해야 한다는데, 목욕시켜줄까?”“야옹, 야옹!”“싫다고? 그럼 세탁기에 넣어서 돌려도 되겠네.”“...”결국, 고양이는 다시 임건우한테 뛰어올라 옷깃 안으로
양홍미가 화난 목소리로 말했다. “뭐가 없다는 거야, 나는 둘뿐만 아니라 일곱, 여덟까지 낳아서 주씨 가문에 축구팀을 만들려는 거라고 생각해!”임건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한 번에 한 명씩 낳아야죠. 한 번에 아홉 쌍둥이를 낳을 수는 없잖아요.”양홍미가 말했다. “한 번에 낳는 건 문제가 아니야. 주성문이 찾은 건 날 위한 게 아니라 밖의 요부를 위한 거야. 아홉 쌍둥이는 사람이 낳을 수 없어도, 아홉 쌍둥이 요부는 낳을 수 있겠지.”‘아- 어쩐지 분위기가 이렇게 껄끄럽구나. 알고 보니 이런 일이 있었네.’“음, 누나, 너무 화내지 마요. 상황이 좀 이상해요. 뭔가 숨겨진 사정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임건우는 주성문을 변호해 보려고 했다.그러나 양홍미가 바로 말했다. “무슨 숨겨진 사정? 개들이랑 요부가 한 방에 모여 난리를 쳤다는데? 아무런 숨겨진 사정이 없어. 다 경찰에 잡혀갔어. 정말 창피해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가 없어. 이혼할 거야! 난 그런 남편을 두고 싶지 않아!”양홍미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화가 난 채로, 문밖으로 나갔다.임건우는 어정쩡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가기도 애매하고, 남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그러나 결국 남기로 했다.“형, 대체 무슨 일이에요? 밖에서 놀다가 잡혔다고요?”주성문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술 좀 많이 마셔서, 정신이 없었어. 아, 정말...”“근데 내가 보기에 상황이 좀 이상해요. 심각한 신장 기능 저하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려면 단순히 여자를 만나는 것만으로는 안 될 텐데요?”주성문은 말했다. “나도 의아해. 하룻밤 사이에, 누가 생각이나 했겠어...”임건우는 주성문의 맥을 짚어보았다. 문제는 임건우가 봤던 것보다 더 심각했다. 단순한 신장 기능 저하가 아니라, 기혈이 심각하게 손상된 상태였다.주성문은 지금 서른 살 초반이었지만, 몸 상태는 일흔 살 노인과 비슷했다. 현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며칠 후면 피부에 바로 드러날 것이다.“형, 솔직히 말하자면, 상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