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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7화

소지아의 얼굴은 부끄러워 거의 터지기 일보 직전이 되었다.

비록 예전에는 더 많은 스킨십을 해왔으나, 직접 바지를 푸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하필이면 현재 두 사람은 이혼한 상태였다.

도윤은 침착하게 지아를 기다렸다.

지아는 크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가다듬었고 천천히 손가락을 움직였다.

눈을 감고 바지를 휙 내린 지아는 빠르게 몸을 돌려 물 온도를 체크했다.

다시 몸을 돌리자 도윤이 이미 의자에 앉아 있는 게 보였다. 살짝 벌어진 다리, 다부진 근육, 그 어떤 여자가 시선을 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잘생긴 얼굴에 반듯한 자세의 도윤을 두고 그 어떤 생각을 하든 범죄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아야, 고마워.”

지아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여기 욕실은 전체적으로 나쁘지는 않았으나 집에서 사용하는 샤워볼은 따로 없었고, 지아는 제 손에 비누 거품을 내고 도윤의 피부에 묻혔다.

2년 동안의 휴식을 거쳐 지아의 손바닥 굳은살은 모두 사라졌고 부드럽고 매끄러웠다. 지아의 손이 도윤의 몸에 닿을 때마다 도윤의 마음속 음란 마귀가 소동을 피웠다.

자꾸만 그날 밤 보트에서 눈을 가린 지아의 모습이 떠올랐다.

비록 지아는 약기운에 그날 밤에 대한 대부분 기억을 잃었다.

현재 지아는 겉으로 보기에는 열심히 도윤을 씻기고 있었으나, 사랑했던 사람을 앞에 두고 씻기는 행동에 지아 역시 아무런 반응이 없을 수는 없었다.

손가락이 도윤의 복근에 닿자 지아는 조용히 속으로 되뇌었다.

‘이건 빨래판이다. 아주 큰 빨래판일 뿐이야.’

남자의 팔은 또 아주 튼튼했다. 수트를 입을 땐 똑 떨어지는 슬림핏이었으나, 옷을 벗기면 완벽한 이두선은 예술작품처럼 느껴졌다.

지아는 계속해서 되뇌었다.

‘이건 큰 닭 다리다. 아주 튼실한 닭 다리야.’

말없이 거품을 어깨부터 손가락까지 이어 문지르는데 손바닥을 닦는 순간 도윤이 갑자기 손을 잡자 두 사람은 깍지를 꼭 끼게 되었으며 지아는 손가락을 꼼짝할 수 없었다.

도윤의 약지에는 여전히 결혼반지가 있었다. 이 3일 동안 단 한 번도 빼지 않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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